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라, 우리나라에는 큰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무엇이 더러 있다. 교회는 그 중의 하나인데 세상에서 가장 큰 펜타코스트 교회가 서울에 있고 세상에서 가장 큰 장로교, 세상에서 가장 큰 감리교가 서울에 있다고 한다. 기독교가 국교가 아닌 우리나라에 이토록 큰 교회들을 두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많은 사람들이 신심이 깊다는 것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제도나 사람의 삶의 변화에 따라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났다고는 해도 한국의 교회는 여전히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로 차는 줄로 안다.
내가 이곳에 와 놀란 몇 가지 중의 하나가 교회의 건물은 큰데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고 연세 드신 분들만 교회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교회 건물의 규모로 보아 한 때는 성도들이 교회를 채웠었다는 의미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제도의 변화로 삶의 방식이 달라진 까닭에 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떠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로 신앙보다 더 마음을 끄는 뭔가 때문에 혹은 신앙에 관심을 잃은 탓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아직은 새벽부터 교회의 불을 밝히는 한국 사람들의 신심은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교회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외형적으로도 큰 곳이란 의미가 내게는 있는데 이곳, Niagara On The Lake의 파크 웨이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건물의 교회가 있어 소개를 하려 한다. 작은 교회는 원래 수십 년 간 파크 웨이 길 옆, 어느 체리농장 입구에 위치해 있었다.
파크 웨이는 오대호 중의 하나인 이리호수 끝자락에서 시작하여 우리 동네의 온타리오 호수초입까지 이어진 56KM의 나이아가라 강을 따라 이어진 드라이브 길로, 일찍이 윈스턴 처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요일 오후의 드라이브 길’이라 말한 적이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파크 웨이는 나이아가라 파크 커미션이라는 관리 회사에서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관리를 하므로 특히 나이아가라 폭포를 본 후 우리 동네로 오는 사람들은 사계절 어느 때든 윈스턴 처칠처럼 감탄을 할 수밖에 없도록 아름답다.
그 파크 웨이 중간 지점, 체리 농장 입구에 위치해 있던 그 작은 교회가 작년에 1KM 정도 우리 동네 쪽으로 모양 그대로를 옮겼는데 이유는 그 농장 주인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바뀌면서 이제는 교회를 좀 옮겨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작은 교회는 50년 넘게 그 체리 농장을 쓰고 있다가 지금의 장소로 옮긴 것이다.
작은 교회는 평소엔 관광객을 위해 문을 열어두고 가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결혼식장으로 쓰기도 하는가 하면 매 년 부활절 이른 아침에는 이 교회를 관리하는 교회의 성도와 목회자, 그리고 누구든 동참하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예배를 드린다. 남편 힐스 목사와 나는 수년 째 집에서 5분 정도 걸리는 그 작은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다.
부활절이 있는 이곳의 4월은 아직 겨울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때로는 작은 교회 앞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예배를 드리고 예배를 마친 모든 사람들은 이웃 농가에 모여 더운 커피와 티, 그리고 핫 크로스 반이라는, 부활절을 상징하는 빵과 정담을 나눈다.
교회에는 열 명도 채 앉을 수 없는 작은 의자들이 놓여있고 앞에다 성경이 펼쳐져 있으며
입구에다 방명록을 두어 오가는 사람들이 메모를 하도록 한다.
어쩌다 한 번씩 들러 방명록을 펼치노라면 세상 방방 곡에서 다녀간, 각기 다른 나라의 언어로 쓴 이름이나 짧은 글귀들이 있다. 그런데 다녀간 사실을 이 방명록에다만 남기기만 하면 좋을 텐데 어떤 사람들은 교회 벽에다 심지어는 천정에까지 ‘ 나, 다녀가네.’ 하고 부끄러움을 남긴다. 몇 년 전에 한 번 갔더니 방명록은 물론 벽에다, 천정에다 온 사방에다 낙서를 했는데 한글이었다.
‘이러고 싶을까?’
얼굴이 화끈거려서 그 자리에서 다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는데 교회 측에서 지웠다고 했다.
수시로 파크 웨이를 운전해 오가는 나와 남편 힐스 목사는 작은 교회를 오길 때마다 관광객들 특히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시아인 무리를 보게 된다.
“한국 사람들은 신심이 아주 깊은가 봐.”
한국 사람들로 보이는 무리를 볼 때마다 힐스 목사는 말하는데 내 생각에 그것은 한국 사람들의 신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거나 작거나, 어떤 이유로든 특별한 것에 관심이 많은 한국 사람들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크거나 작아서든 정말 신심이 있어서든 사람들의 발길이 잦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어차피 관광객을 위한 목적이고 그 목적의 가장 큰 이유는 그곳을 찾으면서 한 번쯤 하나님을 생각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므로. 다만 아무 곳에나 이름은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낙서처럼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하나님께서는 누가 다녀 간 줄을 이미 다 아시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