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더 : 조현서
문화리더 학교 : 대진여자고등학교
노원구 은행사거리에 이사 와서 백사마을이라는 곳을 참 많이 들어봤다. 한 친구는 그곳에 연탄봉사를 다닌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그곳에 산책을 하러 간다고 했다. 11월 9일 오늘 나는 처음으로 백사마을에 발을 디뎠다. 부모님과 함께 산책을 하던 중 그곳에 들린 것이다.
백사마을은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달동네이다. 진짜 이름은 중계동 104번지. 이곳은 대한민국의 개발사에 그늘처럼 남아있다고 한다. 1967년 그때를 시작으로 정부는 개발을 이유로 강제 이주를 추진했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백사마을에 마련해줬다. 당시 판자촌에서 살던 사람들이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주대책으로 해준 것은 30평 정도의 천막이 전부였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고 백사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며 드라마를 비롯해 많은 매체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여러 벽화들이 그려지면서 백사마을에 들르는 발길이 늘고 있다.
백사마을에 첫발을 내딛으면 한 가지 결정을 하게 된다. 바로 입구에서 마지해주는 두 가지 갈림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왼쪽 갈림길을 선택했다. 왼쪽 길에서는 정말 많은 벽화를 볼 수 있었다. 세월을 잔뜩 먹어버린 주택이 배경으로 그려진, 다양한 벽화들은 정말이지 눈에 띄었다. 백사마을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낡아있었다.
건물은 무너질 것 같았고 판자를 덧댄 모습이었다. 눈을 사로잡는 벽화들에서도 세월의 흐름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럼에도 어딘가 편한 느낌이 드는 ‘옛것’이었다. 길을 더 걷다보면 작은 가게들도 보인다. 비디오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는데 아직도 영업을 하는 것 같았다. 녹이 슨 철문, 기왓장이 빽빽이 채워진 지붕, 쌓여있는 연탄까지. 세월을 머금은 공간이었다.
‘백사마을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합니다’ 라는 글귀의 벽화는 그중에서도 내 눈에 가장 띄었다. 옛것이 가득한 이 마을에서 그려질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백사마을은 이제 재개발이 된다고 한다. 이 옛것의 멋스러움이 그리워질 것 같기도 하다. 역사적인 우리 달동네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옛 모습을 조금이라도 눈에 담아두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 4호선, 7호선 노원역, 1호선 창동역에서 1142번 버스로 갈아타고 종점까지 가면 백사마을이 나온다. 버스 종점이 104번지, 백사마을의 시작이며 커다란 은행나무가 그곳을 가르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