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 옥중화 13회]=솔직히 말하면, 윤원형이 전옥서에 갇히면서 뭔가 극적인 인물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허망한 배경설정에 짐짓 놀랐다. 게다가 이명우의 죽음과 관련해서 사건내막이 전혀 들통나지도 않았고, 더불어 윤원형과 공재명이 같은 방에 기거하면서 서로 친밀감이 높아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어떤 일도 없었다.
윤원형이 왜 전옥서에 갇힌 것인지, 도무지 사건전개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불어 전옥서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윤원형을 빼내기 위해서 정난정이 국가를 뒤흔드는 그런 ‘유언비어 날조’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이 사건전개에서 수긍하기 힘들다.
배우들이야 대사를 읽으면서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려고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너무 뻔히 보이는 수작에 그대로 넘어가는 것은 문정왕후가 “알고도 정적을 제거하는 그 장단에 함께 놀아준다”는 것을 말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어찌 ‘대윤의 잔당’이란 말로 윤원형의 폭정과 고문정치가 그대로 받아드려질 수 있을까?
이명우는 정난정과 시장의 경쟁관계였고, 이명우가 뇌물을 준 정치인들이 상당했다. 이명우는 타살당했고, 이명우가 쓴 명부는 역모사건에 가담한 인물이 아니라, 뇌물을 받은 인물에 불과하다. 물론 뇌물죄도 상당히 무거운 처벌을 받겠지만, 뇌물죄와 역모죄는 마치 도둑질과 간첩죄처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렇게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인데, 포도청의 종사관이 모든 사건을 일사천리로 잡아드리고, 윤원형이 고문의 공포정치로 사람들을 잡아드리면 그것이 모두 끝난다는 그런 작가의 설정은 무슨 궤변인가? 왜, 도대체 왜, 대윤은 얼굴조차 드러내지 않은 것일까? 최소한 역모죄로 참형을 받을 자들이 스스로 생존을 위해서 뭔가 해야하지 않을까?
문정왕후 역을 맡은 김미숙의 그 냉냉한 말투는 역시 잔잔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압도한다. 악녀(惡女)로서 표본이다. 내면에 독기를 품고 겉으로는 웃을 수 있는 최고의 배우다. 문정왕후가 윤원형에게 “앉게”라고 말을 했다. 이 한마디가 ‘용서’에 해당한다. 핏줄은 물보다 진하다.
정난정은 모든 축배의 파티를 만끽한다. 기생집에 이소정을 만나러 간 윤원형을 직접 찾아가서, 이소정을 단번에 뺨을 때리고, 윤원형의 마음을 사로잡아도, 윤원형은 아무 대꾸를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윤원형앞에 새로운 돌발변수가 출현한다. 공재명이 나타나서, “윤태원이 살아있습니다. 역모죄로 엮였습니다. 윤태원이 역모라면, 대감도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난정이 모두 꾸민 일입니다”라고 말하니, 윤원형은 성질이 발끈한다. 역시 핏줄이다. 자기 핏줄이 정난정의 손에 죽게 됐는데, 그것을 참을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가?
13회에 그래도 불꽃튀는 경쟁구도는 ‘정난정’과 ‘윤원형’의 싸움이다. 가장 설득력이 있고, 가장 볼만한 심리적 갈등이다. 정난정은 자신이 윤원형을 빼냈다면서 윤태원의 역모죄를 끝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윤원형을 도자기며, 책상이며, 모든 집기류를 부수면서 “정난정, 너가 내 아들을 죽여? 할테면 해봐!!! 너 권력이 나한테서 나오는 것이야!!! 니가 감히”라고 하면서, 황소처럼 덤비니, 정난정도 어쩔 수 없이 꺽였다. 어찌 보면 정난정이 윤원형의 역린을 건든 것이다. 윤태원을 건들면 안되는 것인데, 정난정이 그렇게 한 것이다.
13회에서 가장 어설프고, 황당하면서,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명선의 죽음이다. 이렇게 어설프고 미련스러우면서 독자를 우롱하는 사건이 있을 수 있나?
그러니까, 옥녀는 자신이 보호해야할 증인 명선을 형조참의에게 데려갔는데, 말을 하려는 그 순간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화살을 쏜 자는 가까운 지근 거리에서 명선의 심장을 그대로 겨눴다.
참으로 대단하다. 이것이 말이 되는가? 차라리, 명선이 암살당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모양새가 좋을 뻔 했다. 지하 비밀감옥에 명선이 머물게 하는 것부터 너무 과장된 스토리 전개였다. 심심하면 지하비밀창고가 등장하니….. 이런 허접한 내용으로 독자를 우롱하지 않기를….. 말이 되는 내용이어야 공감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