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나는 계란김치김밥을 좋아한다.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김을 꺼내 굽는다. 계란을 꺼내 부친다. 김에 계란과 김치와 밥을 얹고 말아서 먹는다. 3단계로 낱장 김말이 김밥을 싸서 먹으면 맛있다. 김치는 짧게 미리 썰어서 옆에 두고, 큰 김도 구워서 4등분으로 나누면 맛있는 김밥을 먹을 수 있다. 그렇게 먹는 김밥으로 나는 늘 ‘다문화의 국제사회’가 돌돌돌 말아가는 김밥의 원리와 같다고 인식한다. 정지윤 명지대 교수님을 통해 인터뷰에서 배웠던 원리다. 구구단을 한번 배우면 평생 활용하듯, 그때 배웠던 지식이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언론인으로 갖는 혜택이 이런 것인 것 같다.
김과 계란과 김치와 밥은 모두 동등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문화 운동’을 한다면서 김밥 아줌마가 되려고 하니까, 다문화가 제대로 안되는 것이다. 김밥 아줌마가 김밥을 잘 싸는 것은 맞다. 그러나, 다문화를 김밥 아줌마가 되어서 다문화 가정을 돌돌돌 말아서는 안된다. 같은 동등권으로 김이 되고, 밥이 되고, 김치가 되고, 계란이 되고, 단무지가 되고, 시금치가 되어서 함께 말려야 한다. 다문화는 함께 섞이면서 맛있는 김밥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김밥의 다문화 원리이다.
어제 연합뉴스를 통해 미국의 대통령과 영부인이 함께 어울어진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되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4명의 전직 미국 대통령과 4명의 전·현 퍼스트레이디가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지난 30년간 정권을 뺏고 빼앗겼던 정적(政敵)들이다. 흑인과 백인, 혼혈과 이민자, 남부와 북부 출신, 부유층과 서민이 모두 들어 있는 이 사진에 미국인들은“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감동했다. 휠체어에 앉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뒤에 로라 부시 여사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현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왼쪽부터) 여사가 서 있다.
과연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로 평가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백인우월주의를 외쳐도 대한민국의 단일민족 배타주의와 차별적이다. 대한민국은 비난과 비판으로 정적을 ‘숙청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아난다는 무서운 사상이 숨겨져 있다. 다문화가 아닌 것이다. 사진촬영을 위해서 기꺼이 모여 모두 웃음의 표정을 지은 것은 그 자체로 정치인들의 행위 언어인 것이다. 정치인은 사진으로 자신들의 명예를 나타내므로,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은 이미 같은 울타리에 속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김밥의 조화인가?
김밥 아줌마는 다문화 정책에서 무엇일까? 정책관? 혹은 그 무엇? 무엇으로 마땅히 정의할 수는 없다. 김밥은 스스로 말아서 김밥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분명 김을 싸는 김밥 아줌마는 있어야할 것이다. 그럴지라도 김밥 아줌마로서 다문화 정책은 동등권으로서 김과 밥과 김치와 계란과 단무지를 놓고서 균등하게 각각의 개성을 잘 살려서 말아야한다는 것, 흑인과 백인, 혼혈과 이민자, 남부와 북부 출신, 부유층과 서민, 개방과 폐쇄, 보수와 진보, 민주와 공화 등등 서로 다른 사상으로 어울어진 사진처럼 김밥은 함께 어울어져 살아가는 것이다. 언젠가 대한민국도 진보와 보수가 함께 인정하면서 합리적인 정의로서 정쟁(政爭)하고 언어의 품격을 유지하는 선거운동을 펼치는 그런 ‘다문화 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