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27일, 월명동에 다녀왔다. 아는 지인과 함께 서울에서 먼 그곳을 여행했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는 지인은 첫 방문이었다. 교통체증(交通滯症)은 없었고, 길이 만드는 샛길로 들어서자 전통가옥이 창문에 펼쳐졌다. 지인은 문화적 감각이 뛰어나, 복수 근방에서 만나는 한옥과 초가집 모습에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적 정감이 주는 독특함이다.
월명동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지나면서 출현한 석막리는 시골의 아름다운 정취였고, “어머머~~~ 이렇게 평화로운 마을이 있을수가~~~”라고 좋아했다. 그곳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에서 펼쳐진 주차장의 젊은 청년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네요. 이런 곳이 있는줄 여태 몰랐을까요”
울긋불긋 올라가는 길목의 진달래 울타리는 마음을 즐겁게 한다. 단조롭지 않으면서 이미 꽃이 지인(知人)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색감의 조화에 생각이 흐믓해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초소라고 불리는 안내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 역시 ‘예술의 전당 관람 수칙’이나 ‘청와대 출입 절차’로 설명하니, 충분히 이해했다. 귀한 것은 본래 사진촬영이 허락되지 않는다.
나무마다 걸려있는 ‘짧은 경구의 멘토링’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걷게 하면서 “잘해놨네요. 극락이네요”라고 했다. 문화교육에 종사하는 직업이어서 한국문화와 연결된 불교에 관심이 많아 ‘극락’으로 표현했다. 기독교 언어로 ‘천국같다’ ‘에덴동산같다’ ‘이상세계다’라는 의미로 표현한 것이다.
오늘은 남과 북이 만나 평화를 선언하는 뜻깊은 날, 70년만에 러시아의 공산주의가 몰타협정으로 1989년 마침표를 찍었고, 러시아의 소군정이 만든 북한정권의 스탈린식 북한정권이 세습체제로 3대째 이뤄진 지금 70년만에 종전을 선언하는 날이다. ‘70’은 과연 모든 끝과 시작을 예고하는 상징의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7000년이 종교역사의 완성일 수도 있겠다. 완성은 새로운 문으로 출발을 암시한다. 예수님때는 십자가 사건 이후 40년만에, 탄생 70년만에 로마군대 티토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멸망당하고 유대교를 비롯해 기독교인들도 뿔뿔히 흩어져 디아스포라가 시작되었으나, 지금 한반도는 디아스포라로 흩어진 이산가족이 드디어 만나는 시작의 문이 열렸으니, 두 정상이 서로 만나 포옹한 그 사건은 상징의 힘으로 핵폭탄급 평화를 창조하리란 예감이 밀려온다. “무화과 나무가 연해지면 인자가 문앞에 온 줄 알라”는 그 성경말씀처럼 하나님의 큰 일이 왔음을 예고하는 상징의 사건임에 분명하다. 마치 이스라엘이 독립하듯, 한반도의 종전선언은 1917년 소련의 10월 혁명보다 역사적인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처럼, 오늘 누군가에겐 역사적인 사건으로 월명동이 출현했다. 그렇게 시작한 월명동 약수 프로그램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건강 힐링 프로그램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가이드가 필요 없었다. 그러나, 약수를 마시는 기본 수칙과 생각의 각도는 알려줬다. 왜 10번 넘게 마셔야하는지, 왜 약수 힐링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지, 그 의미를 잠시 설명했다. 내가 들었던 것을 전해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생님께서 10년을 김대중 대통령처럼, 억울한 누명으로 그곳에 계셨어요. 그리고 70일 전에 나오셨어요. 갇혀서 사시니, 건강이 쇠약할 수 밖에 없었어요. 10년동안 변함없이 설교 말씀을 집필하고, 청년들에게 편지로 멘토링하면서 ‘몸은 갇혔지만 시간의 자유를 얻었고, 홀로 있어서 하나님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라는 고백을 하셨어요. 월명동에 오셔서 40일간 여기 약수에서 하나님을 간절히 부르면서 몸의 기관, 세포 하나까지 간절히 기도함으로 약수를 계속 마셨는데, 꾸준히 약수를 마심으로 점점점 건강이 회복되어서 40일이 지나면서 완전히 체력을 회복하셨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하나님께 이렇게 꾸준히 마시니 건강해졌는데 왜 제자들은 치유의 기적이 부족한가요라고 물으니, 하나님께서 약수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많이 마시지 않는다고 깨닫게 하셔서, 그때부터 이 약수를 통해 제자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마셔야하는지 다시 알려줘서 이 약수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어요. 선생님은 약수를 마실 때, ”약수는 하나님이다. 나는 지금 하나님을 마신다“고 생각하면서, 정말로 하나님을 마시는 간절함으로 음미하듯 깊게 마신다고 해요. 그러면, 우리도 함께 해볼까요?”
눈을 감고 구체적으로 하나님을 간절히 부르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조롱박을 들고 물을 떠서 음미하면서 마셨다. 하나의 거룩한 예식이었다. 물을 마시듯 마시지 않고 약을 먹듯, 보약을 먹듯, 하나님을 마신다는 문장을 뇌리에 새기면서 약수를 마셨다. 그렇게 10회를 반복하고 카타콤처럼 길게 파인 동굴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함께 동행한 성직자의 성경말씀이 이어졌다. 삼위일체론의 성령 존재에 대한 말씀이었다. 새로운 것의 출현은 기존 세력의 핍박을 받고 카타콤의 지하동굴로 숨어들 수 밖에 없는 초기 기독교 시절을 설명하자, 배경과 일치한 내용인지라 감동을 그래도 스몄다. 5월이 가까운데도 몸이 잠시 추워 밖으로 나왔다.
나오니, 디자인 전공의 어떤 교수님이 약수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었다. 함께 한 성직자분이 급히 달려가서 디자인 교수님과 지인(知人)을 서로 소개했다. 나도 함께 인사했다. 턱에 약간 수염이 있으면서 예술적으로 생기신 그 분은 언변에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친밀감을 형성하는 화법을 편하게 구사했다. 게다가 고속도로 진입을 쉽게 했다. 바로 성경말씀과 선생님과 신앙에 대해 말씀하는데, “성경책이 검은 색인 이유”를 아주 쉽게 말했다. 바로 죽음을 상징하는 색깔로서, 죽음 그 이후를 결정하는 근본이 담긴 책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명쾌한 디자인 전공 교수의 성경해석인가? 지인(知人)과 나는 나무처럼 서서 감동의 말씀을 약수처럼 마셨다. 사람 약수였다. 간증집회였다. 살아왔던 삶을 진솔함으로 설명하는 디자인 교수님의 이야기속에 월명동을 건축한 정명석 목사님의 삶이 윤곽을 갖추며 스케치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약수는 몸을 회복하고 치유케 하고, 간증과 증거는 인식관의 병을 씻는 능력을 발휘한다.
“정말로 아름답고, 좋네요. 사진을 정말로 촬영하고 싶은데, 그게 아쉽네요. 안내소 근처에 포토라인을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요? 이렇게 좋은 곳을 다녀갔다는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은데, 그래야 아는 사람을 또 데려올텐데….. 보면볼수록 천국이예요. 걸으면 걸을수록 멋있어요. 이렇게 좋은 곳은 하루에 오기엔 너무 아까워요. 밤에도 머물면서 산책하고 싶고, 1박 2일로 오면 정말로 좋겠어요.”
지인(知人)의 소감이다.
2주후 1박2일로 오기로 약속하고 서울로 향했다. 함께 온 성직자의 소개로 자매 칼국수 집에서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하루의 아름다운 여행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고 내려왔던 길로 다시 올라갔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검색하니, 하루 동안 한반도의 전쟁이 끝났음을 확인했다. 하루의 긴 여정이 이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