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산 기슭에 먹을 것이 많다. 하나님은 농약도 하지 않는다. 자연이 주는 식품, 각종 봄나물이 나를 끌어당긴다. 입맛 돋는 봄이다. 야채가게에서 상추만 사도 3천원, 봄나물 비슷한 것만 사도 1만원이다. 감당이 안된다. 하루 3끼를 먹으려면, 경제가 축난다. 나는 산이 마트다. 들판이 홈플러스다. 농약도 하지 않는 야생 봄나물!!!
오늘은 집앞 근처에 어떤 아줌마가 뭔가를 하고 있다. 이럴 때는 나는 반드시 가까이 다가간다. “뭐, 먹을 것이 있어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캐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이렇게 먹을 것과 먹지 못할 것을 확인한다. 그 아줌마는 찔레순을 따고 있었다. “어렸을 때, 찔레순을 꺾어서 많이 먹었잖아요. 이게 치매 예방에 그렇게 좋다는데…” 찔레순은 아주 보드랍다. 나도 옆에서 내가 먹을만큼 땄다.
찔레는 가시가 많아서, 먹을 수 없다고 보통 생각한다. 가시가 많아서 독이 없는 것이 찔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시 돋힌 말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일수록 어쩌면, 자기학대가 심해서인지, 심성이 고울 수 있다. 겉보기 등급으로 사람을 판단하기엔 사람의 마음은 신비한 존재다.
찔레순을 따고, 내려오는데, 풀밭이 정말 아름답다. 옛날엔 그저 눈으로만 즐겼는데, 지금은 먹을 수 있나? 그게 궁금하다. 나는 초식동물이다. 검색을 해보니, 갈퀴덩굴이다. 얼마나 가지런하게 올라왔던지, “나를 드세요”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먹을만큼 나는 채취했다.
아파트를 지나, 마트에서 ‘두부 한모’를 사서 올라오는데, 아파트 화단에 무슨 잡초를 뽑아서 버려졌다. 먹을 수 있나? 확인해보니, 이게 꽃마리 나물이다. 오이맛이 나는 향긋한 나물인데, 그냥 버려졌다. 나는 좋은 부분만 챙겨서 가져왔다.
집 근처에서 쑥 한움큼을 따서, 주머니에 넣고, 집에 도착해, 쑥과 마늘을 넣어 잡곡밥을 지었다. 전기밥솥이 있다는 것은 식사문화를 최첨단으로 뒤바꿨다. 전기밥솥이 없다면, 지금 나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하고, 그렇게 하면, 밥하느라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수렵채집으로 밥먹는 것을 포기해야한다. 혼자서 밥을 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전기밥솥의 힘이 크다. 그렇게 쑥마늘 잡곡밥은 알아서 만들어졌다.
갈퀴덩굴과 꽃마리 나물을 씻어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고, 된장과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볐더니, 맛이 일품이다.
사는 것, 별것 있나?
한끼 식사 맛있게 먹고, 내 마음에 자유가 있고, 음악을 즐기고, 내가 믿는 나의 하나님께 감사의 제단을 쌓고, 그리고 내 양심의 거울 앞에서 오늘 하루 진실하게 살았는지, 돌아보며, 혹여 부끄럽지 못한 삶을 살아서 얼룩이 있다면, 눈물로 그 얼룩을 지우길 괴로워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태도가 아닐까? 찔레순 나물과 찔레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