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도 오늘의 내일이다 ]
지잉. 지잉. 지이잉. (잠잠) 카톡. 카톡. 지잉. 지잉. (잠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도 건강하……..”
2015년 12월 31일. 하루 종일 반복되는 문자와 카톡들은 내게 새해가 왔으니, 너도 어서 빨리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새 마음 새 뜻으로 2016년을 맞이하라고 독촉한다. 누가 더 귀여운 이모티콘을 넣었고, 일출, 복주머니와 같은 새해를 암시하는 이미지를 누가 더 적절히 넣었는지만 다를 뿐 똑같은 메세지. 거 참. 좋은 말도 한 두번이지.
TV 에선 제일 멋지고 예쁜 사람들이 좌악 차려입고, 사이좋게 상을 나눠가진다. 나와는 너무 다른 세상같은 곳에서 힘차게 5. 4. 3. 2. 1. 카운트다운을 하고, 그렇게 왔다. 2016년이.
너는? 너의 2015년 12월 31일과 2016년 1월 1일은 어땠는지 너무 궁금해서 어제 오늘 만난 두 사람의 새해를 물어보았다.
(ㄱ 양) 회사생활을 나름 만족할 만하게 그러나 아쉽게 마무리하고, 지난 몇 개월 동안 준비했던 스페인으로 공부하러 갈 거다. 이제 비자도 나왔고, 이비자 섬이 가까운 그 곳에 집도 구했고, 모든 준비는 끝났다. 공부가 끝나는 6개월 뒤에 남은 6개월 간 무얼 할 진 아직 모르겠지만, 계획했던 대로 간다.
(ㄴ 군) 야근이다. 연말 시즌만 되면 쉴새없이 몰아치는 일들로 인해 주말 출근한 지 3주 째. 내일은 송년회에 참석해야 하고 그 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야 하는데 눈 앞에 엑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 오류다. 이거 언제 끝나려나. 족히 2시간은 넘게 걸릴 것 같은데 집에 가는 일이 큰 일이다. 연말이라 택시 잡기 너무 힘들다.
이 밖에도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 누군가는 불철주야 야근하며, 누군가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에 들떠. 각기 다른 새해지만, 그렇다고 새해라고 해서 뭐 엄청나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하던 일 계속 열심히 하고, 계획했던 일은 또 계획하고, 늘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렇게. 만약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었다면, 그건 새해에 이룬 게 아니라 작년에 열심히 해왔던 것의 결실이자 연장선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작년보다 냉소적으로 변했다거나, 새해에도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는 무덤덤한 사람이 된 건 절대 아니다. 그냥 매번 반복되는 떠들썩한 새해가 어쨌든 어제 이후에 오는 다음날이라는 점이 올해엔 더 크게 느껴졌을 뿐.
나는 작심삼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사람이라, 올해에는 이렇게 생각해본다. 2016년은 내가 살던 날들 중 숫자만 변한 또 다른 날이라고. 2016년 1월 1일은 2015년 12월 32일과 다를 바 없다고. 뭐 거창하게 새롭게 다짐할 것도 없이 그냥 어제처럼 똑같은 하루를 열심히 살겠다고.
이번 새해 인사는 이렇게 해야겠다. 새해에도 작년처럼, 오늘도 어제처럼 당신이 그래왔던 것처럼 하루하루 소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