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러시아는 ‘루스’족의 땅을 의미한다. 루스족은 바이킹의 후손으로, 노를 젓는 사람을 말한다. 러시아는 뱃사람이 만든 나라이다. 추운 겨울을 견뎌야하므로, 인내심과 포악함이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이곳에 독특한 성자가 있다. 올가 여왕과 블라디미르 대왕이다.
올가 여왕의 남편은 이고르 대왕인데, 어느날 세금을 거두러 갔다가 암살을 당했다. 격분한 올가 여왕은 암살범을 모조리 잡아서 우물속에 던져 버렸다. 완벽한 복수에 성공한 올가 여왕은 국가를 재정비하고, 어린 아들을 대신해서 섭정 통치를 감행했다. 그때 올가 여왕은 콘스탄티노플에 가서 기독교(천주교)의 세례를 받았다. 러시아 역사에서 최초로 세례를 받은 통치자가 된 것이다.
이후 올가 여왕의 아들은 군대를 거느리고 주변국가를 물리쳤다. 서쪽에 불가리아 왕국, 동쪽에 카자리아 왕국을 모두 정복했다. 카자리아는 유대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이다.
블라디미르는 서자 출신으로 변방에 밀려나서 살고 있었다. 왕자의 난이 일어났고, 권력을 차지하려는 왕자들이 서로 공멸하고, 변방에 있던 블라디미르가 서열 1순위가 되어서 왕에 올랐다. 예상밖에 찾아온 기회로 왕이 된 블라디미르는 국가재건 사업을 꿈꿨고, 샤머니즘 사상과 야만족처럼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을 계몽할 방책을 강구했다. 그 답을 종교에서 찾았다. 그래서 모든 종교 지도자들을 러시아로 초청했다. 유대교, 이슬람교, 로마 카톨릭, 동방 정교회가 각각 찾아왔다.
유대교 랍비들이 율법의 위대함을 설교했다.
블라디미르가 물었다.
“유대교를 국교로 삼은 카자리아는 왜 멸망했는가?”
랍비들이 대답했다.
“카자리아가 죄를 지어,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 말을 듣고, 블라디미르는 러시아가 멸망당할까 걱정하면서 유대교를 국교후보에서 제외했다.
블라디미르는 미녀를 매우 좋아했다. 이슬람교 지도자들은 마호메트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면, 사후에 70명의 첩을 거느리게 될 것이라고 블라디미르를 설득했다. 블라디미르는 솔깃했다. 그러나, 술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슬람교 교리 때문에, 거절했다. 러시아는 혹한의 추위 때문에 술을 마셔야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풍습이 있다.
로마 카톨릭은 ‘금식’과 ‘복종’을 요구했다. 블라디미르는 매주 정기적으로 밥을 굶는 것, 교황 밑에 위치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로마 카톨릭도 제외했다.
마지막 남은 동방 정교회는 성경의 근본된 교리를 전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 말씀을 따라 살아야한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는 성경의 본질을 설명하는 동방 정교회가 무척 마음에 들었고, 동방 정교회를 러시아의 국교로 선포하게 되었다.
올가 여왕, 블라디미르 대왕은 러시아 정교회가 만들어진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성자로 추앙받는다.
왕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문화와 풍습을 배려하지 못하는 종교의 배타성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깊게 생각게 하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