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위대한 경영자는 부서질 줄 알아야 한다.
[서울교육방송 임영서 창업교육위원장, 죽이야기 대표]=그러니깐 내가 초등학교 5학년쯤 일 것이다. 어머니와 함께 어디인가를 가기 위해 신작로에 나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길바닥에서 예쁜 조약돌을 주어 보이시면서 물으셨다.
“이 조약돌이 왜 이렇게 예쁜 줄 아니?”
“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금방 대답을 못했다.
“사실 이 조약돌은 산꼭대기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였단다. 그 바위는 오랜 시간 비바람을 맞으며 깎이고 부서지고 깨졌어. 깨어진 조각들은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지며 이리저리 부딪히며 부서지고 깨지기를 반복했지. 그 사이 날카롭고 모난 것들은 깎여 나가고 이렇게 작고 동글동글해진 거야. 알겠니?”
“아, 그런 거구나!”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부서지고 깨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이 나오는 거야. 네가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부서지고 깨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지금은 한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남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귀가 얇다는 지적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난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나는 남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더 단련시키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 지식의 대부분은 남의 이야기를 통해 얻은 것들이다.
강희제는 청나라 4대 황제이다. 강희제는 청나라 ‘강건성세’(康乾盛世)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중국 역사에서 위대한 황제 중 한 명이다. 강희제는 후금을 세운 누루하치의 증손자이다. 청(靑) 태조 누루하치는 여진족으로 만주 일대를 평정하고 후금을 세운다. 그리고 2대 태종 홍타이시, 3대 세조 순치제를 이어 4대 황제에 오른 강희제는 겸손과 수련에 표본을 보여준 인물이다. 100만 명도 안 되는 만주족이 천 배가 넘는 한족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강희제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일 것이다.
강희제가 북경을 장악했을 때 한족의 학자들은 청나라 관직에 나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것은 당시 중국 대륙의 주축 세력이었던 한족은 만주족을 오랑캐로 보았고 한족의 명나라에 대한 충정 혹은 절개였기 때문이다. 강희제는 청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족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희제는 스스로 부서지고 겸손해지려고 노력했다. 그 대목을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저서 〈강희문집〉의 맨 처음 실린 문구 「신기미하여 국궁진력하라」는 좌우명이다. 이는 ‘마음속 사소한 잡념들을 제거하고 스스로 단속하여 몸을 굽혀 온 힘을 다하라’는 뜻이다.
강희제는 명망 높은 한족 학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당시 걸출한 사대부였던 이곽의 마음을 얻기 위해 황제임에도 불구하고 7번씩이나 찾아갔다. 또한 만주족과 한족 간에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향음주례(鄕飮酒禮)를 거행토록 했다. 향음주례는 만주족과 한족이 따로 섬기는 조상을 위해 함께 제사 지내고 잔치를 벌이는 행사이다.
강희제의 겸손한 진미는 그의 학구열에서 볼 수 있다. 한족이라는 이방인을 불러서 주자학을 배우고 서양 신부에게서 예수회에 대해 배웠다. 중국 대륙의 주축 세력인 한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피를 토해가면 밤새 한족어를 공부했다. 강희제는 강한 청나라를 위해 황제의 자리에서도 늘 낮은 자세로 배우고 부서지기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 결과 268년간 청나라 중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영자는 남의 말을 겸손히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산골 촌부에게 땔 나무 지게를 지는 요령이 있다. 그것을 알고 싶으면 촌부에게 그 요령을 배워야 한다. 사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경영자는 스스로를 낮추면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책을 통해서 배울 수도 있고, 사람을 상대하며 이야기로 배울 수도 있다. 특히, 인생 선배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것은 경영자의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명석해질 수 있다. 실패하는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더 이상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현명한 경영자는 자기 단점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부서지려고 노력하면서 더 발전하지만, 어리석은 경영자는 자기 단점을 합리화하면서 더 어리석어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지난 20년 이상 창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매우 이상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음식점 창업에서 요리사. 조리사 등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들이 음식점 초보자보다 실패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다. 왜 음식 초보자의 성공확률이 자격증 취득자보다 높을까?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음식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요리 실력을 맹신(盲信)해서 주방에 들어간다. 반면, 음식을 못한다고 걱정하는 경영인은 주방장을 고용하고 본인은 홀에서 고객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데 집중한다. 그 결과, 고객의 소리를 들은 경영인은 부족하고 잘못 된 점을 알고, 수정하여 불만을 적절히 해소해 나간다. 하지만 요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영주는 고객의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기회조차 없어, 고객이 떠나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죽이야기는 중국 시장에 현재 30개 이상의 매장을 가맹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매장은 평균 창업비 7천만 원으로 한국의 1억 5천만 원보다 50% 적게 투자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죽이야기 가맹점의 하루 평균 매출은 한국 죽이야기에 비해 훨씬 높다. 많은 한국 음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했지만 특별히 성공한 사례가 없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년 간 수 십억을 투자해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죽이야기가 중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경청했기 때문이다. 죽이야기 대표이사인 필자는 중국 진출 초기 죽전문점을 고집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죽전문점은 익숙한 업종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국 죽이야기는 한국의 죽이야기 컨셉을 버리기로 했다. 중국에서 죽이야기는 죽전문점이 아닌 한식요리전문점으로 중국 시장에 변화를 준 것이다.
죽이야기 대표이사로 한국의 죽전문점을 고집하고 변화를 주는 것에 무척 망설였고 자존심도 상했다.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했고, 그런 결정이 옳다는 것은 매출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에서 죽이야기는 죽, 비빔밥, 덮밥, 김밥, 떡볶이, 돈가스 등 40여 종의 한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메뉴별 판매 비율을 보면 죽 40%, 밥류 40%, 기타 메뉴 20%로 나타나고 있다. 덕분에 고객 층 비율도 중국인 80%대 한국인 및 교포가 20%로 현지화에 완전히 성공을 거두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경청한 덕분에 얻은 성공이다.
점포든, 기업이든 당신이 운영하는 사업이 성공하길 원하는가?
경영자의 가장 큰 덕목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가?
지금 바로 자신의 단점을 찾아내고 처절히 부서지는 것이다.
경영자는 부서질 때, 위대한 리더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