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곡산을 오르며 / 장창훈
새벽에 일찍 깼다. 저녁늦게까지 거실 마루판을 깔고, 마음이 깔끔해졌다. 시멘트 바닥을 신발로 밟고 살다가, 이젠 발바닥을 닦으면서 거실을 걷는다. 나무로 만든 거실바닥이다. 디자인은 어떻게 만드느냐로 달라진다. 우드데크타일 8만원어치를 샀더니, 거실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월곡산에 올랐더니, 팔각정을 수리한다면서, 파란색 화살표 방향으로 돌아서 가라고 한다. 자락길이다. 가끔, 이렇게 돌아서 가야하는 ‘자락길’이 나타난다. 고속도로가 막힐 때, 자락길은 ‘국도’다. 돌아서 가도, 길은 길이다. 좀 늦으면 어떤가? ‘무인도 디바’의 여주인공 ‘서목화’는 15년의 인생을 무인도에서 보냈으나, 과연 그러한 삶이 허망했을까? 어쩌면, 지구 자체도 무인도일 것이다. 우주적으로 본다면…. 살면 살아지는 것이다. 좀 늦으면 어떤가?
돌아서 도착한 곳, 바위산 월곡산에는 동쪽에 작은 달이 떴다. 내가 없어도 달은 떠서 자신의 위치를 떠나지 않았다. 그 달을 내가 보니, 나의 달이다. 어슴프레 별도 보이고, 노란색으로 물든 동녁의 태양빛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거실 바닥처럼, 이젠 지평선이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내 마음의 지평선도 저와 같기를…. 기도하는 방을 지평선처럼 꾸미고 싶어졌다.
이런 생각이 내게 떠올랐다. 거룩은 무엇일까? 너무 아름답고, 거룩하고, 고요한 새벽의 동쪽햇살을 보면서 떠오른 단어가 ‘거룩함’이다. 예수님은 화려한 잔에 포도주를 따르지 않았고, 찬란한 접시에 빵을 담지 않았다. 늘상 먹던 밥그릇, 컵, 쟁반, 빵이었다. 평소 드시던 그 포도주, 그 빵이었다. 매일 일용하는 그 빵으로 성찬식을 하셨다. 그리고 빵처럼 찢기시고, 물처럼 흐르셨다. 세족식도 늘 발을 씻던 그 세수대야였다. 과연, 거룩함은 무엇일까?
내게도 빠지지 않는 ‘바울의 가시’가 있다. 내 인생이 항해를 하고 싶건만, 여전히 묶여 있는 닻줄이 있다. 그 닻줄을 끊어내고 싶어도, 끊어지지 않는다. 그게 그리스도의 닻줄일까? 그래서 빠지지 않는 것일까? 내가 만약, 새벽에 깼을 때, 그냥 잠을 잤다면, 오늘 지금 내가 느낀 이 감정의 보물은 없었을 것이다. 아!! 새벽에 본 이 감정의 하늘이 날 새롭게 한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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