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운동의 동원형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봉사’는 ‘억지의 희생’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겨우 3~4살에 해당하니, 짐작할 수가 없겠지만 학교 다니던 때에 간혹 진행된 ‘동원 부역’에 참여해본 바, 억지의 희생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군생활도 알고보면 의무적 봉사인 것이다. 해병대처럼 자원하는 군인들도 ‘의무’를 ‘지원’으로 앞당겼을 뿐, 국가봉사에 기쁨으로 동참할 사람이 요즘 어디에 있을까?
나는 자주 교육한다. 학생들에게 봉사의 본질을 논함에 있어서, 왜 쓰레기 줍는 것이 봉사활동에 해당하는지, 핵심적으로 설명한다. 흔히 사람들은 쓰레기 청소를 ‘착한 행실’로서 봉사활동을 묘사하는데, 참 잘못된 설명이다. 착한 행실이 봉사라면, 쓰레기 청소가 착한 행실이어서 봉사활동이라면 착하게 살면 ‘자원 봉사자’란 말인가?
쓰레기 청소는 국가의 의무이다. 쓰레기 청소부는 국가 공무원으로서 녹(祿)을 받으면서 새벽에서 저녁까지 청소에 몰두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보면 청소부와 청소차가 길거리를 누비면서 먼지를 뒤집어쓴다. 우리가 쓰레기를 줍는 것은 쓰레기 청소부가 해야할 일을 대신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 청소가 봉사활동인 것은 ‘국가가 해야할 일’을 대신 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나의 이익과 관점’만을 생각하면 결단코 쓰레기를 주울 이유가 없다. 저녁이 되거나 새벽이 되면 청소부가 하기 때문이다. 나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청소를 하는 이유는 ‘국가적 입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내 방 청소는 내가 하듯이, 국가의 쓰레기를 주웠으니 국가의 지도자로서 삶을 사는 것이다. 봉사는 곧 국가의 지도자로서 사는 것을 뜻한다.
봉사(奉仕)는 받들 봉(奉)과 벼슬 사(仕)를 의미한다. 봉사는 곧 국가의 지도자로서 벼슬을 하는 것인데, 공동체를 위한 헌신과 희생의 삶을 사는 사람을 일컬어 ‘봉사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의 삶을 사는 사람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공동체를 위해서 사는 사람은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한다. 봉사는 곧 국가 혹은 지역공동체를 위해서 사는 사람이다. 가족공동체를 위해서 사는 사람은 곧 ‘부모’이다.
그래서 나는 ‘쓰레기 청소’보다는 ‘재능봉사’를 청소년들에게 권유한다. 쓰레기 청소를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공동체에 헌신하고 희생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자연스럽게 배움으로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는 ‘의무’보다는 ‘자율’이 보다 중요한 것이다. 자율적 봉사가 되기 위해서는 봉사 컨텐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내가 행정기관에 ‘블로그 봉사활동’을 설명할 때, ‘진로체험과 지역경제공동체 활성화’로서 블로그 글쓰기가 봉사활동에 해당한다고 몇 번을 강조해도, 공무원들은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수차례 설명해도, 공무원들은 “봉사활동은 헌신과 활동”의 틀을 강조했다. 블로그 글쓰기는 ‘활동’이 아니라서, 봉사활동이 되기에는 약간 부족하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나는 가끔 청소년들이 복지관에서 청소하는 것보다 복지관 어르신들의 연주회를 듣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 복지관은 어르신들 연주회에 학생들을 초청해서 ‘봉사활동 봉사점수’를 주려는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을까?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봉사컨텐츠 개발이 정말로 시급하다. 어르신들 입장에서도 얼마나 좋은가? 바이올린을 배워서 들어줄 사람이 없었는데, 학생들이 듣고서 박수를 쳐주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봉사활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봉사제도가 도입된지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봉사활동의 개념이 바뀔 필요가 있다. 본질로 되돌아가야한다. 1995년 봉사활동에 봉사점수가 부여된 목적은 ‘사회공동체를 탐색’하기 위함이었다. 진로체험과 봉사활동은 따로 국밥이 결코 아니다. 학생들이 학교공동체와 지역공동체와 사회공동체와 국가공동체와 지구공동체를 알아가는 모든 것이 봉사활동에 해당되고, 특히 학생의 재능과 취미를 존중하는 봉사컨텐츠를 더욱 개발해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좋아서 활동하는 봉사 프로그램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봉사시간은 단지 봉사활동에 대한 부수적 확인이고, 봉사활동 그 자체가 기쁨이 되기 위해서는 오직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이 되도록 봉사컨텐츠가 개발되어야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학생들의 재능을 개발하면서 공동체를 위한 봉사활동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1석 3조의 봉사활동이 아니겠는가? 재능개발과 공동체 봉사와 봉사점수의 3가지 혜택을 받게 되니, 기쁨의 봉사활동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