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미국이나 북한이나 중국이나 과거의 역사속으로 들어간다. 하늘에서 새가 땅을 내려다보듯, 신문에 흩어져 있는 모든 활자를 내려다보면서 정보의 땅속을 탐색한다. 나의 하루 일과요, 내 삶의 주된 업무다. 언론인으로, 작가로서, 출판인으로서, 나는 모든 사건을 좋아하고, 지금 있는 나의 현실이 좋다. 이렇게 오늘 나의 하루가 흘러간다.
오늘은 몹시 숨이 가쁘다. 너무 많은 업무를 수행했고, 눈이 침침할 정도다. 나인룸 드라마를 보면서, 누군가의 이름과 누군가의 소중한 것을 뺏은 자들의 음흉함이 몸서리치도록 싫어졌고, 약육강식의 탐욕이 짐승의 이빨처럼 도처에 존재함을 느끼면서, 과연 나의 본질은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인룸의 주인공은 항상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것은 자신이 불리는 이름,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적 위치를 넘어서 본질을 묻는 것이다. 조작된 추영배의 늪에 빠져서 자신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이유진’은 그것을 모를 뿐이다. 망각이 얼마나 무엇운지 알려주는 드라마가 ‘나인룸’이다.
“변호사와 의사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아?”
드라마 중반부에 나오는 대화다. 내 가슴에 ‘쿵’ 했다. 누군가 간절히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좋은 파트너를 만나길 항상 염원했다. 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일에 바빴다. 나는 돕는 일에 익숙하였으므로, 그렇게 인생을 살아냈다. 이렇든, 저렇든, 누군가 내게 간절한 손길을 요청하면, 나는 또 그렇게 도울 것이다. 그것이 나의 존재 의의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