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웅변학원에서 상을 받은 학생이 토론대회에 나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웅변은 말하기 대회이고, 토론은 말함과 들음의 교환대회이다. 웅변대회는 무엇을 말할지 이미 정해졌다. 반면, 토론대회는 무엇을 말할지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 틀만 정해졌고, 상대가 갑작히 질문을 던지면 준비하지 않은 말을 그 순간에 대답해야한다. 웅변과 토론은 근본이 다르다. 웅변학원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를 암기해서 듣기 좋게 말하는 훈련을 할 뿐이다. 웅변은 수동적, 토론은 능동적 언어훈련이다.
토론은 화살과 같다. 밋밋하게 말하면 안된다. 화살표는 끝이 날카롭다. 뾰쪽한 화살촉처럼 말에 끝이 분명해야한다. 핵심, 포인트, 요지 등이 명확해야한다. 핵심없는 말은 개념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말을 하려면, 말의 핵심이 화살촉처럼 뚜렷해야한다. 명확한 문장은 단문이다. 길지 않다. 자신의 견해를 한문장으로 응축해서 표현하고, 거기에 대한 이유를 3가지 정도 나열하면 토론대회에서 최고의 발언이다. 토론은 가능하면 두괄식이 좋다. 두괄식은 말하려는 주제를 맨 앞에 두는 것이다. 신문기사들은 모두 두괄식이다. 기사 제목이 ‘두괄식’으로 툭 튀어나온다. 바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두괄식이 아니면 시선을 잡을 수가 없다. 미괄식은 말하려는 주제가 맨 뒤에 있다. 웅변학원에서는 이런 논리적 말하기 방법을 전혀 교육하지 않고, 단지 발성연습을 할 뿐이다. 웅변은 사람과 대화에서 그다지 유익이 없다. 목소리는 의사소통에서 1/10 정도에 해당할 뿐, 웅변가로 말하는 것은 정치인들에게나 쓸모 있을 뿐 보통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웅변보다 말의 논리가 더 중요하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3가지 핵심뽑기’를 날마다 연습하면 좋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10가지 넘는다면, 그것을 3가지로 압축해야한다. 10가지를 쭉 나열하면 듣는 사람은 질려 버린다. 핵심은 간단하다. 길게 말하면 사람은 질려 버린다. 짧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연습을 해야한다. 경제학자 미셜이 말한 한계효용의 가치도 여기에 적용된다. 밥은 먹으면 먹을수록 배가 부르는 것이 아니다. 1그릇 먹을 때는 배부르지만, 2그릇 먹으면 고역이고, 3그릇째 먹으면 그것은 역겨움이다. 말함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이 말을 하면 청자는 지루함을 느낀다. 말함과 들음이 서로 교차되면 말함의 지루함이 줄어든다. 말함을 길게 하려면 호흡처럼 말하면 된다. 호흡은 들숨과 날숨이 함께 진행된다. 화자와 청자가 시소처럼 말함과 들음을 주고받으면 대화는 지루하지 않다. 여기서도 웅변과 토론의 극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웅변은 혼자서 계속 말하는 것이고, 토론은 말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