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동구마케팅고 기획취재 : 이일섭 행정실장 인터뷰]=6월 24일, 영국은 EU를 탈퇴했고, 금융권은 초비상 상태에 빠졌다. 6.25사변이 일어난 것보다 더 큰 패닉이 발생했으나, 사람이 살아가는 서울은 그저 더울 뿐이다. 금융계의 중심축, 미래 금융인들이 성장하는 동구마케팅고등학교가 얼마전 서울시 의회에서 감사(監査)를 받았다. 서울교육방송은 김문수 교육위원장의 보도자료를 꼼꼼히 ‘감사’(監査)해보니, 사건의 뒷면이 존재했다. 팩트(FACT)와 상당히 다른 부분들이 교묘히 감춰져 있었고, 서울교육방송은 사실처럼 보여지는 그 보도자료에 대한 취재감사를 진행키로 했다. 이에 동구마케팅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했다.
한성대 입구역 6번출구에서 1번 마을버스를 타고 비탈길로 버스가 힘겹게 오르자, 시원한 자연숲이 펼쳐졌다. 동구마케팅고 후문이다. 여학생들이 깔깔깔 까르르르르 웃는데, 까치가 따로 없다. 해맑은 웃음들이 산속에서 메아리치고, 동네 할아버지처럼 보이시는 경비원이 산아래에 동구마케팅고의 위치를 알려줬다. 와보니, 동구마케팅고등학교는 ‘도심속 자연학교’다. 지나가는 학부모들의 표정은 모두 맑고, 운동장에서는 땀 뻘뻘 흘리는 여학생들이 배구를 하고 있었다. 남학생이 안보였던 이유는 이일섭 행정실장을 만나서 알게 됐다. 동구마케팅고는 (舊)동구여상으로, 여자학교였다.
동구(東丘)는 동쪽 언덕이다. 東은 나무에 해가 떠오르는 상형글자로서, 동구마케팅고등학교는 본래 식민지 차하에 ‘교육의 빛’을 담고서 세워진 학교이다. 일본의 교육탄압이 가장 심했던 그 때 만들어져, 광복과 함께 계몽운동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해온지 벌써 70년이 넘어섰고, 은행장을 비롯해서 국회의원과 금융계의 큰 별들을 배출한 곳이 동구마케팅고등학교이다.
금융권에서 동구여상의 위상은 SKY에 손꼽힐 정도다. 왜 이러한 명문학교가 ‘비리재단’의 오명을 뒤짚어 썼을까?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왜곡일까? 이런 저런 의문의 자갈이 비탈길로 미끌어졌고, 교무실 문을 두드렸으나 행정실이 위치한 건물이 다른 곳이어서, 겨우 이일섭 행정실장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얼굴을 보기전까지 ‘날카로운 계란형’을 상상했는데, ‘인상파 아저씨’를 닮았다. 얼핏 보면 호랑이같고, 웃을 때는 순박함이 계곡물처럼 흐른다. 언어 표현법은 연역법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직설화법이 명확해서 이해하기가 쉬웠다. 말의 요점이 명확하다는 것은 숨김이 없다는 것이고, 연역법을 자유롭게 구사하다는 것은 명석하다는 증거다. 명석함에는 2가지 부류가 있다. 엄청난 지식의 습득과 발로 뛰어서 쌓은 경험이다. 이일섭 행정실장은 후자에 속했다.
23년전 젊은 나이에 동구마케팅고 행정실장을 맡았다. 그때부터 거의 휴일없이 동구마케팅고등학교와 함께 해오면서, 학교역사가 70년의 마침표를 찍는 그 즈음에 갑자기 찾아온 폭풍우는 ‘어처구니없는 A교사’의 민원제기부터였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이일섭 행정실장의 논리전개는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본인의 잘못을 책임지면서 말하는 것을 알게 됐다. 책임성있는 삶을 살아왔다는 가치관이 향기처럼 풍겼다.
본 기자는 수학중에서 ‘확률과 통계’를 좋아한다. 동전을 던지면 경우의 수는 2개다. 앞면 아니면 뒷면이다. 김문수 교육위원장은 사건의 동전을 던지면서 ‘앞면’만 보여주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고, 본 기자는 뒷면을 이일섭 행정실장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비탈처럼 약간 험상궂은 표정이 보이긴 해도, 아저씨처럼 편안한 웃음이 자연스러웠다. 인터뷰 장소는 오래된 건물속 오래된 의자위였다. 고풍스런 가구들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교육의 증인’같았다.
인터뷰는 녹취없이 진행됐고, 볼펜으로 적는 취재속도에 맞춰서, 이일섭 행정실장은 중간 중간 멈췄다가 말하기도 했다. 상대방의 상황을 인식하면서 배려하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이해력이 뛰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명함을 주고받고 통상적인 인사를 마친 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무엇이 억울하죠?” 내가 물었다.
이일섭 행정실장이 말했다.
“언론사에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쓴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제 이야기를 듣겠다고 온 기자는 정말로 처음이고, 놀랬고, 우리사회에 사건의 사실을 확인하는 언론이 존재한다는 그것에 감사의 마음이 들었어요. 동구마케팅고등학교의 사건은 너무 왜곡된 부분이 많고, 특히 저에 대한 언론기사는 정말로 잘못되었습니다. 23년동안 헌신하듯 아이들의 책상이며, 걸상이며, 벽면 페인트까지 손수 칠하면서, 행정기관을 구두가 닳도록 뛰어다니면서 학교 살림을 챙겼는데, A교사의 주장이 검정 페인트 칠하듯 도배가 되니, 정말로 마음이 먹먹하고, 7년동안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었습니다.”
사건은 복잡하고, 퇴적층의 단면처럼 겹겹이 쌓여서 헝클어져 있었다. 마치 세포의 핵에서 제1 감수분열이 일어나기 직전 염색사(染色絲)들이 헝클어져 있듯이 그런 느낌이다. 자세히 따져야만 그 내막을 알 수 있었다. 핵심은 이일섭 행정실장이 동구마케팅고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것. 교사를 포함해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인물이라는 것. 해가 동쪽에서 뜨듯, 이 사실은 분명했다.
*** 동구마케팅고 이일섭 행정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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