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철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공동대표

민병철 회장
[서울교육방송 인물초대석 | 민병철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공동대표]= 13일 민병철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공동대표 겸 택견연합회(김해) 회장과 2시간 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국제사회는 분열에서 화합으로 점점점 급물살을 타고 있고, 남한과 북한의 정상회담,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동계 올림픽을 통한 한반도 평화물결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물결속에 민간차원에서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처럼 역사와 문화의 교류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민병철 회장은 보이는 피상적 현상보다 근본을 추구하는 ‘뿌리 찾기 운동’이 한국인에게 급선무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한과 북한의 통일도 결국 근본의 뿌리로서 하나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 내가 솔직한 견해를 물었다.
민병철 회장이 말했다.
“동계 올림픽에서 한반도 깃발을 함께 들고 입장했듯 남한과 북한은 서로 갈라졌어도 근본 뿌리는 한민족으로 하나입니다. 적이 아니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 삼국시대, 고조선 시대에 우리는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어요. 역사가 하나이듯 많은 문화가 지금도 같은 것이 많습니다. 언어도 같고, 택견은 그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합니다. 북한에서 택견의 이름은 날파름인데 한국의 택견과 똑같습니다. 한국의 전통 무예가 북한과 남한에 그대로 전승되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죠.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에서도 택견시합을 북한에서 할 수 있도록 현재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택견 선수들이 서울에서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서 문화를 통해 남과 북이 하나될 수 있는 물결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같은 동질성으로 하나이고, 같은 겨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민병철 회장의 가족 사진
민 회장은 지금까지 북한에 7번 정도 다녀온 경험이 있다. 북한에 대한 애착과 관심은 지금의 남북한역사문화교류협회 공동대표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통일부에서 추진한 통일농수산사업단에 함께 참여해서 통일벼의 씨앗을 북한의 토지에 직접 뿌려서 가을에 추수함으로 북한의 동포들과 수확한 쌀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해왔던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현실문제가 급급한 현대인에게 북한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드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민 회장은 북한과 남한을 ‘가족개념’으로 쉽게 설명했다. 한반도라는 집에 남한과 북한이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인데, 북한은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남한은 부유하다는 분단의 아픔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다녀온 경험에 대해 내가 물었다.
민 회장이 말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햇볕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덕망있는 학자들이 직접 북한에 가서 토질을 연구해 한국의 개량 품종의 볍씨를 뿌려서 가을에 직접 추수할 수 있는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봄에는 한국의 봉사단이 함께 참여해서 모내기도 하고, 북한 동포를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했습니다. 가을에 수확한 쌀을 가지고서 상징적으로 하나되는 나눔활동을 한 것입니다. 같은 동족인데, 그들은 굶어죽고 우리는 남아서 풍족하니 마음이 너무 슬펐지만, 고기를 주기 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준다는 당시 사업을 통해서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작지만 소중한 일을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개인적으로 북한은 쌀이 없어서 쌀과 전쟁을 하고, 남한은 먹을 것이 넘쳐나서 다이어트한다고 살(肉)과 전쟁을 하니, 너무 극명한 대립현상에 북한에 대한 애착을 더 갖게 되었습니다. 개성공단에도 간 적이 있는데 산 전체가 벌거숭이였어요. 북한 주민들이 땔감을 한다고 산의 나무를 베다보니 벌거숭이 산이 되버렸어요. 나무를 사서 산에 심었던 것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때 나무에 ‘민족자본 민병철’이라고 명패를 새겨 걸어준 적도 있었습니다.”
민 회장은 ‘남북역사’의 본질에 대해 2가지를 거론했다. 한국에서 진보와 보수의 역사관이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역사의 본질은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고 설명하고 전승해야한다고 민 회장은 설명했다. 지나치게 포장한 역사는 거짓으로 흐를 위험이 있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으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역사의 과오’를 사실로 기록해야 역사왜곡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기성세대가 거짓으로 역사를 포장해서 청소년에게 왜곡된 역사를 교육한다면 그 자체가 거짓의 역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과오를 과오로 인정함으로 반성할 때 무너진 역사가 바로 세워지면서 올바른 역사관이 심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 회장은 상고 역사의 뿌리로서 ‘고조선’과 ‘고려사’에 대해 새로운 역사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남한과 북한은 반드시 상고역사 뿌리로서 고조선의 역사를 함께 연구하고 역사교류를 해야합니다. 고조선의 무대는 만주벌판이었는데 역사를 잃으니 중국의 동북아 공정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역사를 바꿔서 북한을 자기 땅으로 삼으려고 역사왜곡을 서슴치 않고 있는데, 남한과 북한이 역사의 단절을 멈추고, 역사교류를 통해서 고조선의 뿌리가 지금의 만주와 연변까지 이어진다고 증명하고 역사적 유물과 기록의 근거로 대응해야만 한반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역사에 무관심하면 중국에 서서히 땅을 뺏길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에 반드시 관심을 갖고 투철한 역사관을 가져야합니다.
둘째로 고려사를 반드시 재정립해야합니다. 고려의 수도가 북한에 있다보니 한국의 고려사는 압축되고 조선사에 비해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사교류를 통해서 한국의 고려사가 북한의 유물을 토대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고, 북한도 한국의 조선사를 반영해서 새롭게 쓰여질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는 결국 사료중심의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해야하기 때문에 역사교류를 통해서 민족의 뿌리가 하나로 일치될 수 있습니다. 증거가 없는 모든 말은 결국 전설에 불과할 것이고, 유물로서 남한과 북한이 공통의 역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청소년들은 역사의 뿌리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뿌리는 곧 정체성과 같습니다. 뿌리가 견고해야 외국 문물과 문화를 받아드려도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 있습니다. 뿌리가 없고 정체성이 없으면 혼과 얼까지 외국문화에 물들어 버립니다. 역사는 우리의 고유한 민족성을 잃지 않게 하는 근본 바탕입니다”
끝으로 남한과 북한의 문화교류 공헌사업을 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민 회장이 말했다.
“평생 살면서 든든한 사회 덕분에 제가 받은 은혜가 많습니다. 사회가 있어서 사업을 할 수 있었고, 가족과 친구와 지역사회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땅이 있어서 농사를 짓고 햇살이 있어서 열매가 무르익듯이 사회를 통해 제가 얻은 혜택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제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받았던 은혜를 사회에 미력하지만 돌려주기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움받은 이 사회가 남북의 분단으로 아파하니, 그 아픔을 치유하고, 더불어 사회에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