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절에는 뭐든지 호기심이 가득했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우리나라가 아닌 먼 곳, 다른 나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의 삶은 어떨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참을 수 없는 궁금증으로 대학 생활의 절반 이상을 여러 나라를 돌며 보냈다. 원래 생각한 것은 어떻게든 행동으로 옮기는 단순 무식한 면이 있어 실제로 많은 곳을 다니고 경험하며 대부분의 궁금증을 해소했지만, 아직도 미련이 남는 곳, 문득문득 떠올라 내 마음을 찜찜하게 만드는 곳이 있다면, 바로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는 엔딩을 남겨 두고 덮은 소설책 같고, 호감(好感)은 있는데 말 한번 걸어보지 못한 남자 같으며,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뜯지 않은 택배 상자 같다.
이토록 찜찜한 순간을 만들 게 된 시작은 대략 10년 전 아프리카 정치학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정년을 얼마 안 남기신, 새하얀 백발에 꽁지 머리 스타일, 옆으로 매는 독특한 문양의 망태기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미국인이었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그런 교수님의 외모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평생을 아프리카 정치학과 문화 연구에 바친 교수님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수업에 열정적이셨고, 일주일에 한 권 제시된 아프리카 문학 작품을 읽고 수업 주제에 맞게 레포트를 제출하도록 했다.
원서로 된 낯선 언어들로 가득 찬, 또 이해하기 어려운 다소 난해한 문화의 책을 일주일 만에 읽고 레포트까지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교수님의 외모만으로 수업을 선택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한 학기를 보냈다. 그렇게 알게 된 책 중 오랜만에 다시 꺼내 본 책이 바로 Camara Laye 의
일단 이 두 책은 아프리카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읽기에 상당히 낯설다. 아프리카가 식민 지배하에 전통 사회의 틀을 깨는 현대 문명을 접하면서 겪는 정체성 혼란, 종교적 신념, 가치 등에 대한 것들을 주제로 다루기에 내용이 가볍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드는 노력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 아프리카에 대해 조금의 호기심이라도 있다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너무나 새롭기 때문이다. 낯설다는 의미는 곧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것, 새롭다는 의미이고 두 책은 아시아, 유럽, 서양 문학과는 다른 독특한 아프리카의 정서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단어 하나만 하더라도 신의 사제, 부족과 같은 쉬이 상상하거나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고, 그러한 생경(生硬)함이 아프리카라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작은 퍼즐들이 된다.
또한, 책과 작가 자체가 갖는 문학적 가치가 남다른데 특히 나이지리아 출신의 Chinua Achebe 는
Chinua Achebe 가 좀 더 현실 비판적이고, 음울(陰鬱)한 분위기로 아프리카의 시대상을 드러냈다면, 기니아의 대표적인 작가 Camara Laye 는 유년시절 자전적 경험을 통해 좀 더 부드럽고, 아름답게 동시대를 표현했다. 이런 그의 묘사에 일부 비평가들은 ‘지나친 미화’ 라 평하기도 하였지만 아프리카가 겪었던 아픔 외에 그들의 진실한 삶, 꿈 등을 경험하기에는 참으로 좋은 책이다.
얼마 전 방영한 ‘꽃보다 청춘’을 보니 아프리카는 이제 여행을 갈 만큼,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한층 가까운 곳이 된 듯 하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무지개가 찬란한 풍경, 사람들의 소박한 웃음은 새삼 또 아프리카에 대한 동경(憧憬)을 부추기며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였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가게 될 그 곳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책으로 아프리카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