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은 신들의 음식이고, 이는 제사에 사용된 음식이었다. 떡과 고기처럼 아즈텍 문명은 초콜릿을 제물로 바쳤다. / 본문중에서
[서울교육방송 장창훈 초콜릿 평론가]=나는 초콜릿 평론가이다. 나에게 초콜릿은 물질보다 문화요, 언어요, 매체다. 초콜릿으로 만난 쓴 사람, 단 사람, 떫은 사람, 향기로운 사람을 알고 있다. 초콜릿에는 300여종의 화학성분이 들어있듯, 사람의 성격과 특성은 다양하다. 내가 겪는 사람들의 성향은 내가 느낀 것에 불과하고 그 사람의 본질은 또한 다를 수도 있다. 초콜릿이 그러하듯이, 그럼, 무엇이 중요할까? 초콜릿의 소유권을 논하자면, 남미 아마존 정글이요, 아즈텍 문명인데, 그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가? 햄버거가 본래 독일에서 만들어졌으나 유행은 미국에서 되었고, 인쇄술과 화약이 본래 중국에서 만들어졌으나 유럽에 전달되어서,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오히려 패하듯이, 초콜릿의 본래 소유권이 남미라고 하기엔 부적절할 것이다. 차라리, 초콜릿의 고향은 아마존 정글이고 아즈텍 문명이지만, 제2의 고향으로 살고 있는 주소지는 유럽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 같다.
테오브로마 카카오에서 테오브로마는 ‘신들의 음식’이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제사음식이다. ‘제사음식 초콜릿’이 우리나라 어휘로 적합한데, 만약 제사음식 초콜릿으로 번역했다면 초콜릿이 지금처럼 유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사음식에서 느껴지는 옛날스러움과 고리타분한 언어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초콜릿은 신들의 음식이고, 이는 제사에 사용된 음식이었다. 떡과 고기처럼 아즈텍 문명은 초콜릿을 제물로 바쳤다.
나에게 초콜릿과 관련해 좋은 책을 선정하라고 하면, 돔 램지가 쓴 ‘초코홀릭’과 고영주 작가의 ‘초콜릿 학교’이다. 초콜릿 학교는 초콜릿과 얽힌 사연은 인문학적으로 쓴 책인데, 상당히 문체가 세련되고 기품있다. (단지, 후반부에서 문장의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단점이 있다.)
어제, 군주-가면의 주인 38회가 진행됐다. 진짜와 가짜를 논하는 장면에서 관점의 차이가 어떻게 변동되는지, 사실의 확인절차가 얼마나 중요할 뿐만 아니라, 진실은 확인하기가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내용이었다. 마치, 어떤 초콜릿이 좋은 초콜릿인지, 혹은 누가 쇼콜라티에의 원조인지, 그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가면쓴 자 2명이 출현했다. 시청자로서 나는 진짜 세자와 가짜 세자를 구분할 수 있다. 물론, 배우들도 이미 알고 있지만, 우리가 설정한 조선시대 어떤 특정한 시간의 그 신하들은 구분할 수 없다고 믿는다. 똑같은 황금가면을 쓰고 2사람이 나타났는데 누가 진짜 세자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진짜 혼동하는 자들이 있고, 이미 알고 있는 자들도 있다. 영의정은 진짜와 가짜를 이미 구분하고 있고, 가짜가 세자가 되어야 자신의 이권이 생기는 부류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절차가 참 독특하다. 신분증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안됐던 시대였나보다. 지금은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면 될 것인데…..
1) 기억의 혼동
진짜 세자가 어떤 신하에게 어린시절 기억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그는 그것을 시인한다. 그러자, 가짜 세자도 그 신하에게 며칠전 사건을 이야기하다. 그러자 그는 그것을 시인한다. 어린시절 기억을 맞춘다고 해서 진짜 세자가 될 수는 없다.
2) 몸의 흉터
영의정은 세자의 목에는 점이 3개 있다고 하면서 가짜를 세자로 지목한다. 진짜 세자의 발에는 십자흉터가 있다면서, 우보가 주장하고 확인하자 진짜 세자의 발에 십자흉터가 있다.
3) 얼굴로 확인하기
드디어 가면을 벗었다. 진짜 세자는 보부상 두령으로 활동했으니, ‘부부상 두령은 세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진짜 세자는 “내가 진짜 세자이고, 보부상 두령으로도 활동했다”고 하니, 그 주장도 사라진다. 보부상 두령이니 세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가짜 이선은 대비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대비는 ‘진짜 세자’가 세자라고 증언하고, 상황이 출렁인다.
4) 명현반응
마지막 관문은 세자의 명현반응이다. 세자는 어린시절 독에 중독되었고, 그때 생존해서 독을 마시면 몸에 이름이 새겨진다. 그러한 내용이 기록된 왕의 친필 기록이 발견되면서, 모든 신하는 명현반응을 세자의 기준으로 정한다. 가짜가 독을 마시고 그것을 입증하려고 하자, 진짜 세자가 독을 마시고서 몸에 이름이 새겨지는 것을 먼저 입증한다. 그로써 모든 것이 종결된 것이다. 독을 마셔도 살아남은 자, 그가 세자가 된 것이다.
5) 정통성
가짜 이선의 마지막 발악은 ‘정통성’을 거론한 것이다. 진짜 세자 역시 대목이 지목한 왕의 아들이어서 세자이니, 지금 대목이 누구를 왕으로 지목하는지, 그것이 정통성의 기준이며, 세자가 될 자격이 있다는 주장이다. 신하들은 다시 술렁거린다. 이때 진짜 세자는 진꽃밭 화재사건을 거론하면서 해독제가 없어서 살생부에 오른 신하들은 대부분 죽게 될 것을 폭로한다. 순신간에 조정은 진짜 세자쪽으로 세력이 기울었다.
잠시 세상은 속일 수는 있으나, 거짓이 참을 이길 수는 없다. 초콜릿도 동일하다. 초콜릿의 모양과 형상은 화려하게 만들 수 있을 수 있고, 초콜릿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는 있어도, 그 본질은 속일 수 없다. 본질은 오직 초콜릿에 대한 열정이다. 초콜릿을 사랑하는 자가 “초콜릿쟁이”가 될 수 있다. 초콜릿을 보면 초콜릿이 생각나는 사람, 그 사람이 초콜릿의 주인이고, 영원한 1등이다.
진짜 세자와 가짜 세자를 구분함에 있어서, 사람의 기억도 기준이 될 수 없고, ‘보부상 두령’이라는 사회적 신분도 기준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남들의 이목이고, 불려지는 관찰의 서술이며 본질은 그 당사자에게 있다. 세자의 기준은 ‘독을 마심으로 명현반응’이 있어야한다. 이는 당사자 본인이 스스로 세자의 자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초콜릿쟁이도 동일하다. 스스로 초콜릿을 사랑하는 자가 진정한 초콜릿쟁이가 되는 것이다.
쇼콜라티에는 그래서 스스로 반문해야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초콜릿을 사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