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동안 진행된 한일문화교육원 한자특강에서 오늘은 문자속 동이족 흔적과 1획, 2획, 3획 한자에 대해 특강을 진행했다. 보통 70~80세 정도 되시는 노인분들이 많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다. 매번 강의를 마치면, 달려와서 내 손을 붙잡고 말한다.
“60세에 한자를 이렇게만 배웠어도 내가 유식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겠는데, 지금은 들으면 금방 까먹어요, 그래도 배우는 그 순간 즐거워. 정말 쉽게 재밌게 알려줘서 고마워요, 어쩜 그렇게 쉽게 설명해. 쏙쏙 귀에 들어오니 맛난 음식 먹는 기분이예요. 오늘도 지식이 배불렀어요.”

한일문화교육원의 노인대학에서 장창훈 한자강사의 교육장면.
“최고, 최고, 최고(엄지손가락 20초)”
“한자가 왜 이렇게 쉬워요? 한꺼번에 그냥 외워지고, 재밌어요. 늘 자주 오면 좋겠네요”
어르신들의 반응이 이렇다보니, 함께 동행한 정지윤 명지대 교수님이 나보다 더 흐믓한 표정을 짓는다. 나를 추천한 이유로 더 기쁜가보다. 산이 있어서 산에 올랐다는 명언처럼 알고있는 나의 한자해석 보따리를 끌러놓은 것 뿐인데….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식의 소통으로 내가 더 즐거웠다.
어떤 분은 눈물까지 글썽인다. 나의 무슨 강의에 감동받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나의 강의를 들어준 것도 감사한대, 박수와 눈물까지 보여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식하다. 탁월하다. 어떻게 그런 해석이 나오느냐?”는 칭찬들이다.
나의 강의에 과대평가를 한 것처럼 나는 많이 부담이 되었다. 칭찬일색으로 대접을 받기는 매번 강의때마다 어색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어르신들의 교훈은 “한자가 모든 학문의 뿌리이며,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7년 남짓 한자에 미친 듯 파고들었던 세월들이 눈앞에 스치는 순간이다. 한일문화교육원 한자특강을 하면서 나의 한자뼈대가 더 튼튼해졌다.
“장국장님께 딱 어울리는 옷이예요.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죠. 진로가 멀리 있나요?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죠. 한자는 중국이 뜨면서 앞으로 빛을 발할거예요.”
정지윤 교수님의 조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7년동안 한자를 했어도, 그다지 알아주지 못하는 구박덩이로 살았던 것이 익숙해서, 한자특강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올해 초에는 스마트폰 특강을 한다고 여기저기 강좌를 개설하고, A대학의 평생교육원에 커리큘럼까지 보내주기도 했다. 개설직전, 매주 지방에 내려가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강좌를 취소하기도 했지만, 한일문화교육원 처음 특강은 스마트폰 특강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스마트폰 강의를 하겠다고 내가 PPT를 띄웠을 때, 폴더폰을 꺼내시던 할머니들과 전화번호 입력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소연하던 그때 모습들…. 어려운 전문용어를 설명할 것도 없었다. 전화번호 입력하는 것과 문자 보내는 것, 카톡주고받는 법을 알려줘야하는데 나는 아주 멀리 스마트폰 강의를 했었으니…. 쉬운 것을 알려주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던지요?
다행히, 스마트폰 강의 시작부분에 ‘孝’의 의미를 재밌게 설명하고서, 강의를 했었는데 ‘孝’의 반응이 정말로 좋았다. 정지윤 교수님의 특별한 감각이 나의 재능을 끄집어 냈고, 한자강좌로 다시 한일문화원으로 연결해서, 벌써 4번째 한자특강을 진행했다. 돌아보면, 기회는 아주 사소하게 오는 것 같다.
나는 할줄 아는게 많다. 다재다능은 보편평균과 뜻이 비슷하다. 모두 적당하면 특출난 것이 없다는 의미다. 고등학생들도 자신의 전략과목이 있듯이 사람은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고유한 자기 영역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한자’다. 이제 한자를 중심으로 그동안 펼쳐온 많은 일들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밑그림을 설계하고, 차근차근 결실을 이루는 2016년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은 동이족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증거로 家工能畓을 설명했다. 집안에 돼지가 있는 ‘家’는 영락없이 돼지집이다. 그런데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동이족 풍속과 상관있다. 제주도에 그런 흔적이 있는데, 집안에 돼지를 기른다. 옛날 신석기, 청동기 시절 집들은 대부분 반지하였고 뱀들이 많았다. 돼지와 뱀은 서로 천적이다. 옛날에 돼지띠 여자와 뱀띠 남자는 상극이라고 해서 결혼도 안했다. 돼지가 뱀을 잡아먹어서, 돼지를 집에 길렀던 동이족 풍속으로만 ‘家’의 근본이 풀린다.
工도 그렇다. 고인돌을 본뜬 이 글자는 고인돌의 장례문화가 있는 민족이 만든 것이다. 고인돌문화는 특히 동이족이 발달했다. 강화도 근처에는 고인돌이 상당히 많다. 能은 곰을 본뜬 글자이다. 곰은 미련 곰탱이란 말이 있듯이 ‘어리석음’의 대명사인데, 어떻게 할 수 있다(can)는 의미로 사용될까? 반어법인가? 단군신화를 보면 그 의미를 할 수 있다. 곰은 사람이 되었고, 호랑이는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여기서 사람이 됐다는 것은 선진문물을 받아드렸다는 것이다. 청동기문화와 신석기문화가 충돌하여서 토착민족인 웅족과 이방민족인 환인족속이 서로 융합했던 것이다. 곰은 법을 지켜 사람이 되었으니,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 것이다. 畓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자이다. 중국은 수전(水田)이라고 부른다. 논이 따로 없다. 우리는 물이 많으니까 논이 따로 있다. 항상 물이 있는 밭이 곧 畓이다.
한자를 통해 어르신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듯 설명을 하다보니, 벌써 1시간이 훌딱 지나갔다. 이경숙 교육국장님 덕분에 강의시간도 더욱 즐겁다. 교육책임자가 한자를 좋아해주니, 어르신들의 반응도 더 뜨거운 것 같다. 한자는 쉽게 배우면 쉽고, 어렵게 배우면 어렵다. 누가 어떻게 가르치느냐로 그 향방이 달라진다. 같은 노래여도 누가 부르냐로 감동과 느낌이 다르듯이, 같은 한자를 교육하는 것도 강사에 따라 그 재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좋은 재료에 뜨거운 열정과 강사 고유의 재능인 것이다.
산이 있어서 산에 올랐듯, 오늘의 시간산을 정상까지 올라서 어르신들이 만족할만한 강의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서, 정지윤 교수님과 미래학문인 다문화정책에 대해서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비오는 수요일 오랜만에 마음에 따스함이 흐르는 것 같다.
하나의 길을 묵묵히 걷다보면 그 끝이 빛으로 이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