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는 까마귀들의 서빙을 받았다. 아침과 저녁에 떡과 고기로 식사를 해결했다. 이러한 대접을 일컬어 ‘공궤’(供饋)라고 한다. 공(供)은 함께 돕는 것이고, 궤(饋)는 진귀(貴)한 음식으로 대접하는 것이다. 까마귀들이 엘리야를 극진하게 대접했다. 청나라에서 조선에 사절단을 파견하면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그정도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까마귀들의 식사였다. 엘리야 입장에서 얼마나 불길했을까? 어쩌면, 엘리야의 불길한 예언이 아합왕에게는 ‘까마귀같은 뉴스’였다. 불길한 소식을 전달하는 것은 ‘까마귀들의 뉴스’다. 그런 까마귀가 열왕기상 17장에서는 주인공이다. 마치, 하나님께서 “동산 중앙에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 정녕 죽으리라”는 경고장같다. 하나님의 경고장은 아담과 하와에게 까마귀같았으리라. 불길한 뉴스임에 틀림없다. 하라는 허락과 하지 말라는 금지는 까치와 까마귀처럼 극명하게 대립된다. 인생은 왜 까치를 좋아하고, 까마귀는 싫어할까?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너는 십자가를 지고서 나를 따라야한다”는 소리는 의역해서 “베드로야, 너는 죽어 마땅하다, 죽을 죄를 짊어지고 나와 함께 죽자”는 말과 같다. 얼마나 불길한 소식인가. 복음의 본질은 십자가였다. 죽음이다. 이것은 까마귀같은 뉴스다.
결국, 내가 듣고싶은 소리는 설령 설탕처럼 달콤해도 그것은 독약이고, 하나님이 들려주는 소리는 가령 까마귀처럼 불길해도 그것이 약속이다. 엘리야는 까마귀들을 통해서 먹을 것을 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서 요단강에 숨었다. 거기서 까마귀들의 공궤를 받았다. 성경을 통해 보면, 하나님의 소리는 듣는 자의 감정으로 오지 않고, 하나님의 언어로서 내려왔다. 베드로가 옥상에서 기도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 그 불길한 음식들을 보면서 “먹어라”고 했을 때, 그것은 까마귀 고기처럼 불길했다. 그것은 상징이었다. 이방인을 전도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환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우리가 볼 때는 불길한 뉴스이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하나님께서는 그것이 기쁜 소식이다. 가브리엘이 사가랴에게, 마리아에게, 요셉에게 각각 나타났다. 사가랴에게 나타나서 노부부에게 늦둥이가 생길거라는 약속은 ‘기쁜 소식’이었다. 그러나, 마리아에게 나타나서 “아이가 있으리라”는 소식은 청천벽력이었고, 혼인을 파탄시킬 뉴스였다. 까마귀처럼 불길했다. 그런데 마리아는 “말씀대로 이뤄진다”고 믿었다. 요셉도 마찬가지다. 그 불길한 소식, “동침전 임신사건”은 평생 마음에 묻었으리라. 동방박사가 헤롯왕을 찾은 사건은 까치같았으나, 까마귀였다. 또한, 동방박사가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방문해서 선물을 준 그 사건은 까치같았지만, 까마귀였다. 그 선물을 받자마자 마리아와 요셉은 피난민 신세가 되었다. 야곱은 이삭의 축복을 받고서, 그 축복이 오히려 까마귀로 돌변했다. 형 에서가 동생 야곱을 죽이려고 칼을 갈았다. 우리는 살면서 까치와 까마귀를 수시로 접한다. 그 속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한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시면, 까마귀도 까치가 된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지 않으면, 설탕도 독약이 된다. 그래서, 하나님을 의뢰하는 것이다.
요시야는 하나님을 믿었으니, 왕으로서 병사의 옷을 입고 변장하여 므깃도 골짜기에서 죽었다. 하나님을 믿었으므로, 그 죽음이 훗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예표한 것이다. 요시야처럼 예수님은 왕으로서 백성의 죄를 대신해 죄인으로 죽임을 당했다. 요시야의 공적으로 율법책이 발견되었고, 그의 죽음으로 바벨론 포로생활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예수님의 공적으로 구약이 종결되고 신약의 아들 시대가 열렸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믿는 자마다 구원의 은혜를 선물로 받았다. 결국, 모든 것을 따먹어라는 하나님의 허락,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금지, 허락과 금지는 하나님을 통해서 확증된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 자체로 복음이다. 간혹 ‘금지의 명령어’로 우리를 억압하여도 그 소리가 하나님의 말씀이면, 억압이 곧 자유다. 뱀의 허락은 아무리 달콤해도 결국 죽음이다. 이것을 명확히 구분해야한다.
[열왕기상 17장]
3.너는 여기서 떠나 동으로 가서 요단 앞 그릿 시냇가에 숨고
4.그 시냇물을 마시라 내가 까마귀들을 명하여 거기서 너를 먹이게 하리라
5.저가 여호와의 말씀과 같이 하여 곧 가서 요단 앞 그릿 시냇가에 머물매
6.까마귀들이 아침에도 떡과 고기를, 저녁에도 떡과 고기를 가져왔고 저가 시내를 마셨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