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김하윤 학생기자]= 한글은 한국의 민족문화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아름다운 유산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저서 [총, 균, 쇠]에서 한글을 과학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뛰어난 문자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몇 십 년동안 급증해 온 과도한 외래어의 사용, 신조어, 그리고 각종 비속어 등으로 인하여 한글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10대들의 잘못된 언어습관은 이러한 문제를 급속도로 심화시키고 있다. 오늘날의 10대 청소년들에게 한글을 소중히 여겨야 함은 교과서적인 지식에 불과할 뿐, 그들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우리말을 올바르게 표기하거나 발음해야 한다는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어려서부터 한글이 우수한 문자라는 사실을 배우며 자라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보기는 어려운 오늘날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한글 관련 유적지를 직접 답사한다면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던 한글에 대한 인식을 삶에 녹여낼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의 소중함에 무뎌진 감각을 되살릴 방법으로 중계동 한글비석로에 위치한 ‘이윤탁 한글영비’ 답사를 추천한다.
대진여자고등학교와 서라벌고등학교 사이에 위치한 이윤탁 한글 영비는 한글로 쓰인 최초의 비문이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한글 영비는 조선 전기에 세워진 비석 중 유일한 한글 비석이다. 따라서 조선 전기 중세 국어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서 활용되기도 하는 등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뿐만 아니라 비석에 한 글자 한 글자 새겨진 글자의 모양을 분석하면 중세 국어의 서체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렇듯 한글 영비는 조선 시대의 한글은 어떠했는지를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따져 보았을 때도, 건립된 시기와 그 내력이 명시적으로 기록되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그리고 순수 국문으로만 쓰였다는 점은 통해 외래어를 남용하는 오늘날 청소년들의 잘못된 언어습관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윤탁 한글 영비는 이윤탁이란 사람이 세웠을 것만 같지만, 사실은 이윤탁의 아들인 이문건이 조선 중종 31년에 직접 건립한 비문이다. 한글 영비와 바로 옆에는 이문건의 부모의 합장묘가 자리 잡고 있다. 이문건은 자신의 부모의 묘를 함부로 파헤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내용을 비문에 한글로 기록해 놓은 것이다.
이처럼 이윤탁 한글 영비는 역사성과 정통성뿐만 아니라 국어사 연구의 자료로서의 가치까지 겸비한 소중한 한글 관련 유적지이다. 한글의 올바른 사용이 점점 위축되는 이 시점에 이윤탁 한글 영비를 방문하여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