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나의 아저씨 13회는 박동훈 부장의 인터뷰가 있다. 파견직 이지안을 통해 건축회사의 권력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드라마, 시작은 사소했으나, 사건이 진행될수록 사람의 감정굴곡이 예리하다. 오늘은 박동훈 부장의 가정사가 그 형제들에게 들통났다. 사건과 사건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사실과 사실의 인식은 새로운 사실을 발생시킨다.
박동훈 부장이 아내의 바람피는 것을 몰랐을 때, 알았을 때, 알았다는 것을 그 아내가 알았을 때, 3가지 사건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매우 복잡한 것 같지만, ‘의미’로 이어진 관계라서 그렇다. 또한 가족의 문제는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해결되어야한다. 울타리 밖으로 가족의 비밀이 들통날 경우, 문제가 불거진다. 형제라고 하더라도, 부부의 문제는 부부끼리 해결하는 것이다.
“형수 바람피었어요?”
사소한 물음에 형수는 아무 대답을 못한다. 문짝교체 때문에 물었던 박동훈 부장의 동생은 뭔가 심각한 상황임을 예감한다. 그렇게 들통난 것이다. 이후 분위기는 찬바람, 결국 박동훈 부장은 두 형제와 함께 아픔과 고통과 슬픔을 토로하는데, 형과 동생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 형은 같이 살아라, 동생은 당장 헤어져라….. 박동훈 부장은 그런 모든 고통을 안으로 삭히면서 그렇게 버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마치 구조건물처럼, 모든 건축물이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듬고 외부를 버티면서 그렇게 살아가듯이 중년의 삶이 모두 그렇다. 아버지들은 아버지의 힘으로, 어머니는 어머니의 힘으로, 그렇게 중년의 삶을 살아낸 것이다. 이 세상에서 어디 쉬운 인생이 1명이라도 있을까?
<커피와 메밀차>
박동훈 부장의 아내가 “커피 줄까?”라고 하자, 박동훈 부장은 “아니, 다른 것”이라고 하면서, 서로 테이블에 어색하게 앉아있다. 이때 화면에 비친 것은 커피와 메밀차다. 서로 다름으로 조화를 이룬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으로 구분된 모습이다. 벽과 같다. 서로가 이미 떨어졌다. 이제 어떻게 서로 멀어질지, 어떻게 결별할지, 그것만을 앞둔 부부처럼 그렇게 살고 있다.
<아무 것도 아니다>
이지안은 박동훈 부장의 핸드폰을 통해 모든 것을 듣고 있다. 도청장치가 오히려 감정이입이 되어서 박동훈 부장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박동훈 부장은 사면초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때 자신의 아버지가 있었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줬을텐데,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것이 마음의 큰 짐이 된 것이다. 그 모든 일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위로해줄 단 한사람, 그때 이지안은 문자로 “인터뷰 잘하세요. 아무 것도 아니예요”라고 문자를 보낸다. 그 문자에 대해 “고맙다”라고 혼잣말을 하는데, 도청을 하고 있는 이지안은 이미 들었다. 그래서 슬프게 기뻐한다.
이지안의 수족이 되어서 활동한 친구의 꼬리가 잡혔다. 너무 오랫동안 작업했던 것이다. “잡혔어!! 튀어!!” 그 말만 남기고 친구는 도망쳤다. 이지안도 이제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이지안은 출근하지 못하고, 이제 홀로 살아야할 상황에 놓였다. 박동훈 부장의 마지막 상무 인터뷰, 이런 저런 조잡스런 질문이 들어왔는데, 제일 마지막 질문이 야비하다. 이지안의 과거를 놓고, 반대편 진영에서 질문을 한 것이다. 이지안이 없는 자리인데도, 박동훈 부장은 자신의 상무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격권을 보호해준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이 대목이 너무 좋았다.
“이지안씨가 사람을 죽인 것, 알고 있었나요?”
“정당방위였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사람을 죽였을 겁니다. 법이 이미 무죄로 판결을 내렸는데, 왜 이지안씨가 이 자리에서 판결을 받아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잊고 싶은 과거가 있듯이,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고 싶은 것 아닌가요.”
“여긴 회사예요!!”
“회사는 기계가 다닙니까? 인간이 다니는 것 아닙니까!!!”
박동훈 부장의 대답은 정말로 야물지다. 정말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사람을 얼마나 존중하고, 그 인격을 소중하게 여겨야하는지, 감동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과거를 잊을 권리, 참으로 마음에 깊게 남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