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까지 ‘닥터의 얼굴’을 비공개로 처리했다. 이 정도 긴 시간은 ‘갈등의 힘’이 소진한 상태다. 그래서 닥터의 얼굴이 공개된 것이다. 사건을 다른 방향으로 전개할 목적이다. 관객은 똑같은 것을 계속 보면, 금방 지루하다. 닥터얼굴이 특히 그렇다. 11화는 닥터 얼굴이 공개되고, 시청자는 닥터 얼굴을 알지만, 주인공은 닥터 얼굴을 헤깔린다. 추리극에서 범인을 틀리게 하는 것, 거의 근접했는데, 그 앞에서 헤맬 때, 시청자는 흥미진진함을 갖는다. 닥터 얼굴이 공개되는 과정에서도 처음에는 살짝 보여주고, 윤사장을 죽인 범인이 직접 전화로 거래를 하도록 제안한다. 범인은 2가지 선물, 권총과 메모리 카드를 보낸다. 그것이 앞으로 전개된 사건의 중요한 복선이다. 범인은 물건을 택배로 보냈고, 정상의 얼굴이 시청자에게 드러났다. 이제, 닥터의 존재는 ‘비밀’이 아니다. 다른 갈등 구조가 필요하다. 갈등이 없는 드라마는 고춧가루가 없는 비빔밥이다. 그래서 태진쪽에서 계속 갈등이 산발적으로 터지면서, 갈등의 축이 옮겨간다.
장면전환, 태진한테 목이 눌려서 죽을 뻔 했던 오윤진이 목에 기부스를 하고서, 식당에서 밥조차 먹지 못하고, 옆에서 허주송이 밥을 수발들고 있다. 그것을 재경이 가만히 지켜보는데…. 그리고 장면전환, 태진은 PC방 주인에게 CCTV영상 삭제를 명령한다. 장면전환, 재경은 화장실에서 식욕억제제 8알을 챙겨서 먹는다. 알약을 하나씩 세는 장면을 통해 초조함과 불안감이 나타나고, 밑에서 위로 앵글을 잡으면서 역시 불안감을 말하고 있다. 음악도 빠르게 나온다. 재경이 마약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마약범을 잡는 것보다 마약과 실제로 싸우는 장면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그리고 다시 식탁에 앉아서, 핸드폰에 글을 써서, 쪽팔리지 않으려면 연극을 그만두라고 한다. 아니면 의자를 빼겠다고 하자, 윤진은 그제야 목 기부스를 풀고서 정상처럼 말한다. 긴장감이 감돌던 분위기가 갑자기 유머로 풀어지면서, 갈등이 일단락된다. 갈등이 터지고, 그 갈등이 해소될 때 시청자는 평안함을 느낀다. 계속 긴장감을 갖게 되면 긴장감의 피로도가 쌓이면서 드라마의 흥미도를 잃게 된다. 그리고, 비밀번호를 서로 4자리씩 알고 있다는 정보,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정보….. 그것이 레몬뽕을 건넬 때 코인으로 받았던 이유다. 그런데,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기회가 1번만 남았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현관 비밀번호가 맞을 것 같다.) 식탁에서 재경과 윤진은 레몬뽕을 만들고 배달하고 먹고, 누가 그 사업을 주도했는가? 즉시 추리를 하고, 그 끝에 태진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범인의 모습을 먼저는 정상의를 보여주는데, 뒷모습, 손, 발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종수(회장 아들)에게 배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곳을 나오면서 엘리베이터에서 장재경의 번호를 쳐다보는 모습, 그리고 손가락을 두드리는 모습을 각각 보여준다. 이것은 고민하고 망설이는 전형적인 상징법이다. 그런데 재경은 정상의를 닥터로 보지 않고, 태진을 닥터로 의심한다.
성질이 불같은 정윤호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윤호 와이프가 집을 나서는 것으로 장면이 시작된다. 두리번거리는 모습에서 경찰을 살피는 것이 느껴지고, 그때 초인종 소리가 눌러지는데, 최지연의 집이다. 이런 장면은 나중에 있을 것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태진이 이번에는 들어왔지만, 같은 방식으로 윤호도 지연에게 들어왔다. 똑같은 장소를 방문하는데,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윤호 와이프가 방문한 것이 아니다. 윤호 와이프는 집을 나서는 것만 살짝 보여준 것이다. 태진인 것을 지연이 확인하더니, 문을 열어준다. 그때 태진의 얼굴을 밑에서 잡았다. 긴장감을 말한다.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분노가 폭발할 것 같은, 그리고 식탁쪽으로 오더니 지연을 보지도 않고, 등을 보인 채로 물을 마시더니, 오윤진을 만났던 것, 비밀번호가 맞아, 짧은 어투, 태진은 인상을 찌그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기를 떠난다. 자동차에 들어와서, 운전대를 내리치면서, 감정을 표출한다. 지연에게 화를 내지 않은 것은, 앞서 PC방에서 너무 격하게 싸웠기 때문이다. 폭력행사의 반복행위는 피로도를 준다. 그때, 정상의가 전화를 걸고, 윤사장 이야기를 꺼내자, “멍청한 새끼야, 전화로는 그런 이야기 하지 말랬지!”라고 역정을 낸다. 전화가 항상 사건전개의 중요한 도구다. 명을가든에서 약속을 잡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별장(5천억 투자금 확정소식) 이 사건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이분이 나쁜 사람들로 갈라진다. 사건적 홍해바다, 극명한 대립들로 영상이 배열된다.
이구그룹에서 투자금을 확정하지 않으면, 필오동 개발도 별볼일 없는 사업이 된다. 안현시와 거래가 불투명해진다. 별장에서 그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종수, 전화를 붙잡고 있다. 그리고 전화벨 소리, 전화를 끊고서 시무룩하게 계단을 내려온다. 계단 위쪽에서 전화를 받았고, 계단 밑에서는 친구가 있다. 둘은 서열관계가 그렇게 표현된다. 그리고, 친구 앞에서 얼굴을 활짝 편다. 전형적인 반전표현법이다. “핸드폰 전화”는 태진이 차에서 전화기를 내려놓고, 눈동자를 어디에 둘지 몰라서 초조하게 흔들리는 표정, 그리고 덜그락하는 소리가 나면서, 즉시 장면전환이 ‘핸드폰’으로 이어진다. 이런 장면전환은 상당히 고급기법이다. 핸드폰의 잔상으로 매끄럽게 연결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하이앵글로 잡고서 켜지는 모습이 포착, 그리고 걸어다니다가 돌아서는 모습, 2층과 1층에서 모두 그렇게 하다가 전화가 울리고, “어떻게 됐어”라고 물을 때, 1층에 있는 친구 얼굴이 포착된다. 그 친구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장면마다 심리가 정확히 나타난다.
#검찰(태진과 재경의 만남)
검찰청 복도, 양쪽에 문이 있는 복도다. 오른쪽 문에서 태진이 전화를 받은 채로 걸어서 나오고, 반대편 문에서 서랍함을 들고 있는 사람이 걸어간다. 배경에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 것이 긴장감을 조성한다. 뭔가, 사건이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검찰청을 알리는 플랭카드, 태진의 목에 있는 검찰청 목걸이가 서로 어울린다. 태진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축하해”라고 말로는 말하지만, 표정은 떪은 감을 씹은 것 같다.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통화, 왼손을 갑자기 주머니에 넣는 제스처를 하더니, 전화를 끊고서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눈동자를 어디에 맞출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검사실 문을 열고, 다시 안쪽에서 앵글이 잡힌다. 촬영 카메라 입장에서는 밖에서 이미 안으로 들어온 것인데, 손잡이를 통해서 시청자는 출입을 한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것은 사실 일상적이지는 않다. 일상생활에서는 문을 열고 그대로 들어가면서 문 안에 있는 사람이 보이는 것이지, 문을 연 사람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문을 열 때, 안쪽 사람의 관점으로 이동한 것이다. 태진이 복도에서 전화를 받을 때, 음악이 약간 묵직하게 진행되면서,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앵글로 잡았고, 서서히 클로즈엎하다가 태진이 이동하도록 설정했다. 태진의 심리묘사를 앵글로 표현한 것이다.
문을 열고 고개를 숙이면서 들어간 태진이 갑자기 멈춰서 놀란 표정이다. 그리고 재경의 얼굴을 비추더니, 빠른 템포로 음악이 들어가면서 재경의 얼굴을 빠르고 크롤즈엎한다. (빠른 클로즈업은 태진의 놀란 마음이다. 갑자기 나타난 재경!!) 그리고 음악이 멈추면서, 태진의 얼굴을 비추면서, 둘의 만남은 정리된다. 이제, 어떤 대화를 할 것인지…. 문을 닫고 들어오는 태진과 재경을 함께 앵글에 담아내고, 빙 돌아서 음료수 2개를 들고, “앉아”라고 말하면서, “여기까지 웬일이냐?”라고 묻는다. 뻔히, 왜 왔는지 알면서 능청스럽게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식으로 대처하는 태진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다. 재경도 담담히 가까이 다가간다. 태진은 오른쪽 발을 왼쪽에 올려 놓으면서, 검사의 권위를 나타낸다. “참고인 조사를 하러 나오라고 하면 안 나올 것 같아서”라고 말하면서 종이를 한장 꺼낸다. 통화기록에는 태진의 전화번호에 형광펜이 칠해져 있다. 꺼내면서 2번 줌인을 한다. 최종적으로 전화번호를 화면 전체에 비쳐준다. 그리고 통화기록이 살짝 나오도록 해서 태진의 얼굴을 보여준다. 놀란 모습이다. 서로를 “쫙”해서 포개고 잠바 주머니 안쪽에 넣는다. 사실, 재경이 알고 싶은 것은 다른데 있다. 통화기록을 보여준 것은 다른 질문을 던지기 위해 사전포석일 뿐이다. “네 생각은 어떤대?”라면서 태진은 질문을 그대로 맞받아친다. 그때, 로우앵글로 재경을 비춘다. 상당히 고압적이고, 수사를 하는 경찰 입장이고, 태진은 분명 검사이지만, 초라하게 비쳐진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입장이어서 그렇다. 음료수를 분명 줬는데, 재경은 음료수도 마시지 않고, 앉지도 않고 있다. 태진의 말을 의도적으로 거절하고, 경계를 두겠다는 표현이다. 서서 말하는 재경, 앉아서 고개를 들고 말하는 태진. 앵글은 정면에서 재경의 팔이 살짝 걸쳐서 촬영했다. 표준앵글인데도 고개를 들어서 말하는 장면이니, 비굴하게 변명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때, 태진의 이런저런 변명을 듣고 대충 넘어간 후, 얼른 윤진을 거의 죽일 뻔한 것을 묻는다. 그리고, “준서, 너가 죽였어?”라고 묻는다. 그때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음향효과 없이, 음료수 병을 내려놓는 “땅” 소리가 그것을 의미한다. 너무 소리가 작았다. 약간 더 크게 음료수 병을 때렸다면, 강하게 반전되는 모습을 뒷받침했을 것이다. 일어나면서 주머니에 양손을 집어 넣고, “나, 검사야, 이런 충격요법”이라고 대응하는데, 어깨가 걸쳐서 나오면서 얼굴을 잡았다.
재경은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비웃음으로 준서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서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레몬뽕 사업 규모가 100억은 넘겠던데….라고 넌지시 떠본다. “니가 닥터야?”라고 물을 때는 옆얼굴을 각각 보여준다. “네가 나를 끌여들였어?”라고 묻는데, 태진은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래도 재경은 태진을 닥터로 착각한다. 핸드폰 녹음하는 것까지 보여주면서…. 마지막 경고장을 날린다.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때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두 사람 모습이 비쳐지면서, 재경이 확 돌아서 떠난다. 떠나기 전에는 상당히 강한 얼굴빛으로 응대한 태진인데, 혼자 남았을 때는 목젖이 울렁거리면서, 고개를 돌리고, 눈동자를 어디에 둘지 모를 정도로 초조해한다. 허탄한 웃음까지 터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