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 또는 같이 있는 시간]
토요일 밤 집 근처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 지금 이 순간은 혼자 있는 시간이다. 그 말인 즉 다른 누군가가 아닌 침묵하는 나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너는 요즘 무슨 생각 하니?”, “지금 네가 하는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니 아니면 맞다고 생각하니?” 등등.
사소한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부터 자아에 대한 성찰, 반성을 거쳐 꽤나 중요한 인생 계획까지 나에게 묻고 내가 답을 주는 시간이다.
반면, 오늘 오전부터 오후까지 좋은 사람들과 서울 근교 어느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며 유쾌한 대화를 나눈 시간은 누군가와 같이 있는 시간이었다. 다수의 사람이 갖는 생각을 듣고 그들의 생각에 대한 내 생각, 내 생각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듣고 이야기 하는. 물론 그들과도 일상다반사, 자아에 대한 고민, 인생 계획들을 – 서로 이 정도 대화를 나눌 만큼 친밀한 축복 받은 사이라는 전제하에 – 나눈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과 같이 있는 시간 사이에 명백한 차이가 있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어떤 “주제” 에 대한 답을 주고 결정을 내리는 시간이라면, 같이 있는 시간은 내가 오답을 내리지 않도록 타당한 또 다양한 보기를 준다는 점이다. 덧붙여 좋은 답에 이를 수 있을 거라는 격려(激勵)와 용기(勇氣)까지.
얼마 전 빅데이터에 대해 논의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다 요즘 젊은 층은 전화가 아닌, 앱으로 배달을 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를 배달앱과 관련된 대량의 키워드로 분석한 결과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요즘 10-20대는 전화하는 것, 그러니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낯설고 싫어서 전화보다 복잡한 앱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서점에는 읽어보진 않았으나, 제목만으로 대충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이 인기 서적으로 책꽂이 전면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혜자스러운 도시락이 유행이고, 혼자 영화를 본 관람객 수가 최다를 기록했다고도 하는 걸 보면 요즘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고 홀로 있는 것이 유행인가 싶다.
그런데 또 참 아이러니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팀워크, 시너지, Win-Win 과 같은 키워드들이 유행이었다는 거다. 천성적으로 조용하고 혼자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 역시도 함께하는 것, 협업하는 것, 소통의 힘과 같은 키워드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고 그게 옳다고 믿어 심경이 복잡한 날에도 여러 사람과의 네트워크에 부질 없는 힘을 썼으니 말이다.
두 개의 흐름을 모두 겪어본 나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분명 혼자 있는 시간. 같이 있는 시간. 모두 필요한 시간이다. 내 경험 상, 혼자 있는 시간이 과하게 많으면 더 나은 답에 도달할 수 없고 스스로 테두리 그어 놓은 시공간에 빠져 다소 위축되고 우울해진다. 또 같이 있는 시간이 과하게 많으면, 답을 내리기 어렵고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는 있지만 주변에서 주는 격려와 다양한 시각 때문에 자신 있는 답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필요한 시간이 또는 부족한 시간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하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겠다. 오늘 당신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