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3개월, 길게는 약 1년 정도 되는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를 수행하는 컨설팅 업계 특성 상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밤샘 후 눈곱 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그야말로 전우애를 나누던 그들. 그들이 떠난 후 남긴 쓰디 쓴 빈자리의 크기를 가늠해 볼 겨를도 없이 프로젝트는 잇달아 시작되고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선다. 이별의 아쉬움, 딱 그만한 크기의 만남에 대한 설렘을 채워 넣고.
그 어려움이 지원자 만큼이겠냐 만은, 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회사, 인사 담당자 역시 상당한 노력을 쏟는다. 특히 인적 자원이 가장 큰 자산인 컨설팅업은 인재 선별을 위해 꽤 까다로운 채용 기준을 두고 있다. 그래서 케이스 인터뷰, 게스티메이션과 같은 컨설팅 회사 면접 방법론이 따로 있기도 하고, 이런 면접만 스터디 그룹이나 컨설턴트 선배 멘토링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지원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이에 관해서는 구글 검색 만으로도 풍부한 자료를 금방 얻을 수 있으니 추가로 더할 말은 없는 듯 싶다.
다만 요 몇 주간 우수한 지원자들과 인터뷰를 보며, 기초적이지만 의외로 쉬이 간과하여 본인의 역량을 100% 보여주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혹시 도움이 될까하여 몇 글자 남긴다. 인사 전문가도 아닌 내가 상당히 주관적인 느낌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고 개인 판단에 따라 취하거나 버리면 된다.
• 보여지는 모든 것을 깔끔하고 단정하게
가끔 컨설팅 회사가 외모를 많이 본다는 인터넷 글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실이고 보기에 번듯한 사람을 선호한다는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다. 다만 회사마다, 면접관마다 다른 평가 요인들과 비교하여 우선순위의 차이가 조금씩 있을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외모란 잘생기고 예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인상의 문제다.
실제로 참으로 잘생기고 훤칠한 모델 출신의 지원자를 몇 명 받아본 적이 있는데, 타이 없이 단추를 여미지 않고 온 모습은 옆에 평범하지만 적당히 지적으로 보이는 안경과 잘 다린 수트, 안정적인 색감의 타이를 한 친구보다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덧붙여 혹시 본인이 다른 사람들보다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분명하지 않고 웅얼거리며 말하는 습관 같은 것이 있다면 꼭 고치거나 면접 시간 만이라도 잘 감추길 바란다.
보여지는 것에는 비단 지원자의 용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원자가 제출하는 모든 서류도 보여진다. 수십개 씩 쌓여있는 이력서 중에 의도치 않아도 눈이 가는 서류가 있다면 그것 역시 깔끔하고 단정한 서식을 갖춘 이력서다. 어쩔 수 없다. 학점이 4.3 만점 이라도 맞춤법도 틀리고 줄 간격, 폰트가 일정치 않은 서류는 눈이 가지 않고 그 지원자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다양한 경험도 많은 우수한 지원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떤 양식의 이력서가 보기 좋은가. 보통 영어 이력서(Resume)로 서류 심사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고 추천하는 양식은 Harvard 대학의 Career Center에서 가이드로 제시하는 Resume 양식이다. 이 웹사이트 www.ocs.fas.harvard.edu 에 가면 Resume 와 Cover Letter 작성 가이드 라인이 있고 많은 예시 중에서도 두 번째 예시인Jacob A. McLean 의 Resume 가 가장 깔끔해 보인다.
• 질문에 대한 답만 정확하고 간결하게
이 부분은 사실 긴장하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역량을 증명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부분이다. 너무 긴장한 지원자들이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거나 손을 덜덜 거리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럽기도 하고 이 상황에서 질문을 더 해도 되나 싶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지원자를 파악하려면 꼭 필요한 질문들이기에 하게 되는데, 엉뚱한 대답이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면접관도 갈 길을 잃는다. 면접의 초점이 분산되고 결국 다음 지원자가 기다리고 있기에 ‘모르겠다’ 라는 결론에 이른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온갖 어려운 일들을 함께 헤쳐나갈 사람을 뽑을 때 지원자의 역량 외에 면접관이 또 고려하게 되는 것이 지원자와 나 사이의 궁합이다. 쿵 하면 짝 하고 받아쳐 줘서 면접이 물 흐르듯 진행된 후보자가 1순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려면 면접관이 무엇을 묻고 있는 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요, 그에 맞는 답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답하는 것이 두 번째다.
너무 떨려서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엉뚱한 대답을 내놓지는 말자. 지원자가 긴장하는 것은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원자에겐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차라리 솔직하게 너무 긴장해서 질문을 못 들었으니 다시 질문해 달라 하고 정확한 답을 내놓는 편이 훨씬 낫다.
답을 할 때는 많은 경우 묻는 질문에만 답하는 것이 낫다. 본인을 어필하기 위해 부연 설명을 하다 지나치게 자랑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원래의 초점에서 벗어나기 쉽다. 과하지 않게 면접관이 원하는 것만 충실하게 잘 전달해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말끝은 흐리지 않고 ‘~다.’ 완결성 있게 해야 전달력이 높다. ‘…같은데요’ 라든가 어미 없는 문장은 알아듣기 어렵고 똑부러지지 못하며 어리숙하다는 인상을 준다.
• 최종 통보가 오는 순간까지 면접
이 부분은 부연적인 팁이라 할 수 있는데, 앞서 말했듯 취하고 취하지 않고는 개인적 판단에 따르면 된다. 면접 보는 분들 중 열에 두 세명 정도는 간단한 Thank You Letter 를 보내온다. 면접 초반 Ice Breaking 때 보통 인사와 함께 명함을 주는데 여기 적힌 메일주소나 휴대폰으로 언제, 무슨 면접에 참여했던 누구이며 시간을 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간단한 내용이 담겨있다.
가끔 긴장해서 답하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덧붙이거나 면접 후 잠깐 나눈 얘기 등에 대해 감사했다는 식의 내용도 온다. 너무 장문의 내용을 보내면 면접관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배려와 센스가 갖춰친 간단한 내용의 Thank You Letter 를 받으면,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더 마음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면접을 못 봤다고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용기 내어 최선을 다해 보길 바란다.
대부분 다 알고 있는 내용이고, 또 정답이 아닌 주관적 견해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너무나 절실히 면접을 통과하고 싶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나 적어 보았다. 부디 이 글을 읽은 많은 지원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꼭 좋은 결과 얻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