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다툼이 발생하면, 싸우는 당사자들을 지탄한다. 싸움하는 당사자와 갈등의 뿌리가 다를 수도 있다. 갈등을 추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10개가 넘는 조직의 부서를 4개 본부로 통합했다. 그 중에서 제4본부장을 A가 맡게 됐다. A는 근속연수 15년의 고참이다. 제4본부에는 2개 부서가 통합되었는데, 능력있는 부서장이어서 그대로 연임해서 부서간 대통합 정책을 펼쳤다. B부서장과 C부서장이 그대로 임명되면서 B팀장, C팀장이 되었다. B팀장은 근속연수 15년, A본부장과 동기다. C팀장은 4년차 신참인데, 외국대학 출신이면서 젊고 패기가 넘치는 젊은 여성이다. C팀장은 신제품개발부 부장을 맡으면서 회사의 상품 브랜드 개발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제 새출발, 회사는 조직개편후 완벽하게 거듭났다. 뚜껑을 열었더니, 제4본부가 마찰이 발생했다. 제4본부에서 B팀장과 C팀장이 서로의 능력을 비난하면서, 회의할 때마다 고성이 오가고, 민원이 제기되면서, 부서원들이 갈등을 일으켰다. 경영진은 즉시 제4 본부의 문제를 파악해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A본부장에게 명령한다. A본부장이 B팀장과 C팀장을 각각 불러서 면담을 했더니, 둘의 갈등은 매우 심각했고, 서로를 용납하고 이해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B팀장은 C팀장이 젊어서 예의범절을 모르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너무 고집이 강하고, 무조건 반대부터 한다는 것이다. C팀장은 B팀장이 오래된 관행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새로운 트렌드 개발의 감각이 없고, 새로운 의견을 받아드릴 경청의 자세가 없다고 비난했다. A본부장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전문조정가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조정가가 투입되면, 전혀 다른 답을 찾아낸다. 전문조정가는 반드시 A본부장을 조정대상에 포함한다. A본부장은 자신을 배제하고서, 자신의 권한으로 B와 C의 갈등을 봉합하길 원하지만, B와 C의 갈등은 A와 직접 관련이 있다. 성경에서 라헬의 자식과 레아의 자식들이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복형제들의 싸움은 결국 아버지 야곱의 편애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갈등의 뿌리는 윗단계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갈등조정 전문가는 A와 B와 C를 모두 각각 면담을 하고서, 비공개에서 상호간 대화규칙을 정한 다음에, 속이야기를 들어보았더니, 놀랍게도 갈등의 근본원인이 A에게 있었다. A와 C의 관계가 불편한 것인데, 그 결과가 B와 C로 나타난 것이다. 이럴 경우에 A와 C의 관계를 정리해줘야만, B와 C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C팀장은 상당히 능력이 있어서 부서간 대통합 과정에서 차기 본부장이 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돌았다. 그런데, 근속년수가 높은 A본부장이 갑자기 낙하산처럼 내려온 것이다. C는 A본부장이 자신의 자리를 뺏었다는 심리가 작용했고, A와 친한 B팀장은 자연스럽게 C팀장의 경계대상이 된 것이다. C팀장은 그것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그런데, A본부장이 갈등해결 당사자로 나섰으니, B와 C의 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B와 C는 부서간 통합이후에 실적이 부실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서, 회사를 위한 실적달성의 목표는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다. B팀장과 C팀장은 서로의 목표가 동일했다. 이러한 전체상황을 파악한 갈등조정 전문가는 A본부장이 C팀장의 업무능력을 보다 높게 평가해주면서, 회사의 경영진 차원에서 특별한 배려를 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도록 제안하면서, 갈등이 봉합되었다.
C팀장이 B팀장을 경계한 것은 B팀장과 A본부장이 동기생이면서, 친밀도가 너무 높아서 제4본부 내에서 편가르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같은 조직내에서 편가르기가 발생하면, 그 조직은 치명적 내상(內傷)을 입을 수도 있다. A본부장은 B팀장과 동기생이지만, 그러한 친밀도가 C팀장을 배제하지 않도록, C팀장을 함께 포용하는 관리능력이 필요한 것이다.