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중 3학년 문화리더 유현지
북 리뷰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와 판타지, 감성이 담긴 명작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이다. 그의 다른 작품에는 ‘용의자 X의 헌신’, ‘가면 산장 살인사건’ 등이 있다.
이 책은 빈집털이를 하려다가 실패한 삼인조 도둑이 폐가 같은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들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소설이다. 그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과거의 사람들의 고민 상담 편지에 답장해준다. 그들의 서툴고 투박하지만 진지한 답장을 받은 사람들은 후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며 감사를 표한다.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로 여겼던 도둑 아쓰야, 쇼타, 고헤이가 자신들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 중 아쓰야는 처음에는 다른 두 명 보다 냉소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고민 상담에 동의하기 때문에 의외로 인정 많은 성격인 것 같기도 하다. 쇼타는 열정적이고 말을 잘 정리해서 하는 성격이다. 편지 내용이 너무 공격적일 때 조절해서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짐작했다. 마지막으로 고헤이는 온화하고 예의바르다. 그는 세 명 중 누구보다도 상담자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인물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고민 상담자 중 가족 부양 때문에 탄탄한 경제력을 가지고 싶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호스티스 일을 하겠다는 젊은 여성이 있었다. 이에 아쓰야, 고헤이, 쇼타는 여성의 미래를 걱정하며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미래에 있기 때문에 일본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상담 의뢰자에게 귀띔 해 줄 수 있었다. 그들이 해준 조언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이 유례없는 호경기를 겪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1989년 이전에 부동산 거래를 통해 많은 돈을 벌라고 조언했다. 나는 이를 통해 일본의 경제가 과거에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주인공의 대사가 있다. 돈 한 푼 벌 수 없는 고민 상담 따위 하지 말고 도망가자는 아쓰야의 말에 고헤이가 했던 대답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야. 돈 버는 일이 아니니까 오히려 더 좋은 거야. 이익이니 손해니 그런 건 다 빼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진지하게 뭔가를 고민해본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 나는 전에는 이해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고 남을 위해 진심이 담긴 고민을 하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아쓰야도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지녔던 것 같다. 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면서 내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아예 모르는 과거의 사람에게 성심성의껏 답장을 해주는 삼인조 도둑의 따뜻한 마음씨를 보면서 누군가를 위해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고민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에 대해 깨달았다. 또,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제는 ‘성장’이다. 등장인물 세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민을 상담해 주면서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꼈고, 내적으로 성숙해졌다. 작가는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고민에 대해 털어놓고 조언해주면서 모두가 성장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 제목 그대로, 이 소설은 하룻밤 사이에 나미야 잡화점에서 벌어지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는 설정 자체가 ‘기적’이다. 또한, 상담을 통해 주인공들은 내적 성숙이라는 또 하나의 기적을 이뤄내기도 한다. 그들이 보낸 빈 편지에 대한 진심어린 답장으로 자수를 결심하는 것이 그것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쉽게 말하지 못하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나미야 잡화점’이 되어주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