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현장소장의 책임과 권한은 막강하다. 모든 결정은 현장소장이 내린다. 재개발 조합에서 조합장의 권한과 동격이다. 그러나, 현장소장이라는 그 직책이 필요한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는 건축가들이 많다. 건축주도 동일하다. 현장소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물음표다. 공사진행이 전적으로 현장소장에게 달려있다면, 유능한 능력을 갖춘 현장은 시공속도와 안정성이 담보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장은 갈등의 불꽃이 끊이질 않는다. 걸핏하면, 건축주와 현장소장의 마찰이 발생하고, 감리와 건축주의 갈등도 터지며, 그렇게 의견충돌이 생기면 공사는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그래서, 작은 건축회사들은 건축주를 위해서 ‘현장소장 제도’의 탈피를 선언하기도 한다. 현장소장 대신에 책임자를 두고, 각 공정별로 ‘책임소장’을 두는 것이다. “현장”은 결국 “공사현장”이며, 건축은 수백가지 공정으로 나뉘어진다. 한 사람이 모든 공정을 총괄하기에는 범위가 큰 것이다. 직원이 4명이라면, 공정별로 어떻게 업무범위를 구분할 것인가? 그것이 ‘건축회의’ 또는 ‘공정회의’가 된다. 그날 그날, 직원에게 업무를 배정하면, 팀별로 나뉘어질 수도 있고, 각 사람마다 각각 나뉘어질 수도 있고, 모든 직원들이 함께 일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공정의 병목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한 사람의 속도가 늦어질지라도 공사는 진행된다. 사람의 체력은 한계가 있고, 감정의 기복도 심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자동차가 아니다. 그래서, 현장소장 대신에 ‘책임소장’으로 공정이 진행된다면, 각자가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건축은 퍼즐처럼 조각이 맞춰지게 된다.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매우 중요하며, 업무는 할 수 있는 능력에 맞게 배정하며, 할 수 없는 일을 맡길 이유는 없다. 할 수 없는 일일 경우, 보조를 맡으면서 그 일의 진행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익히면 된다. 이것이 ‘책임소장 제도’의 장점이다. 건축공정을 미분하면, 얼마나 많은 업무들이 존재하는지, 깜짝 놀라게 된다. 그래서 공사기간이 1년씩 걸리고, 4개월씩 걸리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하도급을 주는 것도 동일하다. 어찌보면, 건축사장은 직원들에게 각각 업무를 하도급하고, 그 업무가 얼마나 제대로 되었는지 즉시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전화로 업무를 보고를 받게 되면, 오차가 많이 발생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이야기를 하고, 불리하는 것은 감추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벗어나려면, 그러한 오차를 극복하려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사장도 함께 직원들과 일할 때, ‘현장확인’을 즉시 하게 된다. 문짝 설치를 예로 들면, 집을 건축하면, 문짝이 10개 넘게 나온다. 옛날 방식은, 외주를 주면, 문짝을 달아주고, 목수에게 일당을 줬다. 그렇게 될 경우, 목수 인건비와 문짝 경비가 장난이 아니다. 건축회사는 시공비를 받고서, 목수에게 일을 건네주는 꼴이 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중국놈이 돈을 챙긴다는 속담처럼, 목수에게만 좋은 건축인 것이다. 그래서, 건축회사는 직원들에게 목수로서 기본기능을 익히게 하고, 각 파트별로 업무를 배정하면, 시공능력과 속도가 점점 향상되면서, 결국 회사의 이윤상승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문짝 설치에 있어서, 직원이 4명이라면, 각각 2팀으로 나눈 다음에, 문짝별로 업무를 배정할 수도 있고, 혹은 문틀설치와 몰딩설치를 각각 구분해서 업무를 배정할 수도 있다. 또는, 문틀설치와 몰딩설치를 위해 ‘측량’(자질)을 업무로 별도 구분하고, 한 사람이 모든 문틀 설치를 위해 측정을 하고, 측정한 수치들을 각 문짝마다 표시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직원들에게 각각 업무를 나뉘어서 배정할 수 있다. 문짝이 10개라면, 안방 문틀과 몰딩을 A에게, 딸방 문틀과 몰딩을 B에게 각각 맡길 수 있다. 이럴 경우, 문제는 ‘도구사용’에서 발생한다. 같은 공정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각도톱을 사용하는 것이 충돌한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한 사람이 각 문틀마다 필요한 자재를 재단해서, 그 위치에 가져다 주면, 다른 사람이 붙이기만 하면 된다. 대신, 오차범위를 5~10mm 여유를 두고 재단하면, 충분히 설치가 가능할 것이다. 또는 각도톱을 3개 정도 설치하고, 문틀설치 공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현장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건축의 매력이다.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 그것이 현장소장 제도이며, 그 제도는 옛날 방식이다. 모든 직원들에게 업무별로 ‘책임시공’을 할 수 있도록, ‘책임소장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건축회사가 생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