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50부작 드라마 옥중화의 11회는 새로운 출발이다.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16부작~20부작 드라마였다면 가장 갈등이 심화되는 회차이지만, 역사 사극의 50부작에서 11회는 이제 시작이다. 1~10회까지 옥녀는 체탐인으로서 명나라 사신을 암살하고 그 사건으로 엄청난 암살의 위험에 처했다가, 문정왕후 대비마마의 사면(赦免)으로 전옥서 다모로 복직하게 된다. “아무 것도 묻지 말라”는 하명으로, 정대식 전옥서 소장은 옥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드린다.
# 새로운 갈등 시작 – 남매(男妹)의 권력투쟁
옥녀 입장에서는 모든 갈등이 해소되었다. 양아버지도 포도청에서 풀려났고, 자신의 직위도 전옥서 다모로 복직되었고, 윤태원과도 관계가 풀렸고, 누명까지 벗었으니 죽음을 직면한 본인에 입장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잔치다. 한쪽이 잔치면 반대편은 초상집이다. 갈등은 문정왕후의 심기폭발로 시작된다. ‘윤원형 대감의 관직삭탈’이 내려졌다.
관직삭탈(官職削奪)이란 관직을 삭제하고, 뺏는(탈취) 것이다. 모든 관직에서 쫓겨나고 범죄자로 내몰린 것이다. ‘박태수를 죽게 만든 살인죄’ 때문만은 아니다. 권력자가 사람을 죽이는 일은 비일비재한 사건인데, 문제는 문정왕후가 마음으로 아끼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박태수를 죽인 것은 문정왕후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 정난정은 이 사건을 “심기를 건드린 죄”라고 표현했다. 심기(心氣)는 마음의 기운이다. 공기(空氣)의 기운이 우중충하면 비가 내리듯, 문정왕후의 심기가 고통스러우니, 그 상처를 입힌 자에게 형벌을 가한 것이다. 다른 말로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저조하다. 그 이유는 대부분 주인공에게 있다. 여자 주인공이 얼마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지가 핵심인데, 진세연 탤런트의 연기력은 늘상 볼 때마다 ‘울고 메달리는 어설픔’이 역력하다. 서현진 (tvN 또 오해영)과 비교하면 정말로 차이가 많다. 서현진이 만약 옥녀 역할을 했다면 또 달랐을 것 같다. 진세연은 흡인력에 있어서 절대 부족이다. 어쩔 수가 없다.
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평온하게 두지 않는다. 평온하면 그것은 죽은 것과 같다. 잔잔함은 무슨 사건도 발생하지 않으니, 잠을 자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다. 평화(平和)는 갈등을 통한 생존력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은 썩은 것과 동일하다. 고인 물은 잔잔해서 내부로 썩었다. 살아있는 사람은 기쁨과 슬픔과 고통과 행복과 갈등과 웃음과 아픔과 미소가 섞여서 출렁거린다. 옥중화 11회에서 가장 큰 갈등의 요소는 ‘윤원형 대감의 관직삭탈’이다.
윤원형 대감이 포로가 되어서 전옥서에 끌려온 것은 극적인 반전이다. 드라마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말하면서도, 이처럼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서 극적인 사건을 만들어버린다. 고양이와 쥐, 혹은 개와 고양이를 같은 방에 넣듯이 그러하다. 현실세계에서는 윤원형 대감이 관직삭탈될 때, 그것이 사실인가에 집중한다면, 소설은 그것보다는 재미가 관건이므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상황을 연출하기 마련이다. 윤원형 대감이 죄수가 되어서 전옥서에 갖추게 된다면, 과연 각각의 인물들은 어떠한 변화를 보이게 될까? 뱀장어가 어항속에 풀려지면, 어항은 발칵 뒤집히듯이 드라마의 사건전개가 그렇다.
정대식은 발끈했다. 명종의 삼촌이고, 문정왕후의 남동생이며, 언젠가 자유의 몸이 되면 권력의 감투를 쓰게 될 윤원형 대감에게 ‘일반인과 동등한 죄수생활’을 하게 한다면, 그것은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후환(後患)을 남기게 된다. 지천득(감옥 교도관)은 윤원형 대감을 억지로 ‘공재명’이 있는 곳에 넣어버린다. 공재명은 당연히 윤원형 대감의 얼굴을 모르니, 무시하고 있다가, 윤원형이 “내가 윤원형이다”하니까, 미친놈이라고 하면서 진짜로 발로 걷어차버린다.
그러나, 윤태원이 공재명에게 ‘윤원형 대감이 맞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윤원형 대감앞에 공재명은 바짝 엎드려서 자세를 낮춘다. 이처럼 사람의 인물들은 제각각 다르게 반응하고, 작가는 인물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공재명이 윤원형인 것을 알고서 ‘모른 척하면서’ 화풀이를 할 수도 있다. 그러한 결정의 권한은 드라마 작가에게 있는 것이다.
옥녀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모았다. 그 돈은 죄수들을 빼돌리거나, 돈많은 부자들이 대신 옥살이하는 사람과 바꿔치기 해주는 그런 댓가로 받은 사례금을 모은 것이다. 11회에서 전옥서 주부 정대식은 옥녀에게 새로운 제안을 한다. “나의 돈을 관리해달라”는 것이다. 즉, 모든 죄수들을 관리하는 권한을 줄테니, 대신에 돈을 모아서 권력의 줄을 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옥녀는 ‘토정 이지함’에게 자문을 구하고, OK를 수락한다.
이 작은 사건은 그동안 뇌물로 돈을 모았던 푼돈의 경제가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선의 경제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풀어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정대식이 돈을 모아달라고 했을 때, 죄수들을 통해서 잘 봐주면서 돈을 받는 그 정도로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 방법 말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돈을 모으는 것을 옥녀는 연구하게 된다. 작가는 독자의 보편적인 생각을 초월해서 이야기를 끌어가야, 독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된다.
정난정 때문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지물포 사장을 통해 엄청난 사업을 제안하게 된다. 오전에 바깥에 외출했다가, 저녁때에 전옥서로 복귀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인데, 선진국에도 이러한 제도가 존재하기도 한다. 출퇴근을 하면서 죄수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장단점은 있다. 날마다 사회생활을 하게 해주면 죄수들에게 자유를 허락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죄수들 입장에서는 ‘날마다 감옥에 간다’는 고통이 들게 되면서 옥살이가 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여하튼, 11회에서 지물포 사장이 외부로 나갈 수 있게 허락이 됐고, ‘윤태원과 거래’가 비밀리에 오고갔다. 조선시대처럼 요즘도 대기업 사장들은 감옥에서도 자유로운 정보활동을 할 수도 있다.
작가는 참 독특하다. 지물포 사장을 밖으로 꺼내서, 윤태원과 밀거래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경제활동의 세계를 펼칠까싶더니, 시청자들의 생각에 ‘허’를 찔러 버린다. 그 지물포 사장이 목을 메고 죽은 것이다. 그리고 포도청의 윤원형 사위(성지헌 종사관)이 현장 수사를 지휘하고, 옥녀는 먼저 그 목을 멘 자를 살펴보고, 타살로 심중을 굳혔는데, 성지헌 종사관은 ‘자살’로 단정한다. 체탐인이 절대로 안되겠다는 옥녀가 다시 체탐인과 같은 해결사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사건의 문이 열린 것이다. 도대체 누가 죽인 것일까? 무슨 목적으로…. 밖으로 나갔던 것을 알았던 누군가인가? 언제, 어떻게, 전옥서 안에서 어찌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