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기획취재, 동구마케팅고]=수십번 서류를 살펴봤다. 김문수 교육위원장이 이번 취재건에 지적한 부분이 있어서, 내가 쓰는 기사에 더욱 신중을 기하려고 서류검토에 ‘돌다리 두드리듯’ 꼼꼼했다. 나는 명문고 출신이다. 그래서 다른 명문고를 존중하는 법을 알고, 교육 언론사에 근무하면서 학생중심 기사를 쓰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정치인들의 이념전쟁에서 ‘학생들의 3년’은 ‘3일처럼’ 훌쩍 흐를 것이 분명하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도 ‘전교조 교사의 정의로움’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나의 진로에 대해서 그 교사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아파하고, 설계해줬을까, 궁금해진다.
김문수 교육위원장은 성북구 출신 시의원인데, 성북구를 대표하는 전국의 명문고를 너무 폄하했다. ‘사실에 기초한 기자회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도대체 정문앞에서 꼭 그렇게 했어야 했을까?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어른들의 폭력이 아니겠는가? 화합의 정치는 그 기자회견의 단면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한성대 입구역 6번출구를 나와서, 1번 마을버스를 타고 낑낑대며 올라갔다가 후문으로 등교하는 동구마케팅고등학교. 모든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은 버스를 타지 않고 등산을 마치듯 계곡을 내려가면서 정문으로 하교한다. 서울시 시의회 교육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한 장소가 바로 ‘동구마케팅고 교문앞’이다. 그곳은 ‘동구마케팅고 학생들의 자긍심’이 걸려있는 곳이다. 특히 최근에도 ‘전국2위’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다. 760명의 동구마케팅고 학생들의 행복추구권(수업권 및 교육권)을 생각한다면, 정치인들의 기자회견은 ‘납득할 수 없는’ 횡포라고 여겨진다.
내가 동구마케팅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직접 가보니, 수업을 마치고 새들이 노래하듯 하루를 내려올 그 학생들이, 정문을 다시 쳐다보면서 바라볼 자신들의 그 학교인데, 인터넷에는 정치인들이 ‘살벌하게’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으니, 이런 모순이 어디에 있는가? 동구마케팅고등학교는 A교사의 전유물인가? 왜 그랬을까? 학생의 입장에서 한 걸음만 생각했더라도 그렇게 미련스럽고 어리석은 사진을 찍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학생의 입장에서 단 한번만 생각했더라도…..
서울시 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공문서로 “학교 비리 등으로 학교분쟁이 장기화되고 있어 더 이상 현장방문을 늦출 수 없음에 따라, 동구마케팅고등학교의 학사일정(6.27~6.30 기간중 기말고사)임을 감안하고 학생들의 학습권 및 교사의 수업권이 방해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현장방문을 실시하고자 하오니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통보했다.
이에 동구마케팅고등학교는 16일 “우리학교 기말고사 기간이 6.27~6.30까지입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모든 과목 출제와 과목별 과정평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의 염려가 많습니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 보호를 위해 기말고사 종료 이후에 방문해주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라고 회신했다.
동구마케팅고는 20일 “귀청에서 요청하신 현장방문에 대해 우리학교 기말고사 과목별 과정평가 기간중이라 학부모 및 선생님들의 염려가 많습니다. 이에 본교는 학생들의 학습권 및 교사의 수업권 보호를 위하여 기말고사 종료 이후에 방문해 주기를 재차 요청합니다”고 부탁했다.
그러나, 서울시 시의회 교육위원들은 학교현장을 방문했고, 인사 청문회 수준의 감독을 실시했고, 정문에서 갑자기 현수막을 펼치면서 기자회견 낭독문을 읽었던 것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단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정문에서 현수막을 펼친 기자회견만큼은 하지 말았어야 할 ‘횡포’라고 생각된다. 언론보도에 필요한 사진확보의 증거물로서 중요했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학생들은 기말고사 준비에 집중력이 흩어질 것이 분명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학교사랑에 대한 자긍심에도 현저히 상처를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교육위원들이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어른들의 이념투쟁에 아이들의 꿈이 터지는 것이다. 나는 동구마케팅고등학교가 ‘동구여상’이란 것도 이번에 알았고, 동구여상이 명문고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고,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곳인 것도 이번에 알았다. 정상에 오른 학교다보니, 견제와 감시의 대상임에 틀림없지만, 그곳에 학생들이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고있다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은 기억해야한다. 19세 성년이 안되었다고 해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권으로서 ‘인권’까지 무시되어서는 안되며,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들이 뿌리뽑혀서는 더더욱 안된다.
교육위원회는 A교사의 인사 청문회를 왜 동구마케팅고등학교에서 기말고사 준비기간에 해야했는가? 참으로 이해가 안된다. 차라리 서울시 의회에서 진행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는가? 교장을 출석시키면 간단한 것인데, 왜 학교를 방문해서 학교시설을 감독하지도 않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현장방문을 하고, 학교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김문수 교육위원장에 따르면, 그날 현장방문에는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성북2)과 황준환 부위원장(새누리당, 강서3), 김생환 위원(더불어민주당, 노원4), 김창수 위원(더불어민주당, 마포2), 박호근 위원(더불어민주당, 강동4), 유용 위원(더불어민주당, 동작4), 장우윤 위원(더불어민주당, 은평3), 장인홍 위원(더불어민주당, 구로1), 허기회 위원(더불어민주당, 관악3), 송재형 위원(새누리당, 강동2)이 참석했고,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황준환 부위원장(새누리당, 강서3)과 송재형 위원(새누리당, 강동2)은 새누리당인데도, 해당 기자회견문을 함께 낭독했다고, 김문수 교육위원장이 설명했다.
교육위원들도 모두 명문고를 나왔거나,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것인데, 지금 자라나는 미래의 대한민국 주역들의 학교 정문을 그렇게 더럽혔어야 했던가? 과연 학교정문앞에서 어울리지 않는 ‘버려진 쓰레기처럼’ 기자회견을 한 그 사진을 보면서 동구마케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박수를 칠까? 아니며, 인상을 쓸까? 말해서 뭐할까? 이제라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고등학교를 추억하면서 1%라도 반성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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