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박근영 칼럼니트스]=나에겐 스트레스 수준을 알려주는 나만의 경고음이 있다. 평안하고 여유가 가득한 초록, 하루 이틀 내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문제를 일으키는 빨강, 긴장감 속에서 가장 큰 생산성을 발휘하는 노랑.
노란 6월이었고, 본능적으로 재즈만 듣게 되었던 6월 이었다.
잠깐 모래 같은 지식을 모아 설명하자면, 재즈(Jazz)는 무 자르듯 정확한 기원은 알기 어려우나, 미국 노예제도 시기 아프리카 감성과 서양의 감성을 지닌 미국의 흑인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게 일반적 설이다. 블루스, 스윙, 영가, 쿨재즈 등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다양한 “재즈풍” 음악이 있으며, 즉흥연주(Improvisation)가 기본 요소이기 때문에 같은 곡이라도 연주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좋게 말해 즉흥연주이지, 사실 악보를 제대로 볼 줄 몰랐던 노예들이 넘치는 흥과 감수성에 따라 멋대로 연주했다고 보면 된다. 정확한 메트로놈을 틀어놓고 스파르타 식으로 연습해야 완성도가 높아지는 클래식에 비하자면 덜 우아하다. 그러나 자유롭다. 기원이 그러하기에, 대체적으로 나 같은 즉흥적인 – 같은 말로, 한번 삐뚤어지면 대책 없는 – 부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실상은좀 다른 얘기인 것도 같다. 재즈를 즐겨 듣는다고 하면, 뭔가 상당히 고급스럽고 배운 듯한 느낌을 풍기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만약, 호감 있는 상대가 무슨 음악 좋아하냐 물었을 때 재즈라고 한다면 세상 반듯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속에는 넘치는 흥이 있을 지도 모름을 주의해야 한다. 더 이상한 사람은 재즈를 좋아한다 해서 재즈 공연에 데려갔는데, 우아하게 와인잔이나 기울이고 근엄 또는 다소곳한 척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니 만나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 유명한 재즈바가 몇 군데 있는데, 개인적인 취향으론 청담동 블루노트 보다는 삼청동 라끌레의 분위기가 더 좋고, 가까이는 이태원 올댓재즈가 좋다. 지난 주에는 어머니의 요청으로 함께 올댓재즈를 다녀왔는데, 까딱까딱 흔드는 발 놀림의 진동이 테이블 위의 잔을 들썩이게 만들 정도로 흥에 겨운 어머니를 바라보며 역시 피는 못 속이는 구나 싶었다.
새삼 재미있었던 건, 올댓재즈가 지금의 자리로 옮기기 전부터 꽤나 오랫동안 다녔는데 그 날 가장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휙 둘러봐도 대부분 20대 초, 중반이었고 그냥 젊은 게 아니라 요즘 나는 입기 어려운 트렌디한 옷에 누가 봐도 요즘 젊은 사람들 말이다. 쫙 빼 입고 가만히 앉아 말도 없이 멀뚱멀뚱 노래에 취한 척 하는 분위기가 싫었던 나는, 노래 중간 휘파람도 불고, 춤도 추는 그런 흥에 취한 요란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2부 재즈 싱어가 등장과 함께My Funny Valentine 을 부르며 호응을 유도하는 게, 최근 에단호크 주연의 다양성 영화로는 꽤 흥행한 본투비블루의 영향인가 싶기도… 어쨌든 재즈가 드디어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만 같아 상당히 기분 좋은 공연이었다. 노랑의 스트레스가 초록으로 변하는 순간.
그래서 추천해 본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답답함이 싫어 마음껏 흐트러지고 싶은 누군가 있다면, 오늘은 재즈 한 번 들어보기를. 그 흐트러짐을 허용하는 즉흥성에 자유로움에 매료되었다면 나와 같은 부류일 테니, 열렬히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