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의원을 절벽에서 밀기
나는 개인적으로 유승민 의원을 잘 모른다. 아주 옛날에 박근혜 대표를 향해서 어떤 소신있는 발언을 했는지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입장에서는 그 당시 본인의 발언을 평생 잊지못할 사건이겠지만, 평범한 시민들에게 정치인들의 소신은 그 당시의 격정으로만 기억된다. 파도는 오늘도 치는 것이다.
여하튼, 신문지상과 방송국, 종편채널을 통해서 가장 홍보가 된 인물은 유승민 의원이다. 친박계 의원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눈밖에 밀려난 유승민 의원의 최후가 어찌될지,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를 삼으려고 모든 국민들은 그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도 용서(容恕)와 감동의 정치가 새누리당에 있을 수 있을까, 행여 그것을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나 역시 그 마지막에 사람들을 웃게할 그러한 정치적 결단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 절벽에서 떠밀렸다. 당적변경금지의 데드라인까지 가서도 유승민 의원의 동구을은 무공천으로 남겨졌다. 차라리 다른 인물을 공천하고서 유승민 의원을 내쫓았다면 지금처럼 새누리당의 잡음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현재 이미지는 ‘내분과 독재와 배신과 비정함’으로 덧칠됐다. 이러한 이미지는 결단코 새누리당에 유리할 수가 없다. 득(得)을 본 것은 유승민 의원이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버려진 새누리당 의원들이다.
그래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5곳을 무공천으로 남겨둔다면 그들이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후에 새누리당에 다시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작정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공천을 한다면 결국 민주당이 ‘어부지리’(漁父之利)의 효과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