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 북서울미술관의 현대 미술 관람기
기록리더 : 김소현
기록리더 학교 : 대일외국어고등학교
취재장소 :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중계동)
1. 취재 동기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서울동북부 지역에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이 2013년 9월에 개관되었습니다. 개관하고 중학교 2학년 때 한 번 간 적이 있습니다. 지역 신문을 통해 우리나라와 외국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잃어버린 세계’를 기획, 전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대 미술에 관심을 가져온 터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2. 미술관 작품 취재 내용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잃어버린 세계’
주최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안내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세계”는 우리 미술관이 수집해 온 작품들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이 자연과 관계 맺어온 태도를 새롭게 연결하고 읽어보고자 한다. 특히 절대적인 것에서 유기적이고 맥락적인 체계로 이행하고자하는 동시대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들 뿐 아니라 80년대 이후 여성적 생명력과 몸의 기억이 만들어낸 치유의 감각들, 또 70년대 이후 자연과의 몰아적 조응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창작태도를 소개한다.
절대 원칙적인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본다는 점이 발걸음을 한 작품 한 작품 앞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왜 전시 제목을 “잃어버린 세계”라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해설사의 말에 따르면 근대 이후 자연 정복의 정교한 질서와 시각이 아니라 타자의식을 가지고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며, 외형적으로 비슷해보이나 작품이 만들어진 내적 논리에 따라 다양성을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간단히 말하면 산업화가 아닌 본래의 자연이 인간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여성적 생명력과 기억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한 도전
전시는 크게 ‘자연과의 몰아적 조응’, ‘여성적 생명력과 기억’,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한 도전’ 등 세 주제로 나눠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연과의 몰아적 조응
이곳에는 ‘점으로부터’, ‘조응’(이상 이우환), ‘접합1’, ‘접합2’(이상 하종현), ‘무제1’, ‘무제2’(이상 권영우), ‘묘법1’, ‘묘법2’(이상 박서보), ‘UMBER BLUE’(윤형근), ‘楮(저)’(정창섭), ‘무제’(곽인식) 등 11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모든 작품들이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 권영우의 ‘무제1’과 곽인식의 ‘무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권영우의 ‘무제1’은 붓과 먹을 사용하지 않고 한지를 여러 번 겹쳐 바르거나 구멍을 뚫고 칼자국을 내며, 화면의 뒷면에서 앞으로 색채를 침투시키는 기법을 활용한 것이라 합니다. 칼이 남긴 흔적에 인위적인 손길을 가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멋을 살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설을 보니 작가는 ‘한지의 물성과 조우하며 생겨난 효과로 물(物)과 아(我)의 만남 또는 자연과의 합일’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곽인식의 ‘무제’도 테크닉을 바탕으로 하는 서구적인 조형예술의 특징을 버리고 자연계의 가공하지 않는 사물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를 통해 소재 자체의 생명력을 존중하고 그 존재의 언어에 귀 기울이고자 했다고 합니다.
여성적 생명력과 기억
이곳에는 ‘화이트 룸-어머니의 뜰’(윤석남), ‘피의 흐름’ 4점(이상 김주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무제’(박소영), ‘ARE you Depressed?’, ‘미처 못 끝낸 이야기’(이상 최욱경), ‘자연’(석난희), ‘망각에 부치는 노래’(루이스 부르주아), ‘Underworld’, ‘Garden’(이상 써니 킴) 등 13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국작가와 외국작가의 공동작도 있고 작품 하나하나가 발길을 붙잡습니다. 그 중 저는 ‘화이트 룸-어머니의 뜰’(윤석남)과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에서 좀처럼 걸음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화이트 룸-어머니의 뜰’(윤석남)은 들어서는 순간 하얀 방이었습니다. 윤석남은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선구자로 부리는 대표적인 여성작가라 합니다. 인간이 가진 이기심을 넘어 인간과 자연과의 근원인 생명 현상에 오랫동안 고민해왔다고 합니다. 이 작품 역시 주제인 ‘어머니’를 다루면서 보다 넓은 의미의 모성, 삶과 죽음, 자연을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인간이 죽은 후에 아무 것도 없이 빛으로만 남게 된다는 믿음 하에 빛으로 가득 찬 ‘화이트 룸’을 제작했으며, 이는 어머니의 고통과 슬픔을 위로하고 지모신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합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는 역사 시간에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을 본 적이 있어 관심이 더 갔습니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몸의 비너스’를 ‘정신적 비너스’로 바꾸어놓으려 했습니다. 머리는 명상하는 조각의 상징인 브랑쿠스의 두상조각처럼 독립적으로 따로 떼놓고, 머리가 떨어져 나간 자리와 떨어져나간 머리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뜻하는 조명을 설치했으며, 다리 역사 정신적 스포츠인 바둑판으로 재현했습니다.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한 도전
이곳에는 ‘Post Tenebras Lux 04’, ‘Post Tenebras Lux 01’, ‘Crytal Lake 01’(이상 기술기), ‘비스콘티 길’, ‘스페이스 헤밀톤’(이상 장성은), ‘말 없는 말’(권아람), ‘이사이보그’(이불), ‘자산어보’(이소요), ‘난지도’ 5점(이상 나현), ‘위대한 야생’(윤가림) 등 13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장성은의 ‘비스콘티 길’에 눈길이 가닿았습니다. 외국의 골목길, 사람들로 또 다른 낮은 벽을 만들었는데, 세어보니 모두 19명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 길의 넓이는 19명이다. 그 길은 좁다’라는 명제를 달고 있습니다. 유럽의 한 도시의 좁은 길을 사람의 몸을 측정 단위로 삼았습니다. 설명을 보니 ‘인체를 도량형으로 간주해 추상적이고 복잡한 사물과 공간의 관계를 새로이 그려냈으며, 이는 인간만이 부여할 수 있는 공간의 지각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고 써 있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둔 사고방식에 새삼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냥 아쉬운 점 하나는 흑인도 한두 명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었습니다.
3. 보고 느낀 점
그 전까지 미술관은 좀처럼 가지 않았습니다. 학교 진로학술동아리에서 ‘레디메이드가 현대인에게 부여한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 이라는 주제로 연구하여 발표하고 나서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보다 커졌습니다. 미술은 먼저 느낌으로 보고 생각한 후 안내 글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내 글을 읽으면 그에 맞춰 시각과 생각이 고정되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대한 자기의 느낌이 있을 때 전시 작품을 자기의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서울미술관의 다음 전시가 기대됩니다.
4. 북서울미술관 찾아가는 교통편
■7호선 하계역 1번 출구 도보 5분 거리에 등나무공원 내
■7호선 중계역 3번 출구 도보 5분 거리에 등나무공원 내
■파랑(간선)버스 : 100, 105, 146(정류장: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초록(간선)버스 : 1131, 1135, 1137, 1140(정류장: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