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내가 속한 교회는 예배 후 삶의 간증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간증(干證)은 병이 치유되는 것도 있고, 생각의 새로움을 얻은 것도 있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포근하게 하는 자신의 일상을 말하는 것도 있다. 모두 삶속에서 겪고 들은 것을 3분 정도로 말하는 것인데, 은혜로웠다.
어떤 분이 손을 들고, 월명동 돌사연 이야기를 했다. 그 분도 들었던 내용인데, 참으로 감동되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월명동 돌조경 건축가들이 어느날 돌을 보니 세월속에 이끼가 많이 끼었다. 사람의 몸에 때가 끼듯이 많이 더러워진 것이다. 월명동 돌조경을 설계하고 건축을 총괄한 정명석 목사님께 돌의 이끼 사연을 이야기하니, “모양과 형상대로 돌을 닦아라”는 짧은 답을 준 것이다. 그 답을 받고서, 돌앞에 선 그 건축가는 ‘모양과 형상’의 근본을 알지 못해서, 오랜 시간 닦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직접 정명석 목사님을 뵐 여건이 되어서, 돌의 이끼 사연을 다시 여쭙자, “깨끗히 닦아라”고 했고, 돌을 닦는 전문업체를 수소문해서 닦을 준비를 마쳤다.
“수세미로 닦아라”
그때, 정명석 목사님은 ‘수세미로 닦아라’고 돌청소 방향을 알려줬다. 아무리 전문업체가 와서 돌청소를 한다고 해도, 물청소이고, 약품청소이다. 돌에 낀 이끼를 닦는데는 물을 이용한 수세미만한 것이 없다. 발상의 전환으로, 돌청소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게 돌청소가 진행되었고, 그날 밤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한분이 돌청소하는 현장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돌청소 사연을 듣고서 ‘돌의 이끼를 모양과 형상대로 닦는다면’이라는 깨달음이 새롭게 인식이 되면서, 감동받은 영감을 즉시 실천해서 빔 프로젝트로 ‘모양과 형상’을 돌위에 비추니, 그림이 확 드러난 것이다. 이튿날 사연을 상세히 정명석 목사님께 말씀을 드리니, 화가로서 예술의 방향을 알려주면서 ‘모양과 형상을 남기고 닦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월명동 야심작에 있는 돌조경 그림 작품은 그린 것이 아니다. 닦은 것도 아니다. 닦고서 남겨진 것이다. 조각의 전문용어로 비유하면 ‘양각 기법’이 사용된 것이다. 정명석 목사님이 직접 돌위에 분필로 그린 윤곽을 따라 그릴 부분을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버린 것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오묘한가? 때론 우리가 더럽다고 여기는 삶의 아픔과 굴곡과 고통들이 그림 작품처럼 승화될 수도 있으니, 사람들이 더럽다고 하는 그 이끼가 그림의 재료가 되듯이, 사람들의 지탄거리가 하나님께는 거룩한 희생의 제사가 될 수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 그러했고, 이 시대 십자가 사건이 또한 그러함을 깨닫는다. 헬라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유대인에게는 거치는 것인 십자가의 도가 그리스도인에게 ‘구원의 길’이라고 사도 바울이 고백했듯이, 하나님의 사연은 그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는 것이다.
이날 총 사연을 3개 들었다. 2번째 들었던 사연도 은혜롭다.
월명동 야심작은 하나님의 백보좌 형상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적으로 하나님의 백보좌를 상징하는 곳이 있다. 등받이와 앉은 부분과 앞의 받침대가 명확하게 놓여있다. 월명동 돌조경을 설계하고 건축한 정명석 목사님의 철학과 사상이 명확히 드러난 사건이기도 하다. 작품은 작가의 사상을 반영한다. 부모를 공경하면, 모든 작품의 머리말에 ‘부모를 위하여’를 명확히 기록한다. 정명석 목사님의 사상은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사랑임을 ‘하나님의 백보좌’를 통해 거듭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야심작안의 하나님의 백보좌 작품돌은 누구도 앉을 수 없는 특별한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대통령을 위해서도 지정석이 있는데, 하물며 하나님을 위한 특별좌석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인가?
3번째 사연은 1번째 사연과 비슷하다. 월명동에서 나무 전지작업 자원봉사를 하는 성도가 있다. 그 성도에게 전해들은 정명석 목사님의 멘토링 말씀을 누군가 대신 말했다.
전지작업을 하는 조경 전문가들이 정명석 목사님께 물었다. 어떻게 하면 전지작업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그때 정명석 목사님은 “너희는 전지작업을 할 때, 무엇을 자를까, 그것부터 생각한다. 나는 다르다. 나는 무엇을 남길까, 그것부터 생각한다. 남길 것이 정해지면, 그것만 남기고 모두 자른다.”
AB형 특질의 더욱 특별함일까? 집념과 전념이 압축된 그 문장, ‘남길 것 정하고 모두 자르기’는 두고두고 삶의 가치(價値)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과연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내 인생에게 무엇이 가장 즐겁고 행복한가? 첫 번째는 인생의 문제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고, 두 번째는 직업과 진로를 설정할 때 가장 중요하다. 건축물도 설계도를 그린 다음에 건축이 시작되는데, 인생이 설계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가? 설계도를 정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것이 정해지면, 설계도를 건축하기까지 긴 시간,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하루의 삶, 10년의 삶, 100년의 삶이 모두 그러함을 나는 믿는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생활속 간증과 은혜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보낸 오늘 오후,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하다. 내 삶의 지저분한 일들도 회개의 수세미로 모순을 닦으면서, 그 모양과 형상대로 남길 것을 남기고, 청결하게 닦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 버릴 인생도 그 모양과 형상을 남기면,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하루의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