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동행취재]=화성시에 위치한 소망의 동산에서 명지대 국제교류경영학 학우들의 세대간 교류 ‘마음 나눔’ 봉사활동이 있었다. 정지윤 명지대 산업대학원 국제교류경영학 교수, 소망의 동산 김영자 원장, 백승현 국제교류경영학 학생 대표(ELSA 원장), 이기훈 3D아이템즈 대표(국제교류경영학 학생) 등이 함께 했다. 국제교류경영학은 명지대의 다문화 학문이다. 다문화와 자원봉사의 연관성??
천동설과 지동설은 관점의 차이다. 지구중심에서 보면 천동설, 태양중심에서 보면 지동설. 유교에서 보면 오른쪽이 왼쪽보다 높다. 그런데 우의정은 좌의정보다 낮다. 그 이유는 관점 때문이다. 왕이 볼 때, 좌의정이 동쪽에 위치하니 더 높다. 유럽의 산업혁명과 항해기술 발달이 일본과 조선과 미팅했을 때, 둘은 입장차이가 달랐다. 조선은 박해했고, 일본은 받아드렸다. 모두 외국문화에 대한 관점차이였고, 그 작은 차이가 미래의 운명을 갈라놨다. 다문화, 한국인들에게 이미지는 아직까지 ‘관리대상 외국인’ 정도로 치부되었다. 마치 북벌을 추진한 효종때 난파해 재정착에 실패한 하멜과 그 일행들처럼.

(우측에서) 백승현, 김영자, 정지윤, 정금희, 김현애, 이춘영, 이기훈, 장창훈
정지윤 교수는 다문화 정책에 대해서 “자국인을 포함한 다문화 정책”을 주장한다. 이는 자국인도 외국인의 관점에서 외국인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다. 일본의 개방정책,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지동설적 해석이다. 그들이 낯설면 우리도 낯설 것인데, 왜 우리는 늘 다문화 가정을 ‘주홍글씨’로 터부시할까?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글로벌 국제사회’를 운운한다. 다문화는 다른 말로 ‘국제문화’이다.
화성시 소망의 동산에서 어르신들 자원봉사 현장경험을 쌓는 이유는 자국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정지윤 교수의 설명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다문화 외국인들과 만남’을 직접 하길 원하는데, 정지윤 교수는 내국인들의 문화를 먼저 접하도록 학생들을 교육한다. 철저히 외국인들 입장에서 학생들의 미래방향을 정해준 것이다. 이런 긴 안목으로 교육설계를 하게 된 배경은 정지윤 교수가 송출과 수민업무를 직접 하고 있어서, 현장경험에 기반한 문화정착을 알고 있어서다.
소망의 동산에 도착하기까지, 다문화에 대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조선시대 대가족제도가 다문화와 연결된다는 설명까지 나왔다. 4대가 함께 살았던 그 시대는 세대간 문화교류를 밥상에서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었으니, 다문화 정책이 잘 실현된 나라였던 것 같다. 어떤 외국인은 젓가락 사용까지 한다고 하니, 경상도 사투리로 떠드는 외국인을 보듯 문화교류의 위대함을 느낀다.
소망의 동산은 그 뿌리가 2001년으로 올라간다. 15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온 노인의료복지센터이다. 2009년 8월 소망의 동산 실로원 노인장기요양기관으로 공식 지정됐다. 이후 2011년 3월 김영자 원장이 취임하고,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노인복지 컨텐츠를 개발해, 행복한 어르신들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 이번 행사도 그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소망의 동산 운영주체는 사회복지법인 희망복지재단(이현실 이사장)이다.
백승현 국제교류경영학 학생 대표(ELSA 원장)의 안내로 소망의 동산을 둘러봤다. 백승현 학생 대표는 포도학사, 사랑의 밥차 등에서 자원봉사 활동 경험이 풍부하고, 소망의 동산에도 벌써 3번째다. 앞치마를 두른 폼이 집안에 온 듯 친근해 보였다. 2층에 올라가니, 휠체어에 앉아있거나 걸어다닐 수 있는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복도에는 꽤 정겨운 그림들이 100여장 펼쳐져 있다. 1일 손자되기 행사에 참여해 그림을 그린 작품들이다. 젊을 땐 건망증이 감기처럼 사소하지만 어르신들은 치매가 치명적이다. 외부에서 많은 실력있는 자원봉사단체가 공연을 하고, 손자맺기 프로그램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울타리 주변에서 개들이 컹컹컹 짖으면서 뇌에 자극을 주면 치매방지에 큰 효과가 있다고 백승현 학생 대표가 설명한다. 듣고보니, 새로운 인식의 눈으로 이해가 되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2층에 계시던 어르신들에게 1일 봉사활동 도우미로 배정받은 사람들이 휠체어를 밀거나, 등에 업고서 1층까지 내려가는데 민족의 대이동보다 힘겨운 일이다. 아무 것도 아닌 문턱도 어르신들에게 ‘산’과 같고, 복도는 강물처럼 막막하다. 혼자서는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다. 1일 자원봉사자가 뒤에서 밀어줘도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층에 계신 25여분 어르신들이 모두 내려오기까지 30분 이상이 걸렸으니, 봉사활동 참여자들이 손발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2층에서 TV를 보겠다며 버티시던 할머니 한분은 1층에서 벌써 웃고 계신다. 자원봉사자가 “할머니 잘 들리세요?”라고 물으니, 그 할머니는 정색을 하면서 “나 귀 안 먹었어!!”라고 잘라 말한다. 모두 느낌이 살아있다. 김영자 원장이 수시로 무시로 할머니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딸처럼’ 상냥하게 장난도 치면서 말로 대화를 하는 교감활동을 한 효과도 있다. 어르신들이 모두 의자에 앉자, 김영자 원장은 어르신들 등뒤에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서, 기댈 수 있게 봉사활동을 안내한다.
김현애 학생(간호사)과 박미아 학생(고교 교사)이 특별히 준비해온 재능기부 봉사활동이 진행됐다. 박미아 학생은 ‘시낭송’으로 어르신들의 심금을 울렸다. 목소리가 잔잔하면서 울림이 깊어서 어르신들이 조용해진다. 모든 시어를 암기해서 낭송하니, 눈을 마주보면서 그 감동의 울림이 컸다. 김현애 학생은 간호사로서 ‘의학상식 재능기부’를 진행했다. 마이크를 잡으니,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매우 탁월하다. 정확히 어르신들이 뭘 아는지, 무엇에 반응하는지 알고 있다. 준비한 것은 질문 7개 정도인데, 어르신들이 서로 손을 들면서 맞추려고 한다. 오늘 며칠일까요? 올림픽이 있었던 해는 언제죠? 기타등등…. 사소한 질문으로 어르신들과 금방 친밀감을 형성하는 능력이 심리적 간호사의 재능이 있는 듯 하다.
새벽에 몹시 많이 내린 비(雨) 때문에 갈등의 서성거림을 넘어서, 자원봉사활동을 잘 다녀온 것 같다. 현장에 와서보니, 느낌이 새롭고, 어르신들을 통해서 내가 대접을 받은 것 같다. 마을잔치를 하는 듯 어깨춤을 추면서 흥겨워한 어르신들의 모습속에 우리의 모습도 비쳐 보인다. 세월의 강물은 매우 빨라, 언젠가 추억이 우리를 떠나려 할 때가 올 것이다. 미래는 그리 멀지 않다. 세월은 쏜 살(矢)처럼 빠르니, 겸허히 지금을 사랑하며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일이다.

장창훈 시인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