교육우수도서 선정, 김정남 역사교사의 36시간의 한국사 여행1
역사는 현실을 떠날 수가 없다. 그림자가 빛에 의해 형성되듯, 현실의 땅을 살아가는 현대인과 미래인은 모두 역사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고체처럼 딱딱하고, 따분하고, 이해할 수 없는 고대의 암호로 학생의 주변을 맴돌 뿐이다. 어려운 역사의 전문용어는 ‘암기의 대상’이었고, 영어단어보다 모호한 한자어는 학생들의 기피대상 1호였다. 이렇게 어려운 ‘역사의 커텐’이 걷혔다. 안개가 걷히든 한자를 통한 역사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준 김정남 역사교사의 ‘36시간의 한국사 여행’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교육인, 정치인, 학부모 모두에게 ‘쉽고 재밌고 깊이있는 역사의 맥’을 알려주기에 손색(遜色)이 없다. 형식적 뜻풀이로 끝나지 않고, 한자와 역사적 사료에 대한 철저한 고증(考證)과 논리적 연구 및 고찰(考察)을 통해서 누가 읽어도 과거의 역사를 지금 만날 수 있는 ‘개연성의 옷’을 입혔다. 구석기와 신석기와 청동기의 유물을 누군가 발견했기에 우리는 그러한 사료를 직접 볼 수 있듯이, 이제는 그러한 역사적 사료에 대한 쉽고 옳은 역사해석을 연구한 한 사람 덕분에 모두가 ‘역사의 새로운 관문’을 넘게 됐다. 36시간의 한국사 여행은 ‘역사와 현실의 만남’을 이뤄낸 깊고 맛있는 역사요리이다. 이에 서울교육방송 교육우수도서 선정위원회는 ‘36시간의 한국사 여행1’을 교육우수도서로 선정한다.
[서평=장창훈 선정위원]=지난해 나는 한자를 보듬고, 스스로 깊은 부활을 꿈꾸며 연구에 몰입했다. 그리고 학교 대표기자단이 보내오는 문화체험 보고서를 봉사활동으로 기꺼이 변환하는 작업을 좋아했다. 그 즈음 김정남 역사교사가 한권의 책을 보내왔다. ‘36시간의 한국사 여행’이란 겉표지가 매혹적이었지만, 당시 나의 관심사 대상은 아니었다.
이사를 하다가 이 책이 내 앞에서 손짓했다. 살짝 고개를 돌이면서 스스로 펼쳐진 머리말에는 ‘한자를 통한 역사풀이’가 내 눈길을 끌었다. 한자와 역사를 서로 접목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과거를 현재속에 펼쳐놓고 있을까, 첫페이지의 문장을 읽어가는데, 상당히 매끄러운 문장실력이며, 각 단락마다 논리성이 치밀하다. 수학방정식보다 정교한 역사해석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36시간의 한국사여행’은 매우 즐겁고 신비로웠다.
외국, 유럽에 여행을 가려면 기차는 현재 불가능하다. (북한만 허락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들은 도무지 독불장군이다.) 비행기를 타고서 그곳까지 가려면 시간과 상당한 경비가 소요될 뿐만 아니라 여행비자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내가 원하는 시간 내도록 그곳에 정착할 수도 없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무엇을 봐야할지도 모른다.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물며, 시간의 바다를 넘어서 같은 공간이지만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많은 우리 조상들의 나라를 탐닉(耽溺)하고, 여행한다는 것은 낯설 수밖에 없다. 혈연적으로 친척관계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우리와 먼 우리의 조상들의 이야기는 누군가 가이드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언제나 이방인처럼 미술관의 수박만 핥고 끝나야한다. 간혹 미술관 도록이나 하나 구입하는 정도의 역사여행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배웠던 역사교실이 이 책을 통해서 재정립되었다. 구석기 시대가 300만년이었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사피엔스가 어떠한 존재였는지도 이 책을 통해 매우 쉽게 이해했다. 책을 읽으면서 지식의 배열과 깊은 맛은 그 작가의 ‘혼과 심혈’에 달려있음을 느껴야했다. 요리는 요리사의 손끝, 마음끝으로 좌우되듯 책의 문장펼침은 작가의 정성에서 우러난다.
단편적 지식의 나열이 해일(海溢)처럼 덮은 역사책들의 방대함은 그 중에서 간혹 ‘노아의 방주’처럼 오랜 시간 숙성된 ‘명작의 역사교과서’를 필요하게 한다. 내가 성경의 지식으로 아는 바로는 ‘120년 동안’ 노아가 배를 만들었다고 하니, 그 시대와 지금의 시대의 시간환산의 비례율을 적용하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숙성의 결과 홍수에도 침몰당하지 않는 방주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36시간의 한국사 여행은 특히 ‘지식의 늘어짐’을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 문장도 단문으로 빠른 호흡으로 진행되며, 하나의 사건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면서 정결한 논리전개가 이어진다. 맛있는 ‘간장게장’의 밥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내가 좀 더 일찍 이런 역사책을 만났더라면, 한자도 배우고 역사도 배우고 일석이조의 배부름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 이제라도 읽게 돼, 무척 기쁘다. 또한 역사를 누군가 배우려고 한다면 나는 ‘36시간의 한국사 여행1, 2, 3’을 기꺼이 추천할 것이다.
김정남 작가는 누구인가?
서울 영동중학교와 경문고등학교를 거쳐 한양대학교 사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진여자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일방적 강의식 수업에서 TV의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 스페셜 등을 수업 목적에 맞게 재편집해 교실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느낌과 감동이 있는 수업을 실시하고자 직접 역사 교육용 콘텐츠를 제작하여 서울 청소년 교육미디어 축제나 서울특별시 교육방송 연구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서울특별시 교육연구정보원에서 주관하는 학교 단위 수업방법 개선팀 연구 활동을 세 차례 진행하면서 모두 우수 사례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교실에서 역사토론이나 독서토론 수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학습자 중심 역사 체험 학습 모형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4학년도부터 서울특별시 교육청 지정 역사교육 연구학교를 운영하면서 “역사문화답사의 기초 지식”, “문화유산과 소통하는 서울역사문화답사 1․2권”을 연구팀과 함께 펴냈다. 또한 안동․영주 지역 답사, 영월 단종애사 답사, 일본 나라․교토․오사카 한민족사 답사 등을 학생들과 함께 하며 역사토론과 문화 등을 통해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