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 미하엘 엔데 지음 / 한미희 옮김 / 비룡소 출판사 )
‘독서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이다.’ 라고들 한다. 이 문장은, 고루한 표현이지만 고루한 만큼 변치 않고 오래도록 인정받은 진리이다. 모모를 리뷰하기로 정하면서 나는 이 말을 살짝 비틀어보고 싶어졌다.
모모가 책에 대한 통념을 위반하는 책이기 때문인가? 아니다. 모모는 분명 우리가 모르던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상상과 우리가 익히 아는 공간들을 함께 엮어낸다. 원형극장, 도시 또는 저택 같은 것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환상처럼 느껴지는 아이들의 모험놀이, 회색신사의 움직임 등을 섞는다. 간결한 문체로 묘사된 이야기 속 공간은 손끝에 닿을 듯하다. 작가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현실의 상황을 아주 적극적으로 이야기 안에 심어놓았다. 돈, 욕심, 바쁨 등의 진짜 어른들의 상황 말이다.
독일에서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동화’인데도 말이다!
현실이 가득가득 담긴 동화라니. 아이들을 우울하게 키울 셈인 걸까. 하지만 모모는 어둡거나 비관적이지 않다. 결말만 보면 영 낙천적이라는 느낌까지 든다. 이야기의 균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현실을 말하면서도 동화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구조가 간결했기 때문이다. 간결한 것과 단순한 것은 다르다. 모모는 장편 동화다. 단순한 구조로는 3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채울 수 없다. 간결하다는 것은 군더더기가 없다는 뜻이다. 주제를 말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로 이루어져있다.
작가는 인간의 내면 중 2가지를 추출해내어 이야기를 채웠다. 현실과 환상. 어른과 아이. 회색신사와 모모. 냉기와 온기. 우리는 어른이 되고나면 아이일 때를 잊는가? 꿈꾸고, 바라고, 상상하던 그 때를 잊는가? 그렇지 않다. 묻어두고 살 뿐이다. 작가는 바로 그 부분을 건드린다. 회색신사로 형상화 된 현실의 무게가 주인공 모모를 압박하지만 모모는 오직 아이다움으로 승리한다.
아이다움이 어떻게 인생의 힘이 될까. 그 과정은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다. 내면의 아이를 다시 데려오려는 작가의 애정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내’ 모습이 가면만 두터워지고, 진짜 나는 서서히 죽어간다고 느껴진다면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책을 일단 펼치면 저절로 잠을 줄이게 되긴 한다- 모모를 읽어보길 권한다. 잠보다도 깊은 휴식을 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