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신앙칼럼 / 장창훈]=나는 순천고등학교 출신이다. 고등학교때, 나는 꽤 유명했다. 전교생들이 나를 모두 알 정도로 인지도가 있었고, 사교력이 좋았다. 화술이 뛰어난 것은 아니고, 사람들에게 좋게 말하고, 모든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했고,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친구들까지도 편견없이 대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나는 당시 신앙인이었다.
신앙을 고집하면서, 험난한 인생을 30년 정도 살다보니, 고등학교때 존경의 대상인 ‘아버지들’의 위치로서 그 중년의 언덕에 내가 지금 서있게 됐다. 친구들도 내가 고등학교때 봤던 친구의 아버지처럼 배가 나오거나, 얼굴이 깊게 주름살이 생기거나, 속물근성이 나오거나, 그러했다. 나는 단체 카톡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서 순천고 동문 카톡도 있다.
올해, 문득, 억울함을 하나님께 호소했다. 나는 신앙의 외길을 걸어왔는데, 친구들은 신앙과 전혀 상관없이 살아왔는데,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볼 때, 나의 건강한 모습을 제외하면 그들의 모습이 더 나았다. 물론, 명예적 측면에서는 그들이 나를 따라올 수가 없다. 언론인이 갖고 있는 명예는 생각보다 높았고, 동문중에는 나만 유일하게 언론인이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과 여러면에서 그들이 더 월등하니, 신앙을 중심하면 더 잘된다는 논리는 증명되기 어려웠다. 동문중에는 나와 함께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신앙생활을 했던 친구도 있는데, 지금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면서 더 잘되었다. 그 또한 딜레마였다.
“카톡카톡”하면서 단체카톡 문자는 대부분 술을 마시면서 보내는 동문들의 소식들이다. 매월 그들의 잔치에 나는 카톡으로만 참여하면서 2017년을 보냈던 것 같다. 나의 기도제목이 되었던 나의 딜레마,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신앙을 중심했는데, 신앙을 중심하지 않고, 신앙을 중심했다가 떠난 나의 친구들이 더 행복하고, 더 잘된 것에 대한 비교논증, 나는 50세가 되어도 지금과 비슷한 경제수준일까?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는데, 그럴 것 같았다.
어느날, 지난 8월, 그 어느날, 모든 운명이 달라졌다. 아주 작은 기회가 나를 찾아왔는데, 그때가 나의 현실을 놓고 신앙적으로 깊게 기도했던 때였다. 책에 대한 말씀이 계속 쏟아지던 때이기도 하다. 언론인으로서, 책을 제작하는 출판인으로서, 책을 직접 쓰는 작가로서 살아가는 나에게 책판매는 경제적 수익과 직결된다. 언론사와 출판사의 경제사정이 점점 좋아지면서, 하나님께 깊게 감사를 하게 되었다.
어느날, 그러니까 주일말씀에 “새벽기도를 하라”는 말씀이 떨어지고, “나는 말씀을 반드시 실천하리라”고 결심하고서, 택시를 타고 새벽기도를 교회에 가서 드렸던 그때로부터, 차량구입의 여건이 생기면서 내년 1월 즈음 그랜져 익스클루시브를 구입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그랜져”는 명성만큼 언어의 뜻이 “최고의 웅장함”이고, 익스클루시브(exclusive)는 “배타적인 독점과 개성”을 의미한다.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과연, 그러함을 믿게 되었다.
나는 곤충을 기른다. 달팽이 2마리를 애완용으로 기르는데, 상추쌈을 먹다가 만난 녀석들이다. 상추잎에서 발견할 당시,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는데 꿈틀거리는 모습이, 살아보겠다고 생존하는 그 모습이 마치 나의 몸부림과 같아서, 작은 그릇에 담아 기르게 되었다. 이제는 몸집이 제법 커져서, 배추잎과 상추잎을 갉아먹는 식성을 보고 있으면, 달팽이의 속도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름을 인정하게 된다. 나에겐 작은 상추잎이 달팽이에게는 들판과 같다. 며칠전에는 배추 한포기를 큰 상자에 넣어서 달팽이 2마리를 그곳에 두었다. 달팽이들에게 배추 한포기는 배추밭처럼 드넓다.
나에게 경제의 상추잎을 허락해주신 나의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에게 신앙의 배추잎도 허락해주신 나의 하나님께 진실로 감사를 드린다. 고등학교때부터 시작된 나의 신앙열차가 탈선할 위기도 있었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정상운행되고 있어서, 그 또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내가 상추잎을 주지 않으면 달팽이가 어찌 풍요로울 수 있을까? 나의 하나님이 나에게도 푸른 상추잎과 싱싱한 배추를 항상 허락해주심을 오늘도 고백하고 믿음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