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광 김경선 도예가를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는 삶이 도자기 자체다. 내부가 텅빈 달항아리는 그의 인생을 담아낸다. 달항아리를 만났던 광화문 광장에서, 나는 고요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는 고집스럽게, 도자기는 내부가 텅 빈 상태가 돼야 한다며, 베품의 배고품으로 도자기와 함께 살아왔다.
달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도광 김경선이 불덩이를 견딘 그 인고의 흔적이 유약처럼 느껴지며, 문양은 도공의 혼이요, 항아리는 텅빈 숨결로 가득찼다.
도공 김경선은 기계적 도자기 제품 생산을 거부한다. 불을 지피면서 그 뜨거움을 도자기와 함께 살아야, 자신을 닮은 달항아리를 만들 수 있어서다. 고뇌로 가득한 인생을 향해 달은 고요함으로 대지를 품는다. 내가 달항아리를 좋아하는 이유다.
발물레를 돌리면서 작은 꽃병 도자기를 만들어서 학생과 아이들에게 나눔봉사활동을 한 것도 수십년이 넘는다. 발물레를 돌리는 도예가는 많지만, 김경선 도예가처럼 즐겁게 물레질을 하는 사람은 없다. 오병이어 기적이 도자기로 재현되길 바라면, 김경선 도예가의 발물레앞에 가야한다.그는 흙덩이로 작은 도자기를 순간에 만들면서 “미래 도예가의 씨앗”을 배양한 진정한 예술인이다.
오늘, 도광이 선물해준 작은 꽃병을 다시 보았다. 아주 오래전 내게 준 그 꽃병에서 질퍽한 애정이 느껴짐은 무슨 이유일까. 파문이 문양처럼 나를 흔들어, 감정의 발물레를 돌리며, 하나의 글을 남긴다. 인생은 베품의 배고픔을 견디는 도자기로 살 일이다. 가득 채우면, 꿀단지와 돈단지는 될 수 있어도, 고요를 품은 달항아리는 못 된다. 달항아리처럼, 텅 빈 베품의 배고픔을 간직하며 살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