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쇼콜라티에협회, 초콜릿 만들기 봄 세미나, 온도와 시간의 예술세계
[현장탐방 장창훈 기자]=압구정(狎鷗亭)에 위치한 한국쇼콜라티에협회는 ‘봄 정기 교육세미나’를 개최했다. 쇼콜라티에 자격증 취득자로서 현장경험을 가진 실무자들과 대학에서 외식산업학과를 전공하는 학생들까지 이번 세미나에 참석했다. 봄 세미나를 기점으로 계절별, 주제별로 실시될 한국쇼콜라티에협회 교육 세미나는 앞으로 쇼콜라티에에 관심있는 일반인에게도 참여 기회가 확대될 예정이다. 5월에는 커피TV와 함께 커피를 주제로한 초콜릿 세미나가 준비중이다.
특히 이번 교육은 김성미 한국쇼콜라티에협회장이 벨기에 초콜릿 장인, 쇼콜라티에 프레드릭 스켈쳐와 지난 6개월간 ‘전통 예술 초콜릿’ 수업을 실시한 후, 유럽과 한국의 새로운 초콜릿 예술작품을 연구, 개발하면서 만들어진 강좌이다. 강좌 세미나 총괄진행은 김성미 협회장이 직접 나섰고, 김용훈 쇼콜라티에가 교육강사로 활동했다.

김성미 한국쇼콜라티에협회 회장
나는 쇼콜라티에가 아니다. 단지, 언어예술가로서 쇼콜라티에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시간과 온도의 예술가’라고 정의하겠다. 녹고 굳는 미묘한 온도차이를 느낌으로 터득하면서 뜨거운 열기속에 시간의 초읽기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쇼콜라티에의 직업은 ‘조각가’의 아름다운 열정이 스며있다. 유럽과 일본에서 쇼콜라티에를 ‘공방’(工房)으로 정의하는 이유는 ‘장인정신’이 있어서이다. 그저 먹고 끝나는 요리(料理)를 넘어선 ‘맛과 보는 맛’의 예술세계가 쇼콜라티에이다.

대리석(大理石)위에 초콜릿을 부었다. 갈색 페인트처럼 엎질러진 초콜릿은 마치 반죽같다. 어린시절 엄마의 부침개 반죽처럼 이리저리 주걱으로 휘젖는 폼생폼사, 요리사보다 더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온 이유는 아마도 색깔이 풍기는 갈색향기때문일까? 건축물을 완공하고, 청바지에 페인트를 범벅으로 묻히면서 마침내 담장에 벽화를 완성해야겠다는 어느 화가의 집념처럼, 김용훈 쇼콜라티에는 대리석위에서 초콜릿을 반죽했다. 멋있고, 맛있는 초콜릿의 봄 교육세미나는 이렇게 문을 열었다.

20~25℃에서 대리석의 온도가 유지되면 좋습니다. 여름, 겨울에 따라 많이 달라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아침에 출근하면 대리석 온도가 대략 15℃ 정도입니다. 열풍기를 틀어서, 혹은 가스 토치를 활용해서 대리석의 온도를 높여준 다음에 템퍼링 작업을 해야합니다. 온도는 곧 초콜릿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용훈 쇼콜라티에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쇼콜라티에 교육 강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내가 알아들 수가 없는 이유는 요리의 음치이고, 초콜릿의 재료에 관심이 없어서이다. 먹는 것으로, 문화로서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초콜릿의 문외한(門外漢)인 나에게도 쉽게 이해되는 설명법과 부드러운 어조, 세미나 강좌는 정말로 ‘초콜릿’같았다. 언어에도 맛이 있고, 흐름은 곧 녹는 맛이다. 혀끝에서 스르르 녹는 음식은 요리사의 정성과 탁월한 재료의 배합이고, 초콜릿 작품들이 모두 그러하다.
온도를 통해 재료들의 미묘한 비율을 섞으면서 과정마다 지켜야하는 ‘절차와 순서’는 혀를 녹이는 초콜릿을 선물한다. 그처럼 강의도 그 흐름과 긴장감과 언어의 어조가 중요하다. 난해한 전문용어도 쉽게 설명하면서, 고급정보를 중간중간 제공하면서, 결국 멋진 하트 초콜릿을 만들어내는 이번 세미나는 ‘일목요연’(一目瞭然)했다. 나만의 견해는 아니다. 외식학과를 전공하는 여대생도 그랬고, 교육생들 대부분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강사의 설명이 부드럽고 편했다’고 반응했다.
나는 쇼콜라티에가 아니지만, 초콜릿이 좋다. ‘온도와 시간의 예술’로 정의되는 초콜릿은 ‘열정’과 ‘사랑’을 의미한다. 온도(溫度)는 따스함이다. 불(火)을 통해 초콜릿을 ‘흐르게 했다가 굳게 하는’ 예술가로서 쇼콜라티에의 삶은 그 자체가 열정이다. 불이 초콜릿을 녹게 하거나, 차가움이 굳게 한다면 열정은 곧 쇼콜라티에 교육의 중심이다. 시간(時間)은 곧 인생(人生)이며, 인생은 사람의 살아감이며, 사람은 곧 ‘사랑’이다. 초콜릿을 ‘온도와 시간의 예술’로 정의하는 이유는 ‘불의 다룸’이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열정적 사랑이 초콜릿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나도 간혹, 요리를 한다. 그때 도마를 꺼내서 파를 썰거나, 쌀을 씻는다. 오늘 나와 대부분 교육생들을 가장 감동시킨 장면은 아마도 ‘대리석 위에서 반죽하는 초콜릿’이었을 것이다. 도마를 사용하지 않고 대리석위에서 형상을 섞는 과정은 ‘템퍼링의 과정’으로 불리는 것 같던데, 강좌후 김용훈 쇼콜라티에와 잠시 대화를 나눴을 때 ‘공개강좌의 떨림’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한 떨림은 열정과 긴장과 오랜 반복의 숙련과정을 겪게 했으리라.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게 된 인류가 구석기 시대 299만년을 종결짓고 드디어 신석기 시대로 접어들 듯, 변화의 모든 과정은 아름다운 초콜릿임에 틀림없다.
* 대리석(大理石)은 화강암(花崗巖)으로 만들어지며, 결(理)이 매우 크면서 꽃무늬가 있는 강한 돌을 의미한다. 대리석은 무늬가 아름답고, 결이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 석회석(石灰石)이 강한 압력과 열을 받으면 화강암으로 변화한다. 김용훈 쇼콜라티에
[봄세미나 강좌=김용훈 한국쇼콜라티에협회 교육강사 / 쇼콜라티에]=안녕하세요. 한국쇼콜라티에협회 봄세미나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시연을 맡은 김용훈 쇼콜라티에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시연을 할 초콜릿은 앞에 나눠드린 레시피를 보시면 알겠지만 에피스랑 진저쥬스라는 초콜릿입니다. 에피스는 향신료라는 프랑스어인데요. 넛맥과 시나몬이 들어간 이국적인 가나슈를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진저쥬스는 생강을 우리는게 아닌 착즙을 해 진저쥬스를 생크림과 섞어 진한 가나슈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두가지의 몰드 모두 색소로 장식을 할 예정입니다. 색소 써보신적 다들 있으시죠? 카카오버터의 15퍼센트의 식용색소를 넣고 섞은뒤 체에 걸러서 사용해주시면 되구요. 색소는 초콜릿전용색소를 이용해주시면 됩니다.
에피스는 흰색과 빨강색으로, 진저쥬스는 주황색과 노랑색으로 색을 내볼게요. 컴프레셔는 메탈이기때문에 사용하시기전에 오븐안에서 따뜻하게 데워서 사용하셔야 막히지가 않는데 오늘은 열풍기를 이용해서 컴프레셔를 데워준다음에 사용해줄게요. 색소통이 하나뿐이라서 색소가 연한색부터 진한색 순서로 사용하겠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템퍼링방법이 3가지가 있습니다. 수냉법 접종법 그리고 대리석법입니다. 오늘 대리석을 이용해 템퍼링을 하겠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제가 한번더 설명해드릴게요.
대리석은 천연대리석 혹은 인조대리석이 있는데, 요즘에는 인조대리석이 워낙 잘 나와서 긁히지 않는 대리석이면 모두 사용가능합니다. 다만 두께가 최소 1센티 이상되는 대리석을 사용해주셔야 초콜릿 작업을 할수가 있습니다. 대리석의 온도는 21도에서 25도 사이로 맞춰주신다음에 사용해주시면 되구요. 대리석세척은 가스토치나 알콜을 사용해주시는게 좋아요. 카카오버터가 지용성이여서 물로는 잘 닦기지 않거든요.
자 45도로 맞춰진 초콜릿의 2/3정도를 대리석위에 부어줍니다. 그리고 엘자형스페츌러로 일정하게 펴줍니다. 대리석 위에있는 초콜릿 온도를 27도까지 내려준후에 다시 볼에 부어 볼안에 남아있는 초콜릿과 함께 섞어주어 31도로 맞춰줍니다.
가나슈 / 생크림은 70도까지 데워준 후에 초콜릿이 든 비커에 부어준 후에 핸드블렌더<바믹서>를 이용해 골고루 유화를 시켜줍니다. 버터는 가나슈의 온도가 35도에서 40도사이에 넣어주는게 제일 좋아요. 너무 오래 블렌딩을 할 경우에는 칼날의 마찰열때문에 가나슈의 온도가 올라갈수도 있으니 유화가 다 되었다면 바로 작업을 마쳐주시면 됩니다.
몰드 필링으로 채울 가나슈의 온도는 31도가 제일 좋아요. 더 높으면 몰드 초콜릿이 녹을수도 있고 더 낮으면 가나슈가 뻑뻑해서 필링을 채울때 고르게 채우기가 힘들어요. 필링을 몰드의 90퍼센트정도만 채우고 냉장고에서 40분정도 굳혀줍니다. 굳은 몰드는 꺼내서 뚜껑을 닫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