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에 대한 정의는 교수마다, 나라마다, 분야마다 각양각색이다. 문화(文化)는 자연의 반대말로서, 사람의 손이 닿은 자연을 의미한다. 포도가 자연속에 있으면 그냥 포도이지만, 사람이 재배를 하게 되면 문화가 된다. 그 포도를 숙성하면 ‘와인’이라는 음식문화가 된다.
29일 한일문화교육원 경로대학 19기 강좌에 명지대 산업대학원 국제교류경영학 이연희 재학생의 강의가 있었다. 주제는 ‘와인문화 이해하기’였다. 이연희 교육강사는 유럽에 거주하면서 와인문화를 익혔던 전문경험을 바탕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스페인 등에서 재배되는 포도품종과 와인의 숙성도에 대해 쉽게 설명했다.
“와인은 쉽게 말하면 김치와 같아요. 김치가 발효하면 맛이 들듯이 와인도 마찬가지예요. 김치중에는 햇김치가 있듯이 와인에도 숙성을 시키지 않고 바로 마시는 와인이 있는데 그게 바로 11월에 출시하는 보졸레 와인이예요. 우리는 와인을 술로 인식하지만, 유럽에서 와인은 마치 우리가 막걸리 마시듯, 식혜를 마시듯 어떤 격식없이 그냥 즐긴다고 보면 됩니다”
와인(wine)에 대해 이연희 강사는 설명하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국제교류경영학 학도답게 다문화를 통한 음식문화를 새롭게 해석, 접목하고 있었다. 와인의 전통재배방식과 포도품종에 대한 어려운 설명을 배제하고, 어르신들의 언어로서 쉽게 풀어가는 강의였다.
이연희 강사는 “밭마다 토양이 다르고, 햇빛이 달라서 콩이 잘되는 곳이 있고, 밭이 잘되는 곳이 있고, 고추가 잘되는 곳과 감자가 잘되는 밭이 있듯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프랑스 각 나라와 산맥의 형상에 따라서 토양이 달라서 포도품종이 달라져서 와인의 종류가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보편적 와인에 대한 통념도 무의미했다. 이연희 강사는 “레드와인은 고기와 먹고, 화이트 와인은 생선과 먹는다는 것은 그냥 보편적 관념일 뿐, 내가 오늘은 이것을 먹고 싶다면 그것을 마시면 된다”면서 “자신의 입맛과 취향, 경제적 여건에 맞춰서 와인을 선택하고, 함께 대화를 나눌 사람과 소통의 매개체로서 와인이 필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포도껍질 두께로 와인의 색깔 결정
와인을 숙성함에 있어서, 포도껍질의 두께가 와인의 색깔을 결정한다. 이연희 강사는 “포도껍질이 두꺼우면 그만큼 와인 색깔이 진하고, 껍질이 얇으면 와인 색깔이 투명하고 맑다”면서 “색깔이 진하면 숙성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껍질 얇아서 색깔이 투명하면 빨리 마셔야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와인하면, 스테이크와 케익을 떠올리는데, 묵은지를 물에 씻어서 와인과 즐기면 그 맛이 색달라요. 총각 김치와 와인을 즐겨도 맛이 어울려요. 우리나라 음식과 와인이 절묘하게 어울리는데 사람들은 잘 몰라요. 김치전과 함께 와인을 마셔보세요. 그것도 독특해요”
와인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와인과 묵은지’를 묶는 이연희 강사의 말속에서 ‘다문화의 깊은 맛’이 숨어있는 듯 했다. 강좌를 들은 어르신들도 뭔가 귀에 번쩍 뜨이는 듯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존에 알던 와인에 대한 상식이 그릇처럼 깨지는 느낌이다. 이처럼 한국전통문화와 다문화가 서로 어울린다면 ‘절묘한 맛’이 날 수 있겠다싶다.
정지윤 명지대 산업대학원 국제교류경영학 교수는 이번 와인 강좌에 대해서 “와인을 선택할 때 입맛에 맞춰서 고르는 것이 공식이라는 말과 ‘묵은지와 와인이 어울릴 수 있다’는 설명이 정말로 공감이 간다”면서 “와인업계에서 오래 활동한 경륜위에서 한국 음식문화와 접목해서 와인을 재해석한 강의가 참 좋았다”고 평가했다.
경로대학 19기를 맡은 이경숙 교육부장은 “우리가 알고있는 와인상식은 레드와인은 고기와 먹고, 화이트와인은 생선과 먹는 것인데, 자기 입맛과 주머니 사정에 맞춰서 묵은지와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며 “우리가 와인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강의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