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영화비평, 비밀은 없다]=‘비밀은 없다’ 영화는 ‘거짓의 들통’을 말하는데, 아무리 숨기고 숨겨도, 연기를 하면서 완벽히 감춰도, 결국 비밀은 들어나서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는데, 말은 녹취가 듣고, 행동은 CCTV 몰카가 듣는 세상입니다. 전화통화도 믿을 수 없는 요즘의 ‘도청과 감시 카메라’의 무서움은 살벌함 그 자체입니다.
그날,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한 그날, 딸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남편은 정치에 빠져있고, 아내는 딸이 너무 걱정이 되어서 쫓아다니는데, 역시 사랑하면 ‘애타게’ 찾는 것임을 느낍니다. 공기가 없어지면, 공기를 마실려고 애타게 호흡하듯이 평상시에 늘 옆에 있던 딸이 없어지니, 어머니는 딸만 찾습니다. 보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사느냐가 극명하게 대립됩니다. 그래도 손예진은 딸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지만, 남편은 가족보다는 정치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경찰은 피상적인 내용으로 범인을 추적한 것이고, 손예진은 어머니로서, 딸의 입장에서 하나씩 모든 것을 확인해 갑니다.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예리하게 집중합니다. 인생을 살 때, 갑작스런 위기가 닥치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는 속담처럼,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져보면 분명 단서가 보입니다. 상대후보자가 딸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렀다는 것, 그것을 알아차립니다.
이 대목에서 첫 번째 비밀이 밝혀집니다. 그것은 상대 진영에서 도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고 했는데, 상대방을 알려고 애쓸 때, 주의할 것은 상대도 나를 알려고 ‘도청’의 감시를 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상대를 이기려고 경쟁할 때, 비밀이 밖으로 새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합니다.
범인은 상대 후보라는 것. 이때부터 김주혁이 맡은 김종찬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합니다. 동정표가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손예진은 남편에게 “그날 어디서 뭘 했냐”고 의미심장하게 던집니다. 이 질문은 ‘복선’(伏線)입니다. 결말을 위한 밑작업으로 던져진 대사인 것 같습니다.
손예진은 딸의 일기장과 이메일을 열어봅니다. 정말로 어렵게 이메일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고, 1350의 이메일로 2년전에 시험지가 도착한 것을 발견합니다. 수천개의 이메일을 열어보면서 알아낸 단 하나의 정보였는데, 그 시험지는 학교 시험지였습니다. 누군가 손예진의 딸에게 시험지를 보낸 것인데, 혹시나 하고서 학교 홈페이지로 확인해보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였습니다. 시험지 유출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것이 2번째 비밀입니다.
딸이 부모를 속였던 것입니다. 부모가 딸의 성적이 나쁘다고 생각하니까, 늘상 그것이 힘들었고,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 딸은 담임교사를 통해서 시험지를 미리 건네받고 성적이 갑자기 급상승했던 것입니다. 시험지 유출사고가 있어서, 자신의 딸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님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담임교사를 찾아가서, 시험지 유출사고에 대해서 따집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왕따여서 도움을 줬던 것 뿐이라고 비밀을 숨깁니다. 이 담임교사(미술)가 범인인데, 비밀을 숨기고서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김종찬 후보가 선거에서 이겨야지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민진의 친구 미옥이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미옥이 용의자로 체포되면서, 새로운 비밀이 드러납니다. 미옥의 아버지가 바로 남편의 운전기사였던 것입니다. 미옥의 신발로 옷을 검사해보니, 죽은 민진의 혈액이 검출됩니다. 미옥이 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정황이 포착된 것입니다. 미옥은 스스로 입을 다뭅니다.
손예진은 다시 미술교사가 건네준 딸의 공연 영상을 가만히 쳐다봅니다. 그 안에서 자신의 딸이 공연하는 것을 정말로 환호하는 학생을 발견합니다. 딸의 친구들인데, 가서 만나보니, 함께 공연밴드를 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비밀의 아지트를 발견합니다. 딸의 새로운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딸은 ‘공연과 예술’의 재능이 있었는데, 부모의 무관심속에 진로를 찾지 못했던 것입니다. 손예진은 그곳에서 1억원의 5만원을 발견하고서 미옥을 의심합니다. 미옥(딸의 단짝 친구)가 아지트에 오자, 오만원권을 뿌리면서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봅니다. 이때 비로소 비밀이 나옵니다. 미옥에게 남편의 불륜 영상과 마지막 카톡문자가 있었습니다.
미옥을 통해, 손예진은 모든 비밀을 알아버렸습니다. 남편이 딸의 담임교사와 불륜관계였고, 단짝 친구와 딸은 오랫동안 담임교사를 협박해서 시험지를 미리 받아서 성적을 올렸고, 그 영상은 본래 미옥의 핸드폰에만 있었는데, 선거가 있기 얼마전에 미옥은 담임교사의 불륜상대가 민진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민진에게 알려주자, 민진이 그 영상을 보면서 머리가 돌아버립니다. 미술교사는 아이까지 임신을 했고, 민진은 아무 것도 모르는 자신의 어머니가 너무 불쌍해서, 선거가 있는 그날에 ‘미술교사’에게 1억원을 요청하는 협박을 한 것입니다. 동영상 유포 카드를 내밀면서, 1억원을 건네받으면서, 김종찬의 심부름꾼은 민진을 죽였고, 그 사건을 보고있던 미옥이 다시 차를 몰아서 심부름꾼을 죽였습니다.
손예진은 선거 당일에 가장 맛있는 식사를 차려주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투표를 합니다. 남편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웃으면서 철저히 가면을 씁니다. 전날 미술교사에게 확인해보니, 남편의 불륜을 딸이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선거가 이겼고, 손예진은 ‘갑’이란 인물을 사건현장으로 불러냅니다. 손에는 남편이 호신용으로 선물을 준 2만볼트 전기권총이 있고, 현장에 범인이 나타나서 손예진이 접근했는데, 거기에 남편이 있었습니다. 기업을 한 손예진이 2만볼트 전기총을 발사합니다. 남편은 깨어나보니, 아내가 자신을 두둘겨 패고 있고, 자신이 왜 맞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미술교사와 불륜을 협박한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부인이 나타나서 자신을 묶고 매로 두들겨 팬 것입니다. 그리고, 검정 비닐봉지로 감싸더니, 숨을 못쉬게 만듭니다. 그리고 다시 풀어줍니다. 손예진은 모든 비밀을 알았는데, 남편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자신이 딸을 죽였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손예진은 남편에게 딸의 핸드폰을 켜면서, 그 속에 있던 불륜영상을 틀어줍니다.
그리고 그 영상을 상대 후보 홈페이지로 업로드시켜버립니다. 영원히 죄의 감옥에 갇혀서 통곡의 세월을 보내라고 죽이지 않은 것입니다. 비밀을 알아버린 이 참혹함은 ‘죄’(罪)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저 즐김의 쾌락으로 불륜을 저질렀는데 그것이 가족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국회의원이라는 명예까지도 파멸로 사라지게 하니, 누구도 모르는 불륜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심각하게 깨닫게 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도, 무단횡단을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혼자 있을 때에도 양심과 신실함을 지켜야겠습니다. 아무도 안 봐도, 하나님은 보고 계시니 죄를 짓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