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글쓰기 교실 / 장창훈]=글쓰기는 매일매일 훈련이 필요하다. 걷기와 같다. 날마다 걷다보니, 사람은 걷기의 달인이 되었다. 모두 걸으니 ‘걷는 일의 기적’을 모른다. 동물을 보라. 그 어떤 동물이 걷는가? 식물을 보라, 어떤 식물이 뿌리를 들고 걷는가? 없다. 오직 만물중에 사람만 유일하게 걷는다. 걸음은 날마다 행함에서 얻어진 능력이며, 사람의 특기다.
글쓰기도 이와 같다. 날마다 글을 쓰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논리전개의 달인이 되어 있다. 변호사들이 준비서면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글을 쓰지 않아서 그렇다. 날마다 드래그해서 베끼다보니, 사건을 파악하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반면, 경찰들은 글을 잘 쓴다. 경찰은 조서로 말한다는 말이 있듯이, 경찰들은 시나리오도 잘 짜고, 글도 자유롭게 쓴다. 단지 법률적으로 장치를 해서 피의자를 죄인으로 둔갑하는 교묘함이 있어서 그렇지, 글쓰는 능력은 경찰이 탁월하다. 신문조서를 날마다 써서 그렇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일기를 써야한다. 초등학교 때 날마다 일기를 썼던 기억이 모두에게 있다. 교육부가 일기쓰기를 초등학교에 배치한 근본 목적은 어려서 좋은 습관을 갖도록 한 것인데, 초등학교 교사들이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서 학생들에게 글쓰는 맛, 글쓰는 재미를 길러주지 못하고 있다. 일기는 검사를 목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날마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삶을 글로 변환하는 기쁨을 갖으라는 것이다. 글은 곧 생각의 펼침이다.
사람이 밥을 먹으면 배부르고 행복하다. 그처럼 외부의 어떤 사건을 내부로 가지고 오는 것이 바로 글이다. 밥을 먹으면 소화가 되어서 영양분이 내부로 흡수해서 변환된다. 이때 사람은 에너지가 생긴다. 변화는 곧 에너지다. 글도 사건의 변환과정이다. 가령,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보여지는 풍경을 그림으로 변환한다. 그때 엄청난 기쁨이 내면에서 발생한다. 기쁘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수가 없다. 글쓰기는 곧 그림 그리기와 같고, 어떤 사건을 글로 옮기면서 변화과정에서 얻어지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일기쓰는 재미를 갖는 것은 여기에 있다.
일기(日記)는 날마다 기록하는 것인데, 펜으로 기록해도 되고, 노트북에 기록해도 된다. 아버지가 이상해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은 녹음기를 날마다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의 생각을 녹음파일로 저장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저장한 녹음파일은 노트북에 그대로 옮겨져 보관된다. 음성으로 일기쓰기를 한 것이다. 일기장에 기록한다고 해서 일기가 아니다. 어디에 어떠한 방법으로 기록을 하든 상관없다. 어떤 사건을 집중해서 생각하면서 그것을 글로 옮겨적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훈련이 바로 밥을 먹으면 소화시키는 것과 같다. 무슨 사건을 접하든, 감정적으로 표출하기 보다는 감정을 내면에 감추고서, 그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 글쓰기 능력이 월등하게 상승한다.
일기는 오늘 겪은 일을 사실 그대로 적는 것이다. 육하원칙이 필요없다. 자신이 본 대로, 느낀 대로, 생각 대로 그대로 적는 것이다. 이때 아무 생각없이 떠오르는대로 적는 것은 아니다. 모든 글에는 일정한 틀이 있다. 그 틀은 앞과 뒤의 논리가 맞아야하고, 물이 흐르듯 글이 흘러야한다. 이러한 글쓰기 문체와 논리전개는 자주 쓰면 저절로 얻어진다. 국문법을 우리가 배워서 우리말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아니듯, 문법도 동일하다. 자꾸 말하면서 말을 자유롭게 하듯, 글도 자꾸 쓰면서 늘어난다.
이순신 장군이 역사를 위해서 난중일기를 남겼겠는가? 그는 장군이었다. 장군은 곧 군인이며, 운동선수 출신을 말한다. 글쓰기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난중일기로서 역사적 문학을 남겼다. 역사적 문학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고서 한 것이 아니다. 날마다 자신의 일을 한자로 기록하면서 훗날 그러한 기록이 남겨진 것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날마다 쓰는 것이다. ‘일기’(日記)가 바로 날마다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일기쓰기가 글쓰기에 최고로 안성맞춤인 것이다.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도 여행기이다. 만약 박지원이 열하지방을 다녀오면서 너무 좋아서 그것을 말로 주변에 알렸다면 지금 우리는 그 열하일기를 알지 못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틈틈이 적은 기록이 지금까지 남겨진 것이다. 여행기도 일기쓰기에 매우 좋다. 여행을 가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날마다 일기쓰기로 자신을 글쓰기 달인으로 만들어야, 그 어디를 가더라도 글쓰기가 나온다. 자신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일기는 곧 삶이다. 날마다 일어난 일을 다시 생각하면서 기록으로 담는 것이다. 행동은 생각을 실천하는 것이듯, 글은 그러한 행동들을 열매로 거둬드리는 것이다. 열매는 창고에 저장되듯, 일기에 담겨진 글은 후대까지 남겨질 수 있다. 물속에 물고기가 헤엄치듯 날마다 쓰는 자신의 일기는 살아있는 글이다. 살아있는 그날의 생동감을 글에 담았으니 살아있는 것이다. 강물을 쳐다보면 마음이 요동하고, 날아갈 듯 흥분되는 이유는 살아 있어서다. 살아있는 물고기와 고래와 각종 생물이 그 속에 살고 있고, 밀물과 썰물로 움직이며 파도로 손짓하니 강물은 살아있다. 살아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생동감이 살아난다. 그처럼 자신의 하루 일과를 가만히 생각으로 쳐다보면 하루가 다시 살아나면서 생각으로 하루를 더 살게 된다. 이렇게 인생을 사는 사람은 몸으로 하루, 생각으로 하루, 글로 하루를 살게 되므로, 인생을 3배 더 살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3배만 더 살겠는가? 글은 영원하니, 삶의 기록이 영원히 땅에 머물 것이다.
누구든 글쓰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노트북이든 A4든 펼쳐서 그날의 일을 기록하라!! 일기는 곧 글쓰기의 첫단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