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팔리지 않는 책을 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왜 책을 판매용으로만 인식할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속으로 되묻는다. 옛날엔 설득도 하고, 나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블로그 마케팅을 시작할 때도 ‘블로그 홍보의 중요성’을 설명했지만, 많은 기자들은 시큰둥했다. 지금은 대부분 기자들이 블로그로 기사를 송고한다. 이유는 노출이 잘되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판매용과 홍보용 2가지로 해석한다. 판매할 책은 판매할 목적으로 책을 쓴다. 이럴 경우엔 전혀 다른 컨셉으로 책을 꾸미고, 대략 1달 정도 집필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이 20종류 된다. 재개발재건축전문서적과 중3 겨울방학때 대학이 결정된다는 ‘학생부 관리법’ 책 등이 그렇다. 이런 책은 팔리는 책이다.
반면, ‘경복궁 문화캠프’(학생들이 집필한 역사책)이나 ‘신북초 인성텃밭’과 같은 종이책은 교보문고에 그대로 비치되어 있다. 이런 책은 나중에 교보문고에서 반환되어 반품처리가 될 확률이 높다. 왜냐면 팔리지 않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책을 냈다. 그 이유는 ‘홍보’ 때문이다.
왜 대기업에서 기업회장의 책을 출간해서 베스트셀러로 만들까? 엄청난 광고비와 책구입 비용을 직원들에게 쏟아부으면서 베스트셀러로 만들까? 그 이유는 딱 하나다. ‘책의 판매수익’이 아니라, 책을 통한 간접홍보 효과 때문이다. 책의 인세는 아주 부수적인 것이다. 오히려 대기업은 책구입비용을 교육예산으로 풀어서 ‘사재기’를 한다. 그 이유는 ‘책의 홍보효과’를 통한 후광효과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어떤 연예인은 ‘베트남’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있다. 이 연예인의 매니져가 정말로 대단하다. 왜냐면, 베트남의 국영방송에 출연해서, 그곳 돈으로 5~10만원 정도 출연료를 받으면, 그것을 바로 즉시 담당 PD에게 줘버린다.
매니져에게는 그냥 푼돈에 불과한데, 베트남 방송인들에겐 1달 월급 정도의 액수라고 한다. 출연료 전액을 돌려주니까, 방송국 담당 PD는 기회만 있으면 이 연예인을 출연시킨다. 결국, 이 연예인은 베트남에서 최고로 유명한 한류스타이다. 출연료의 볍씨를 뿌려서 이 매니져는 방송국 고정출연을 얻었고, 그것을 통해서 베트남에 진출할 기업으로부터 연광고 계약을 맺었다. 출연료의 씨앗이 ‘광고주’의 열매로 열린 것이다.
국제문화교류봉사단을 통해서 벌써 출간된 책이 수백권에 달한다. 문화봉사활동 1곳마다 전자책이 1권씩 나오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과연 이런 문화봉사활동 책이 팔릴까? 가물에 콩나듯 1달에 1권 정도 팔릴 때가 있다.
아주 가끔, 정산을 해보면 팔리기는 팔린다. 어떤 책은 500원이고, 어떤 책은 1000원인데 교보문고가 유통비로 50%를 가져가니, 1000원짜리는 500원의 수익이 서울문학 출판사로 돌아가니, 과연 그 금액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1달에 500원씩 1년이면 5000원의 수익이다. 1년에 5000원을 벌려고 전자책 디자인과 ISBN과 책표지 제작에 인건비를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판매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문화봉사활동의 전자책 출간을 하지 말아야한다. 그러나, 문화봉사활동의 전자책은 봉사시간의 필수과정이고, 게다가 봉사활동 참여자의 활동기록이 네이버를 통해서 근거로 남을 뿐만 아니라 학교홍보까지 될 수 있으니, 1석 3조의 효과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보면서 남들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지금껏 전자책을 고집해 왔다.
물론, 나도 가끔 아주 잘 팔리는 책을 출간하고 싶을 때도 있다. 베스트셀러가 5개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450권의 내 책들은 거의 ‘홍보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것으로 판매수익이 거의 없지만, 네이버를 통해서 내가 얻는 홍보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전혀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전화를 받을 때가 많다. 게다가 나의 브랜드 가치는 책을 통해서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니 이만한 홍보효과가 또 어디에 있을까?
사회적으로 유명한 토론전문가가 있었다. 이재정 교육감 전의 교육감, 김상곤 교육감때 꽤 활약했던 교육가인데, 토론전문가 과정에 나를 초대했다. 그 비용이 30만원인데, 내가 OK하길 바랬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나에게 30만원의 교육비를 내고서 토론전문가 과정을 들으라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 토론교육과정을 날마다 들었다면 생생한 취재기사와 그 단체의 단합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단체의 장(長)은 홍보의 바닥이었으니, 더 이상 가지 않았고, 결국 그 단체는 회원들이 뿔뿔히 흩어져서 지금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나는 홍보의 마인드가 분명한 사람이 좋다. 홍보의 마인드가 없는 사람은 ‘연예인에게 밥값’을 청구하는 식당 주인과 똑같다. 물론 엄청나게 유명한 식당은 연예인에게 밥값을 청구하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연예인에게 밥값을 받을 것이 아니라, 선물을 주면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놓고, 사인을 받아야한다. 무료 식사권을 줘서라도 다시 오게 해야한다. 그 연예인이 정말로 유명하다면….. 이것이 바로 홍보의 눈을 뜬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