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동전의 양면이다.
[서울교육방송 경제칼럼 / 장창훈 기자]=가상화폐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많다. 올랐을 때 차액을 판 사람은 이익을 얻었다면서 몰래 웃고, 내렸을 때 울며 겨자먹기로 손실이 발생하면서 판 사람은 운다. 가상화폐는 정말로 무가치한 것일까? 가치는 실물에 존재하는가?
실물에 가치가 존재한다면, 왜 우리는 책 1권에 2만원을 지불할까? 종이값만 지불해야하는데, 우리는 책값을 종이값으로 지불하지 않는다. 실물경제에서도 실물이 아닌 것이 많이 거래된다. 그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감값과 종이값만 따지면, 대략 1만원을 넘지 못한다. 인건비도 포함되어야한다면, 10만원이 나오지 않는다. 왜 우리는 피카소의 그림에 1조원, 1천억원의 가치를 매기는 것일까? 그 가치는 도대체 어디에서 발생했는가? 국가에서?
“돈”은 믿을만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법정화폐라고 해도, 생활속에 필요해서 쓰이니까 돈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지, 어느날 돈이 휴지조각이 되버린다면 어쩌랴. 그래서 금값이 올라간 것이다. 금은 희소성이 담보되므로, 절대가치로서 금값은 치솟는다. 달러는 무한정 제작되지만, 금은 무한정 만들어질 수가 없다.
가상화폐의 개념은 “금”에서 출발한다. 올림픽을 기념하는 주화를 제작하는 것과 흡사하고, 화가들이 그림을 한정판으로 그리는 것과도 같다. 비트코인의 알고리즘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복잡한 수학문제와 과학문제를 풀어야만 1블록의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다고한다. 이러한 개념은 골든벨에서 우승했을 때 상금을 받는 것과 흡사하다. 비트코인의 중요개념은 개수의 한정판이다. 2100만개를 한정해서 제작하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되어 있다. 2009년 최초로 비트코인이 제작된 이후, 2040년까지 2100만개가 제작되면 끝이 난다. 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네티즌이 제작하는 통화가 출현한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어렵지 않다. 가령, 권력은 어디로부터인가? 조선시대에 살던 사람이라면, “권력은 왕의 소유다”가 정설이다. 중국이라면, “권력은 시진핑과 공산당 소유다”가 옳다.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권력은 국민이 만든다”라고 인정한다. 권력의 속성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화폐도 마찬가지다. 돈은 왜 정부가 만들어야하는가? 정부가 만든 돈이 ‘믿을만한 돈’인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시대에 황제가 돈을 함부로 찍다가 경제가 파탄된 일화가 있다. 조선시대도 ‘당백전’이란 화폐를 만들어서 서민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흥선대원군의 경제 정책’을 알고 있다. 정부가 한다고 해서 그것이 경제에 옳은 것은 아니다. 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실제 생활속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 카드를 쓴다. 카드는 실제로 은행화폐라고 할 수 있다. 전자화폐로서, 단지 기록으로 거래된다. 돈을 꺼내지 않고 은행을 통해서 신용카드로 모든 거래가 일어난다.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신용카드는 그만큼 인기가 높다. 자주 사용하면 포인트가 늘어난다. 신용카드는 ‘작은 비트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신용카드는 은행이 보증하는 비트코인이다.
가상화폐의 발행권자는 없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금”(金)을 생각하면 된다. 금을 누가 만들었는가? 이미 만들어진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것은 금이 아니다”고 해도, 금은 금이다. 금은 어디서나 금이다. 금광을 발견해서 채굴하면 채굴한 사람이 주인이 된다. 금은 희소성이 있어서 그 값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무게가 있어서 보관이 어렵다. 치명적 단점이다.
금의 장점을 살리면서, 금의 단점을 제거한 새로운 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화폐는 오랫동안 거론되었으나, 시행착오가 많았다. 기업에서 제작한 전자화폐여서 그렇다. 쿠폰처럼 기업에서 무한정 제작한다면 희소성이 사라진다. 희소성이 없다면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 누구나 가질 수 있다면 왜 그것을 가져야할까? 사람의 심리는 누구나 동일하다.
비트코인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다. ‘댓가지불’이 상당하다. 금광을 캐듯이 누구나 비트코인을 만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되어 있고, 그 과정을 수학문제와 과학문제를 푸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 우승상금의 개념으로 비트코인을 획득하는데, 그것을 금광에서 금을 캐는 개념으로 ‘마이닝’(mining)이라고 한다. 그렇게 금이 캐지면, 비트코인은 시장에서 유통한다.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는 것과 같다. 단지, 한국은행은 정부가 원하면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무한정 찍어낼 수가 없다. 2100만개만 만들어지면 그것으로 끝난다. 가상화폐로서 이더리움, 리플도 무한정 제작될 수 없고, 수량이 정해져 있다. 만약, 수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그 가상화폐는 “가짜”다. 가상화폐의 첫 번째 조건은 “수량제한”의 프로그램 설계도이며, 그 설계도는 공개되어 있어서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도록 되어있고, 프로그램이 공개적으로 검증되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도록 되어 있다. 인위적 조작이 불가능한 것이 가상화폐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러한 개념은 네이버의 인물정보와 위키백과의 인물정보가 다른 차이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네이버 인물정보는 네이버에서 직접 관리하고, 위키백과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관리한다. 네티즌들이 위키백과의 코딩을 스스로 올리면서 수정하면, 잘못된 정보는 다른 네티즌이 고치면서 위키백과는 전세계 백과사전이 된다. 모든 정보와 설계도가 공개되면서 네티즌이 만드는 백과사전이 위키백과이듯, 가상화폐는 네티즌들이 만든 화폐인 것이다. 만약, 누군가 임의로 대량으로 조작할 수 있다면, 그 가상화폐는 희소성이 상실되므로, “가상화폐 사기극”으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정부는 가상화폐에 극약을 처방했다. “가상화폐는 사약(死藥)을 받으라”고 했다가, 약간 한발 물러나서 “가상화폐는 통제를 받으라”고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유는 가상화폐로서 법정화폐를 이긴 죄값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부동산값과 최저임금 정책에 올인했다. 강남 부동산값을 물풍선 쥐듯이 꽉 조이고, 기업의 최저임금정책을 실현시키려고 모든 정책을 집중했는데, 아뿔싸 갈 곳을 잃은 돈이 튕겨쳐서 비트코인에 쏠린 것이다. 가상화폐 가치가 급등하면서 정부는 “가상화폐 사약명령”(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지 가능성 발언)을 내렸다가, “가상화폐 법률제정”으로 현재 일단락 되었다.
가상화폐는 휴지인가? 가상화폐가 휴지라면, 돈도 휴지다. 실물경제라고 해서, 실물로 따지면 안된다. 돈의 실물은 종이에 불과하지만, 그것에 의미를 두고 가치를 두는 이유는 사람의 신뢰이고, 정부의 담보이며, 사회적 가치의 압축이다. 1천원과 1만원과 5만원의 실물로서 종이무게는 차이가 없지만, 5만원이 1천원보다 50배 가치있다고 믿는 것은 약속이다. 가상화폐도 동일하다. 실물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의 담보’이다. 가상화폐가 갖고 있는 최대장점은 ‘약속의 담보’로서 ‘희소성’이다. 금이 갖는 매력이 희소성이듯, 가상화폐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프로그램이 만든 글로벌 화폐개념이다.
가상화폐를 모든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통제한다면 발붙일 곳이 없는 가상화폐는 고사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다. 일본정부, 호주정부, 미국정부는 가상화폐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정부과 미국정부는 이미 법률안을 제정해서 제도권으로 규제하고 있다. 아마존은 세계적인 회사인데 비트코인 결재가 가능하다. 비트코인으로 결재가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화폐의 결재수단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피카소의 그림이 진품이라면 그 가치를 인정받듯이 비트코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전자화폐의 선두주자”로서 인정받았다. 인정받은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제정해 전자화폐로 정식 자금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고, 거래소를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2020년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비트코인 결제를 확대할 전망이다. 비트코인 가맹점수가 20만 점포 이상 증가될 예정이다.
일본과 중국은 정반대다. 중국은 비트코인 전체 채굴량의 30%를 채굴하고 있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P2P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 가상화폐 채굴 금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금지 정책이 가상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채굴기업들이 중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할 경우, 채굴량이 다시 정상화된다면 가상화폐 시장은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거래소를 인가제로 운영하고 있고, 비트코인을 선물 거래에 허용할 방침이다. 또한 온라인 상점에서 물건 구입이 가능하다.
가상화폐는 과연 죽을까? 사라질까? 수천개나 탄생한 가상화폐중에서 생존할 화폐는 손가락으로 꼽힐 것이다. 어떤 가상화폐가 생존할까? 비트코인은 모든 가상화폐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의 금과 같고, 달러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의 최대장점은 첫 번째 가상화폐라는 것이다. 단점은 채굴량이 적고, 전송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채굴량이 2100만개로 한정되고, 현재 80%가 채굴되었다는 것은 희소성의 가치가 급증한다.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비트코인의 가치는 피카소의 그림처럼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는 ‘수학공식’과 흡사하다. 프로그램에 의해서 비트코인의 생산량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임의로 조작할 수 없으므로, 컴퓨터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해킹하면 어찌되는가? 해킹에 있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등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의 분산화’이다. 권력의 지방분권화와 흡사하다. 옛날에는 권력이 왕에게 집중되니, 만약 왕의 성격이 개떡같으면 백성이 피곤했다. 반면 왕이 성군이면 태평성대를 누렸다. 백성은 왕에 따라 뒤웅박 신세를 겪어야했다. 권력이 백성에게 옮겨지면서, 백성이 왕을 뽑은 민주주의 시대에는 백성이 왕을 결정하므로, 왕의 성격을 걱정할 필요가 사라졌다.
또한 권력은 왕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행정부-사법부-입법부의 삼권분립(몽테스키외)으로 나뉘고, 여기에다가 언론의 감시로서 ‘언론권력’과 ‘시민권력’까지 결합하면 권력은 5권 분립형태를 취하고 있다. 권력이 나뉘므로, 권력의 독점과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 가상화폐는 이러한 분립과정으로 정보가 분산되어 저장되며, 사람의 세포에는 모든 유전자가 동일하게 저장되듯이 가상화폐가 보유되는 모든 컴퓨터에는 모든 가상화폐 기록이 저장된다. A가 B와 비트코인을 거래하려고 하면, 거래내역이 A와 B의 전자지갑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에 기록이 된다. 결국 해킹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원리는 기존 은행과 정부에서 갖고 있는 중앙집권형 정보관리 시스템과 정반대이다. 기존의 정보관리 시스템은 ‘사물함’에 보관하는 방식이고,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정보를 연결된 모든 컴퓨터에 저장되도록 해서, 클라우드 저장방식처럼 모든 컴퓨터가 인증해서 확인하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만약, A가 거래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A의 소유권을 C로 수정했다면, 그것은 모두의 컴퓨터로 인정되지 않아서 무의미한 조작에 불과하다. 해킹을 하려면 수천개의 컴퓨터에 있는 전자기록을 동시에 조작해야하는데, 수천개의 컴퓨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어서 인위적 조작의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블록체인 기술은 투자하고, 육성해야한다”라고 하면서 “가상화폐는 규제해야한다”고 하는데, 이는 동전의 앞뒤면과 같다. 가상화폐가 앞면이면, 블록체인 기술은 뒷면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뿌리면, 가상화폐는 그 열매와 같다. 금감원의 현재 금융정책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잉적 가상화폐 가치 급등은 투기와 도박에 가깝다. 그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미래가치로서 시장의 인정을 받을만한 가상화폐가 있다면 지금 현재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 돈은 피(血)에 비유된다. 돈이 만약 돌고 있다면 그 돈은 현금으로 가치가 있다. 그처럼 가상화폐가 거래되면서 돌고 있다면 화폐로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아마존을 비롯해서 은행간 거래(리플)에 가상화폐가 활용된다면 가상화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