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묵자(墨子)는 공자보다 어렸다. 묵자의 이름은 적(翟)이다. 翟은 날개(羽)가 긴 꿩(隹)을 말한다. ‘묵꿩’이라고 부르면 참 이상하다. 요즘은 놀릴 때, ‘돼지같다, 개새끼, 새대가리, 뱀새끼, 불여시’라고 동물로 부르는데, 옛날에는 이름에 동물을 그대로 사용했다. 하기사 12지간도 동물들로 줄을 세웠으니, 할 말은 없다.
묵(墨)은 먹을 말한다. 黑(검을 흑)과 土(흙 토)가 합쳐졌다. 흙으로 만들어서 검은 색을 만드는 것이 바로 ‘먹’이다. 墨은 또 형벌에 사용되었다. 검은 먹물로 이마와 팔에 문신을 새겨서 주홍글씨를 표시하는데 사용되었다. 墨은 먹물과 잉크를 뜻한다. 墨이 있으니 묵자는 일단 공부를 상당히 잘했던 인물이고, 박학다식했을 것이다.
묵자 사상은 공산주의 색채가 짙다. 모두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길은 서로 화목하게 나눔활동을 하면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묵가는 주장한다. 공산주의 이론이다. 가장 작은 공산주의 공동체는 가족이다. 가족(家族) 공동체는 공산주의가 통한다. 부부가 함께 벌어서 자녀들과 같이 분배한다. 자녀들은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가족공동체에서는 분배의 대상이다. 최소 공동체인 가족에서는 공산주의 이론이 적용될 수 있지만, 마을개념으로 사회가 확대되면 공산주의는 틀린 이론이다. 묵자 사상은 말도 안되는 이론인 것이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나눠주고, 학식이 높은 사람들은 지식을 나눠주면서 모든 공동체가 가족처럼 하나되어서 살아간다면 이상세계가 온다고 그들은 믿었다. 과연 그럴까?
묵자는 “모든 사람이 균등하게 이익을 나누면 태평성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균등하게 나눈다는 것의 의미가 도대체 뭘까? 빵 하나도 균등하게 나눌 수가 없는데, ‘균등’을 사용한 것이 틀린 이론이다.
묵자가 초나라와 송나라의 전쟁을 막아낸 우화를 보면 묵가사상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초나라가 운제(雲梯_높은 사다리)를 만들어서 송나라를 공격한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사령관으로 노반이 임명됐다고 듣자마자, 묵자는 노반을 당장 만났다.
묵자 曰, “송나라를 공격하지 마시오”
노반 曰, “임금의 명령이오”
묵자 曰, “이웃나라끼리 싸우지 맙시다”
노반 曰, “허허허허”
사령관에게 다짜고짜 전쟁하지 말자고 요청하는 묵자에게 노반은 할 말이 없었다. 묵자는 초나라 왕을 알현하고, “노반 사령관이 운제를 만들어서 송나라 성곽을 침략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서, 이미 저의 제자 300명이 운제의 방어용 기구를 설치하고 공격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공격한다고 해도 결코 송나라 성은 함락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초나라 왕은 이 말을 듣고 공격을 취소했다.
유가사상을 가진 인물들은 이렇게 엄청난 사건을 해냈다면, 당장에 송나라 조정으로 달려가서 “전쟁은 없을 것이다. 외교력을 발휘해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졌을 것이다. 그러나, 묵자는 자랑도 하지 않고, 자신의 측근에게만 말하고 끝났다. 오히려 송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렸는데, 성문을 지키던 병사가 묵자를 쫓아버렸다. 우산을 챙겨가지 못한 묵자는 옷이 흠뻑 젖어서 몸살감기로 고생했다고 한다.
묵자는 공산주의 이론에 기반한 ‘종교집단’이다. 더불어서 모두 함께 나누면서 가족처럼 살아가는 집단이다. 묵가의 사상은 법률보다 더 엄격하고, 무서웠다. 반드시 지켜야하는 종교의 계명과 같았다.
묵자는 ‘묵자’ 저서에서 지동설 이론을 주장했고, 물리학과 기하학에도 탁월한 지식이 있었으며, 뛰어난 기술자였다. 또한 묵자는 ‘나무로 만든 새’를 만들어 실제로 비행하는 목조(木鳥)를 설계했다고 한다. 중국의 레오나르도다빈치와 같은 인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