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날마다 정명석 목사님의 잠언말씀을 읽으면서 나는 내 삶을 다스려나간다. 오늘의 잠언 말씀은 ‘지식과 지혜’의 근본적 차이에 대해서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와 닿았다. 똑같은 음식을 팔아도 어떤 곳은 잘되고, 어떤 곳은 잘 안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사거리에 음식점이 있어도 어떤 곳은 손님이 붐비고, 다른 곳은 텅 비어서 망한다. 왜 그럴까?
사실, 뚜껑으로 모든 가격이 결정된다. ‘0’이 1개 더 붙느냐로 제품은 1만원, 10만원, 1억, 10억으로 결정된다. ‘0’은 ‘영적 감각’과 같다. 우리가 래미안 아파트와 현대 홈타운을 선호하지만, 그 아파트를 짓는 업체는 하도급 업체로서 별로 브랜드가 없다. 그런데도 래미안 아파트를 우리는 선호한다. 그것은 ‘브랜드 가치’로서 ‘래미안’의 이름에 공신력을 주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시공사보다 ‘건축가’에 브랜드 가치를 주면서 가격이 급상승한다. 어떤 측면이든 가격 상승에는 브랜드로서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나는 6년 정도 작가로 활동했고, 10년 정도 언론인으로 살고 있다. 시인이 된 지는 16년 정도 된 것 같다. 대학시절 포토샵을 어깨 너머로 배워서 교회 주보를 제작하면서 실무적 포토샵을 익혀서, 책 표지 제작에는 별 무리없이 지금껏 전자책을 제작해 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를 알게 되어서 표지제작을 맡기게 되었다. 역시, 손의 일은 손이 해야하고, 발의 일은 발이 해야하고, 각 전문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겨야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탁월한 실력은 마치 뚜껑을 덮듯 내 책의 가치를 급상승시켰다. 맛있는 음식도 맛있게 보여야 맛있게 먹는 법이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표지제작과 관련해 지식과 지혜의 말씀이 겹쳐서 떠올랐다. 책을 제작하는 것은 지식의 기술과 같다. 거기에 표지의 얼굴이 함께 하므로 책의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으니 지식에 지혜의 날개가 펼쳐진 것과 같다. 아무리 책이 멋있어도 사람들은 책의 내용을 보고서 책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오직 책의 표지를 보고서 심리가 움직이게 된다. 책의 내용과 책의 표지는 함께 맛물려서 연결된다.
지식(知識)과 지혜(知慧)는 ‘지(知)’가 동일하다. 지(知)는 화살과 입(口)의 합성으로, 화살을 쏘는 것은 과녁을 명중한다는 의미다. 안다는 것은 우선 입으로 말할 줄 알아야하고, 화살로 명중시키듯 실제로 그 일을 할 수 있어야함을 말한다. 화살은 옛날에 필수과목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문장실력과 자기표현에 해당한다. 知는 자신을 자신답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이다.
식(識)은 말씀 언(言)과 소리 음(音)과 창 과(戈)로 되어있다. 지(知)와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다. 말하고 창을 다루는 법을 안다는 것이다. 음(音)은 피리를 본떠서 예술적 재능도 들어있다. 지식(知識)은 무술과 예술과 학문 등을 배워서 아는 것이다.
반면, 지혜(知慧)는 전혀 다르다. 혜(慧)에는 마음 심(心)이 들어있다. 지혜(知慧)는 곧 마음의 세계에서 불현 듯 깨달아지는 것이다. 지식의 새로운 변형이 바로 지혜이다. 지식위에 지혜의 생각이 떠올라서 지식이 새롭게 적용되는 것이다. 혜(慧)는 빗자루 혜(彗)와 마음 심(心)이 합쳐져서 마음을 빗질하고 청소한다는 것이다. 마당을 청소하면 먼지가 사라져서 보기에 좋다. 하늘의 먹구름이 청소되면 맑아진다. 청소는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하고 태양이 뜨게 한다. 그처럼 마음의 거울을 닦으면 양심이 드러나고, 지혜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지혜(知慧)는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는 위에서 온다고 하고, 지식은 아래에서 온다고 한다. 지식은 배움으로 얻고, 지혜는 그 배움을 깊게 통찰함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전자책 기술에 표지의 지혜가 입혀져서 완벽히 달라진 새로움을 경험하면서, 오늘의 잠언말씀인 ‘지식과 지혜’의 오묘한 세계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