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 조카 결혼식이 있어 고향엘 다녀왔다. 신랑과 신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빌면서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문득 어떠한 결혼이 행복한 결혼일까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천생연분(天生緣分), 즉 하늘이 맺어준 짝을 만나는 결혼이 아닐까? 그래야 둘은 서로 좋아하게 될 것이고,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행복한 가정이 스윗 홈(sweet home)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천생연분을 만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진로를 찾고 결정하는 것도 결혼생활과 비슷하다. 타고난 소질과 적성에 맞고 자기가 좋아하는 진로의 짝을 만났을 때, 하는 일이 재미있고 밤을 새워도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싫어하면 직장에서 매사 짜증을 낼 것이다. 전자는 능력을 인정받게 되어 승진도, 또 이에 상응하는 연봉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적성이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진로선택, 천생연분의 직업을 갖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학부모님들은 자녀의 “단기적인 성공(예, 중간고사 1등, OO대학 합격 등)”에만 목표를 두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어떤 직업이 자녀에게 천생연분인지를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녀에게 맞는 직업을 찾게 해 줄까?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know yourself!)”라는 명언이 진로 찾기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나는 누구인가?(who am I?)”란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끊임없는 자기 이해과정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학생들에게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무엇을 좋아하니? 무엇을 잘할 수 있니?”라고 물으면 쉽게 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지구상의 70억 인구 중에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므로 내 자녀가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내 자녀를 ”미래형 인재“로 키우는 올바른 부모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일을 잘 하는가를 관찰해야한다. 성급한 학부모님은 자기가 좋아하는 진로를 미리정해 놓고, 자녀에게 그 길을 가도록 강요한다. 이것이 진로 비극(career tragedy)의 시초라고 본다. 그래서 “너의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녀에게 물어보기를 권면하고 싶다.
오래 전 필자가 안양의 A고에서 고3 담임을 맡았던 HB(34세)라는 한 제자의 진로지도 성공사례를 제시하고 그 사례에서 진로선택의 교훈을 얻고자한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통계학이라는 학과는 그리 인기가 높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학과였다. 그런데 유독 수학과목을 좋아했던 제자에게 대학입학원서를 쓸 때 소질과 적성에 맞는 통계학과를 지원할 것을 권유했다. 이 학과가 미래사회에 틀림없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상담해 준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때의 추측이 맞아 떨어진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고마우신 정종희 선생님께,
보낸사람 : KimHyobae 12.09.28 13:07
안녕하십니까? 저는 선생님의 권유로 통계학이라는 전공에 대해서 알게 되어 고려대 통계학과에 입학했던 윤HB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전공 선택이 제 인생에 너무나 중요한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부터 특별히 수학을 좋아했기에 통계학이라는 학문이 재미있었고 좋은 성적도 받았습니다. 한참 진로를 고민할 때, 같은 과에 다니던 많은 친구들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 전공과는 다른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친구들이 선택한 길과는 달리 제가 잘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었고 통계학을 필요로 하는 진로를 선택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보험계리사라는 금융 분야의 특수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LG화재 (현 LIG 손해보험)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입사 3년차가 되었을 무렵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고, 제 전문 분야의 지식을 쌓기 위해 아내와 함께 호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영어가 서툰 저에게는 힘든 도전이었지만, 가장(家長)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였고 1년 3개월 만에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귀국하자마자 글로벌 컨설팅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각종 프로젝트들을 수행하였고, 그 와중에도 꾸준히 준비해 오던 미국 보험계리사 자격시험에도 합격하게 되었습니다.(미국계리사 자격증과 한국계리사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한 사람은 극소수임.) 그리고 지난해는 국내 최고의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에 억대연봉의 조건으로 입사 제의를 받았고, 현재 삼성생명 리스크 관리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전공 선택을 잘했고, 그 전공분야에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유학을 가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던 것과 국내외의 여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저의 작은 성공에 기여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 제자는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어 진로 선택을 하였고, 천생연분의 직업이란 짝을 찾은 사례라고 본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전공 분야에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전문지식을 쌓고 자격을 취득하였다. 주변 친구들과 같이 행정고시나 사법고시, 회계사와 같은 여러 우물을 파지 않았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한 우물을 팠다. 다시 말해, 이 경우는 “선택과 집중”을 잘하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필자의 학교에서 고 2학년 학생을 상담하였다. 그 학생은 웨딩플래너가 되고 싶어 했는데 상담도중 학생은 웨딩플래너의 적은 월급을 걱정하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위 제자의 경우를 보더라도 직장의 종류에 따라 월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전문성의 있고 없음에 따라 연봉의 격차가 벌어진다. 만약,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공무원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공무원으로서 억대의 연봉을 받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결론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사전준비가 직업성공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칼럼초고 작성일 : 2012년 10월 5일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