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 드라마 비평]=쫓기는 여자, 쫓는 남자, 숨겨준 남자, 3사람의 격정 멜로 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는 난해한 사랑을 복잡하게 풀어간다. ‘얼굴’과 ‘이름’을 상징으로 풀어가는 철학적 드라마이다. 모티브는 어머니와 아내와 성형수술이다.
윤마리(박하나)는 강인욱(류수영)에게 폭행을 당하는 불행한 여자다. 속으로 끙끙 속병이 곪았다. 왜냐면, 윤마리는 대기업 사장 강인욱의 화려한 사모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남상미 주연)의 그 사모와 같다. ‘그녀말’ 드라마는 남상미가 성형수술을 하고서, 직접 싸우는 것이 핵심이라면, 이 ‘슬플 때 사랑한다’ 드라마는 ‘사랑의 본질’을 ‘얼굴과 이름’을 통해 예리하게 접근한다. 모티브는 같다. 모두 얼굴을 바꾸는 성형수술이다.
윤마리가 강인욱의 사랑을 거부한 것은 ‘사랑의 본질’이 어머니를 향해서다. 강인욱이 사랑한 것은 윤마리가 아니라, ‘어머니의 얼굴’이다. 그래서, 그 얼굴은 때리지 않으면서 몸은 폭행한다. 폭행하는 이유는 강인욱이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아서다. 강인욱은 어머니와 했던 과거의 추억을 그대로 재현하길 원하고, 윤마리는 그것이 감옥같다. 과연 사랑은 소유인가?
소유의 사랑은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희생의 사랑은 십자가처럼 아프다. 진실한 사랑은 찢기는 고통이 있다. 내 것을 떼주기 때문이다. 서정원(지현우)는 성형수술 전문의다. 서정원과 강인욱은 모두 비슷한 처지에 놓였으나, 정반대 사랑을 한다. 강인욱은 소유의 사랑, 서정원은 ‘희생의 사랑’을 한다. 서정원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고, 그때 “살려주세요. 얼굴을 바꿔주세요”라고 애원하는 윤마리에게 ‘아내의 얼굴’로 성형을 해준다. 그리고, 가슴이 통곡한다. 죽은 아내에게 참회의 양심을 갖는다. 아내의 얼굴을 윤마리에게 줬다고 생각해서다. 강인욱과는 정반대 감정이 돌출된다. 강인욱은 윤마리에게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소유하려고 하고, 서정원은 아내의 얼굴을 윤마리에게 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인욱은 윤마리를 끝까지 추적해서, 붙잡길 원한다. 반면, 서정원은 윤마리가 원하는대로 해준다. 아내의 얼굴은 이제 윤마리에게 있으니, 윤마리의 자유의사로 결정할 뿐이다.
드라마는 극적인 대비를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현실에서 이러한 사건이 종종 일어나지만, 반드시 ‘어머니’가 연상돼서, ‘어머니를 위해서’ 아내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어머니 때문에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 때문에 어머니를 사랑하면서 모두 혼재한다. 이분법으로 나뉘는 것은 없다. 정신병자가 아니고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