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앞에 라벨을 붙일 때는 종류에 맞게 신경써야 한다. “가위”라고 썼는데, 열었더니 “라면”이 나온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종류와 전혀 다른 물건을 넣을 참이면, 아애 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남자 화장실이라고 붙였으면 남자만 들어가는 것이다. 이름에 맞게 물건을 넣고 꺼내는 것이다. 이름은 공간의 명확한 특징이다. 문구류로 분류했는데, 부엌칼과 망치가 들어가면 라벨은 쓸모가 없게 되고, 오히려 뇌에게 혼동을 준다. 뇌는 이제 “문구류”라고 적힌 곳에 문구류가 없고, 부엌칼과 망치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까지 기억해야 한다. 뇌는 그만큼 부담이 간다. 게다가 그 라벨 때문에 다른 라벨조차 신빙성이 사라진다. 만약, 기준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노트북과 직장 컴퓨터가 모두 동일한 형태로 꾸며져 있다면 사용하기에 편할 것이다. 직장을 기준해서 집에 컴퓨터 바탕화면을 바꾸면 된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하면 동일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안 쓰는 물건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신발 중에 1년 넘게 신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 서랍에서 볼펜을 꺼냈는데, 써지지 않으면, 즉시 버려야지, 혹시? 하고서 다시 넣으면, 또다시 곤란을 당한다. 지금 안되면 나중에도 안된다. 옷도 마찬가지다. 고장난 전자용품, 장기간 미사용 장난감 등은 사실상 폐기처분된 쓰레기다. 언젠가 쓴다고?? 아무리 비싸도 쓰지 않으면 고물이다. 고물과 보물의 기준은 ‘사용’이다. 기억은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억은 공간의 그림자와 같다. 그 공간과 그 기억이다. 고향에 가면, 과거 기억이 고구마 뿌리처럼 주렁주렁 한꺼번에 밀려온다. 공간을 잘 이용하면 뇌의 기억력에도 도움이 된다. 고향이라는 공간이 기억에 휘발류를 뿌리듯, 공간은 기억을 담는 보물상자다. 물건의 위치를 고정된 공간에 지정하는 것도 ‘공간기억법’이다.
만약 컴퓨터가 3개가 있다면, 작업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컴퓨터를 사용하면 뇌를 자극하면서 훨씬 생산적인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는 컴퓨터와 글쓰는 컴퓨터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동일한 컴퓨터로 보게 되면, 뇌는 아주 복잡해진다. 하나의 공간에 서로 다른 종류들의 물건이 놓인 것과 같다. 컴퓨터니까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겠지만, 뇌는 참 단순하다. 컴퓨터를 서랍이라고 가정하면, 서로 다른 일은 서로 다른 컴퓨터로 하는 것이 업무부담에 효율적이다. 주방과 화장실을 구분하듯, 컴퓨터마다 용도를 다르게 해서 사용하면, 하나의 컴퓨터로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는 컴퓨터로 회사 업무까지 한다면, 작업을 할 때마다 드라마가 생각날 것이고, 결국 수학공부할 때 영어가 생각나는 것과 같다. 주방과 화장실이 각각 구분되어 있어야지, 주방에 화장실 변기를 두는 사람은 없다. 그처럼, 작업내용에 따라 컴퓨터를 각각 사용하는 것도 뇌의 효율성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