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장창훈 작가]=현재 꽤 잘나가는 음악 프로듀싱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영찬 작곡가의 ‘히트곡 만들기’ 여름방학 특강(세종사이버대 실용음악학과)이 2회에 걸쳐 진행됐다. 박주향 학과장님도 특강 현장에 함께 동석해, “현업에서 K팝을 비롯해 가수들의 곡을 직접 제작하고,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는 작곡가의 비법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실제 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곡 분석법을 통한 작곡비법을 쉽게 알려주셨다”고 소감을 전했다. 졸업한 선배님들, 재학생들, 타학과 학생들까지 작곡에 관심이 있는 학우들이 참석했다.
지난 주, 특강을 놓쳤던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오늘 특강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히트곡 만드는 비법’에 대한 지식적 강의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달랐다. 곡이 실제로 어떻게 제작되는지, 작곡노트를 그대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이런 기회는 쉽게 볼 수 없는 시간이다. 요리사가 집에 손님을 초대해서,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함께 요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 대부분은 만들어진 요리를 먹지만, 그것으로는 요리방법을 알 수 없고, 레시피를 공개해도 잘 모른다. 실제 그 과정을 볼 때, 느껴지는 뭔가가 있다. 작곡의 요리과정을 생생하게 공개했다.
저녁 8시, 지금은 집이다. 이영찬 작곡가의 얼굴이 생생하다. 내 생각은 지금도 무방관이다. 내 생각은 그곳을 도돌이표로 돌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이나, 곡을 만드는 것이나, 사실은 동일한 패턴이다. 작곡의 방법을 보니까, 알아졌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섭씨온도가 온 몸을 타고 나팔꽃처럼 기어오르는 여름날씨, 카메라 가방을 기어이 매고서 그곳까지 간 보람이 있었다. 내 마음을 재충전한 에너지를 먹고 왔다.
오자마자, 내가 한 일은 이것이다. 나는 집 앞 정원에 각종 식물을 기르고 있는데, 옆집 아줌마가 항상 거름을 줬다. 그것이 미련한 짓이었고, 게으른 농부의 자세였고, 내가 식물을 사랑하지 못한 결과임을 알게 됐다. 내가 뒤뜰의 정원을 가꾸지 않는다면, 내 정원이 아닌 것이다. 작곡의 전문기술을 이미 익힌 이영찬 작곡가는 지금도 곡을 쓰기 위해 원초적인 수작업으로 곡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 장면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됐다. 그 하나가 나로 하여금 거름을 품에 안고 식물의 뿌리에 뿌리게 한다. 비를 맞으면서, 나는 즐거웠다. 이것도 식물을 향한 나의 음악이다.
“곡을 쓸 때, 보컬키 정하기, 장르 정하기, 템포 정하기, 코드 진행 정하기, 악기 구성, 곡의 톤, 보컬 멜로디, 송폼, 리듬 섹션 등을 정한다. 그러나,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곡의 컨셉! 이것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곡의 컨셉은 누가 그 곡을 부를 것인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가수가 정해지면, 그 가수가 불렀던 곡들을 들어보고, 그 곡들을 분석해야한다. 가수가 그동안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지, 들어보면서 분석하는 훈련을 반드시 해야한다. 그것이 작곡의 밑거름이다” (이영찬 대표님 강의_편집)
이영찬 작곡가는 실제로 가수의 노래를 틀고서, 학우들과 함께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초반부 10초에서 멈추더니, 질문을 던진다. “왜, 인트로가 없죠?”
아! 노래는 물마시듯 듣는 것이 아니었구나! 나는 그 질문을 들으면서, 순간 작곡의 비밀통로에 진입했다. 목수로 활동하면서 건축의 신비를 배웠는데, 그때 그 느낌과 동일했다. 왜, 여기에, 이 벽체를 세웠을까? 왜, 여기서 드럼이 들어왔을까? 혹은, 왜 드럼이 들어오지 않고 있을까? 한마디, 혹은 4마디가 진행되면서 사소한 악기의 변화, 리듬의 변화, 가사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그때마다 질문을 던졌다. “왜, 이랬을까요?” 이것은 시나리오 작곡법과 동일하다. 왜, 이때 갑자기 누군가 등장했을까? 왜, 이때 갑자기 배경음악이 깔렸을까? 모든 창작물에는 의도가 없는 출현은 없다. 보컬과 악기가 어떻게 서로 지금 진행하고 있는가? 이영찬 작곡가는 지루한 방법으로 계속 물었다. 매번, 그는 그렇게 곡을 분석하고, 질문하고, 생각하고, 그런 방법을 통해 가수를 알게 되고, 곡의 컨셉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김윤아의 고잉홈을 비롯해 그녀의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단 한번도 ‘가사 뒷면’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노래를 잘 부르는구나! 이 정도만 생각했는데, 노래와 함께 악기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노래의 배경이 되는 뒷면에 대해 분석하는 법을 오늘 배웠고, 앞으로 취미삼아 해볼 계획이다.
“작곡가는 모든 악기들의 기본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작곡은 청중과 밀당이다. 청중의 입장에서 지루할 때, 반복을 피하기 위해 악기를 적절히 다루는 법을 알아야, 청중의 마음을 끌어가는 곡을 만들 수 있다” (이영찬 작곡가_편집)
그가 내 마음에 퇴비를 준 것은 이것이다. 아, 유기농 비료다. 얼마나 감사한지!!! 얼씨구나, 좋구나!!!
“왜, 곡을 분석해서 쓰는 것이 좋은 줄 알면서, 하지 않을까? 그것은 안주해서 그렇다. 이 정도면 됐지, 나쁘지 않으니까, 새롭게 하려면 피곤하니까, 그냥 거기서 멈춘다. 한번 안주하면 그게 편하니까 계속 안주한다. 안주가 고정값이 된다. 실력은 거기서 멈춘다. 시장 분석이 없는 곡은 시장성이 없다. 대중과 소통하려면 반드시 시장성을 분석하고, 그 첫단추가 곡을 분석하는 것이다. 1곡을 분석할 때 10시간씩 한다.” (이영찬 작곡가_편집)
이영찬 작곡가는 모든 교육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방금 했던 그 질문과 분석, 지금 하는 이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 음악적으로 성공한다. 까페에서 곡을 들을 때도 왜 드럼이 저 부분에서 나왔을까, 왜 보컬은 저렇게 노래할까, 그 질문을 하면서 듣는다면, 이미 작곡의 행위를 하는 중이다.”
‘마에스트로’ 곡도 분석했다. 나는 사실 그 곡을 처음 들었는데, 가사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고, 너무 난해한 음악용어들이 가사에 사용됐다. 그런데, 그것이 그 곡의 컨셉인 것을 알게 됐다. 이영찬 작곡가를 통해 작곡의 새로운 눈을 뜬 순간이다. 작곡이 내겐 ‘인삼김치’처럼 보인 순간이다.
“히트곡을 만드는 비법은 히트곡 속에 숨겨져 있다. 히트곡을 날마다 들으면서 분석하면, 곡속에 감춰진 히트곡의 소스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 악기는 왜 이 공간에 사용되었을까, 왜 여기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질문을 할 때 정답을 1가지, 5가지, 20가지를 갖게 된다. 정답을 많이 알게 될수록 작곡의 소스를 많이 알고, 음악적 해석능력을 갖게 된다. 이것은 학력이나 음악전공과 전혀 상관없다. 날마다 곡을 분석하는 훈련을 하느냐, 하지 않는냐에 달려있다. 음악 전공자의 맹점은 음악적 틀에 갇혀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 있다. 비전공자가 음악의 재능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어쩌면 음악에 대한 자세,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영찬 작곡가_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